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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361

갑절과 곱절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4] 성기지 운영위원 ‘갑절’은 한 수량을 두 번 합친 것을 나타내는 말로서 단위로 쓰이지는 않는다. 어떤 수량의 두 배를 말할 때에는 그냥 ‘갑절’이라고 하지 ‘두 갑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세 갑절, 네 갑절’이라고 하는 말들도 모두 잘못된 것이다. 이럴 때에는 ‘세 곱절, 네 곱절’이라고 말한다. ‘곱절’은 같은 수량을 몇 번이고 합친다는 뜻이고, 우리는 이 말을 단위로 쓰고 있다. 따라서 “농가 소득이 세 갑절 증가했다.”는 “농가 소득이 세 곱절 증가했다.”로 써야 올바른 표기가 된다. ‘갱신’과 ‘경신’도 자주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경신’은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서 우리말 ‘고침’으로 다듬었다. 그런데 고쳐서 새.. 2018. 7. 11.
가다마이와 남방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3] 성기지 운영위원 장맛비가 걷힌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비는 물러갔지만 이제 무더위가 걱정이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부득이하게 양복을 입어야 할 때가 있는데 고충이 이만저만 크지 않다. 양복을 흔히 ‘가다마이’라 하기도 하고 이 말을 줄여서 그냥 ‘마이’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일본말 ‘가다마에’에서 온 것으로 표준말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단추가 외줄인 양복저고리를 ‘가다마에’라 한다. 이것을 영어식 표현으로 ‘싱글’이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말로는 ‘양복저고리’라고 하면 된다. 요즘처럼 더운 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들은 양복저고리 대신에 소매가 짧은 셔츠를 즐겨 입는다. 흔히 ‘남방’이라고 부르는 옷이다. 이 ‘남방’은 ‘남방(南方)셔츠(shirts)’가 .. 2018. 7. 4.
같습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2] 성기지 운영위원 ‘같습니다’라는 말을 격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같다’는 “무엇이 무엇과 같다.”와 “아마 무엇 무엇인 것 같다.”의 두 가지로 쓰인다. 이 가운데 뒤에 말한 ‘같다’는 추정이나 예상을 나타내므로 반드시 ‘확실하지 않은’ 전제가 있어야 한다. 분명한 사건이나 느낌, 생각을 말하면서 ‘같다’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가령 “기분이 참 좋은 것 같아요.”라든지,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는 말들은 말하는 이가 자기의 느낌이나 경험을 이야기한 예이다. 그러면서 남의 일처럼 추정의 표현을 쓴 것은 올바르지 않다. 이때에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라고 고쳐 말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사회자가 누군가를 .. 2018. 6. 28.
반도와 곶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1] 성기지 운영위원 남과 북의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으로 평양과 묘향산을 꼽는 이들이 많다. 평안남도와 평안북도를 가르는 묘향산맥의 주봉이 묘향산이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묘향산맥을 묘향산줄기라 이른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산봉우리, 산마루, 산줄기, 산비탈, 산자락, 산기슭’ 들로 불러 왔는데, 이 가운데 ‘산줄기’가 일본말 ‘산맥’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백두대간’이라 할 때의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들의 ‘간, 맥’이 다 ‘줄기’라는 말이다. ‘산맥’을 ‘산줄기’라고 살려 쓰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지난날 일제가 바꾸어 놓은 우리 땅이름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일본이 우리 국토를 가리키던 ‘조선반도’가 아예 ‘한반도’로 .. 2018. 6. 21.
발전과 발달 [아, 그 말이 그렇구나-240] 성기지 운영위원 자주 쓰면서도 뜻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낱말들이 더러 있다. ‘보전’과 ‘보존’이 그렇다. 사전 풀이에 따르면, ‘보존’은 “보호하여 남아있게 하는 것”을 말하고, ‘보전’은 “보호하여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보존’은 있는 그대로 간직한다는 뜻이 짙고, ‘보전’은 온전하게 간직한다는 적극적인 뜻이 강하다. 그러니까 ‘보전’에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로잡고 채워서 간직한다는 뜻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옛 우물터를 본디의 모습대로 유지하는 것은 ‘보존’이지만, 부족한 물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수자원을 보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알맞다. 이렇게 구별해서 쓰기 어려운 말 가운데 ‘발전’과 ‘발달’도 있다. ‘발.. 2018. 6. 14.
