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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2

까치놀 [아, 그 말이 그렇구나-349] 성기지 운영위원 해질 무렵 바닷가에 앉아서 저녁놀을 감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멀리 수평선 위에서 하얗게 번득거리는 물결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노을에 물든 이 물결을 토박이말로 까치놀이라고 한다. 먼 바다의 까치놀을 등지고 떠 있는 고기잡이배는 평화롭다. 하늘도 바다도 그리고 사람도 평화롭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평화롭지 않다. 도시의 일상에서 누려 왔던 평화는 석양을 받은 까치놀인 듯 멀리서 번득일 뿐 아무리 애써도 손에 닿지 않는다. 눈만 빼꼼히 내놓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생활한 지 8개월여. 승강기 안에서 마주치는 이웃에게도 말 한 마디 건네기가 어려운, 감염병에 유폐된 2020년. 텅 빈 가게를 지켜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숨 한번 크게 내쉬지 .. 2020. 8. 26.
바다로 나간 우리말 [아, 그 말이 그렇구나-138] 성기지 운영위원 바다로 나간 우리말 유월이 왔다. 마침내 푸른 바다가 우리 삶 곁에서 파도치는 계절이 온 것이다. 가까운 바다는 푸른 빛깔을 띨 때가 많은데, 그래서 해수욕장 하면 푸른 바다와 흰 모래가 떠오르게 된다. 순 우리말 가운데 ‘물모래’라는 말이 있는데, 물모래는 바닷가에 있는 모래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이 물모래 가운데서도 파도가 밀려드는 곳에 보드랍게 쌓여 있는 고운 모래를 따로 가리키는 우리말이 있다. 바로 ‘목새’라는 말이다. “목새에 새긴 글자는 금세 파도에 쓸려간다.”처럼 말할 수 있다. 누구나 한번쯤 해질 무렵 바닷가에 앉아서 저녁놀을 감상해본 경험이 있거나 그러한 한때를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멀리 수평선 위에서 하얗게 번득거리.. 2016. 6.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