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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전주 한옥마을, 그리고 한글- 김수지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8. 29.

전주 한옥마을, 그리고 한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수지 기자

suji950@naver.com

 

맛집 탐방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도시, 바로 맛과 멋의 고장, 전주다. 전주의 여러 관광지 중 한옥마을은 많은 먹을거리로 입소문이 나 평일이건 주말이건,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항상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한복을 입고 간식을 먹으며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다니는 사람들 사이로 더욱 한국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한글 간판이다.

▲ 전주 한옥마을 속 한글 간판들

북촌 한옥마을이 있는 서울의 인사동, 삼청동 일대가 그랬던 것처럼 전주 한옥마을에도 상호가 영어나 다른 외래어가 아닌 한글로 쓰여 있는 간판이 등장하고 있다. 전주시에서는 지난 2011년 한옥마을 일대를 ‘옥외광고물 등의 특정 구역’으로 지정했다. 간판에 외국 문자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한글을 함께 써야 하며 한글이 외국 문자보다 3배 이상 커야 하는 방식으로 한옥마을 내부 상점들의 간판에 대한 규제를 해왔다.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이러한 전주시의 노력은 전주시의 노력은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유명 대기업의 가맹점들이 기존의 영문 간판을 한글 간판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주 한옥마을 안의 가게 중 약 90%가 한글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아쉬운 점들 또한 여럿 발견되었다.

▲ 전주 한옥마을 속 한글 간판들

“한옥 형태로 되어있는 가게에 한글 간판이 달려있으니까 훨씬 보기 좋고 예뻐요. 그런데 진짜 우리말이 아니라 영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적어 놓은 가게들도 꽤 있는 것 같아요. 우리말 상호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관광을 위해 한옥마을을 방문한 한지윤(22) 씨는, 한옥마을 속 한글 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전주 한옥마을 속 한글 간판이 가진 한계점을 바로 지적했다.

▲ 한글과 영어가 섞인 간판

▲ 한글을 영어로 쓴 간판

이 외에도 가게 내부에서는 한국 전통 상품을 팔면서 간판에는 한글과 영어를 혼용한 가게도 심심찮게 발견되었다. 영어를 같이 사용하다 보니 그 가게가 가진 정체성도 모호해지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village' 대신 ‘마을’, ‘i doll' 대신 '작은 인형’을 사용했다면 사람들이 그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에 대해 더욱더 쉽게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한 유명 가게에서 한글 간판을 설치하는 다른 가게들과는 반대로 ‘길거리◌’라는 우리말 상호를 소리 그대로 로마자로 바꿔 쓴 간판을 사용하고 있어 더 큰 아쉬움이 남았다.

 

한옥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한국의 정서를 잘 표현해 주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런 한옥을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바로 한글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글 사랑은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 아직은 아쉬움이 남는 부족한 모습이지만 여러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한다면, 한글은 한옥마을에 어떤 상황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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