추근거리다, 버벅거리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9] 성기지 운영위원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름 알리는 데 열심인 후보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이들 가운데 옥석을 가려야 하는 유권자의 밝은 눈이 참 절실할 때인 듯하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다’, ‘물결이 출렁거리다’처럼, 우리말에는 ‘-거리다’가 붙어 움직임이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 매우 많다. ‘-거리다’가 친화력이 워낙 좋다보니, 요즘에는 표준말로 인정되지 않았던 말들까지 시나브로 규범 안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말에 ‘자꾸 은근히 귀찮게 굴다’는 뜻으로 쓰이는 ‘지근거리다’가 있다. ‘지근거리다’보다 작은 느낌을 주는 말이 ‘자근거리다’이고, ‘지근거리다’보다 좀 더 성가신 느낌을 주는 말이 ‘치근거리다’이다. 그런가 하면, ‘지근거리다’, ‘치근거리다.. 2018. 6. 7.
햇반과 햅쌀밥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8] 성기지 운영위원 혼자 사는 이들이 늘면서 먹거리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밥을 미리 지어 용기에 담아 파는 ‘햇반’은, 어르신들에겐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햇반’은 식품업체에서 지어낸 상품이름일 뿐 본디 쓰이던 우리말은 아니다. 우리말에는 “그 해에 새로 난 쌀로 지은 밥”을 ‘햅쌀밥’이라고 하는데, ‘햇반’은 아마 햅쌀밥을 떠올리도록 지어낸 말인 듯하다. 그러나 이 상품이 그 해에 난 햅쌀로 지은 밥이라고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햇곡식’, ‘햇밤’, ‘햇병아리’ 들에서의 ‘햇-’은 ‘그 해에 새로 난 것’을 뜻하는 접두사이다. 다만 이 ‘햇-’이 ‘쌀’과 결합할 때에는 ‘햇쌀’이 아닌 ‘햅쌀’이 된다. ‘쌀’이나 ‘씨’, ‘싸리’, ‘때’ 들은 본디 첫머리에 ‘ㅂ.. 2018. 5. 30.
도둑질과 강도짓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7] 성기지 운영위원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듣다 보면, “내일은 미세먼지가 나쁨으로 예상되니 나들이를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예보가 자주 들린다. ‘부득이하게’, ‘부득이할 경우에는’ 들과 같은 표현이 뉴스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는데, 이는 필요하지 않은 말을 덧붙여 쓰고 있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이다. 우리말에서는 “마지못하여 할 수 없게”라는 뜻으로 ‘부득이’라는 부사가 쓰이고 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는”이란 표현은 “부득이 외출할 때는”이라고 간결하게 고쳐 쓰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그리고 “부득이할 경우에는”이라는 말도 ‘부득이하면’으로 바꿔 쓰면 더욱 간결한 표현이 된다. 신문 기사와 방송의 뉴.. 2018. 5. 23.
민원실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아, 그 말이 그렇구나-236] 성기지 운영위원 정부 문서나 각종 공문서에 보면, “이번 안건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처리함.”이란 문구가 흔하게 나타난다. 이 문장은 매우 어색하다. 처리하는 대상이 ‘안건’이라면 당연히 목적어로 대접해서 ‘이번 안건은 아래와 같이 처리함’이라고 하는 것이 옳다. ‘대하여’는 끼어들 자리가 아닌데도 주책없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하여’는 “~을 대상으로 하여”라는 뜻으로, ‘말하다’나 ‘설명하다’, ‘논하다’ 같은 말의 앞에 놓여 쓰여야 자연스럽다. 가령 “이번 안건에 대하여 좋은 의견을 말해 보세요.”라고 할 때에는 ‘대하여’가 바르게 쓰였다. 또, 각종 공문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실질적인 검토가 되도록” 들과 같은 표현들이 많이 쓰이고 .. 2018.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