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165] 성기지 운영위원
송년 모임이 잦은 때이다. 이맘때면 한 해 동안 벌여 온 일들을 매조지하고, 가까운 이들과 어울려 일상의 소소한 앙금들을 훌훌 털어버린다. 때로는 수십 년 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에게서 전혀 뜻밖의 송년 모임에 초대되는 경우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다가 만난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게 되면, 첫눈에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치다가, 아는 체 좀 하라고 타박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흔히 사람을 보면 인사하는 표정을 지으라는 뜻으로, “아는 체 좀 해라.” 또는 “아는 척 좀 해라.”처럼 말하고 있는데, 이 말들은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때에는 “알은체 좀 해라.” 또는 “알은척 좀 해라.”로 말해야 한다.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는 듯한 태도를 보일 때에나, 사람을 보고 인사하는 표정을 짓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은 ‘알은체’ 또는 ‘알은척’이라는 명사이다. 여기에 ‘-하다’가 붙어서 ‘알은체하다’ 또는 ‘알은척하다’로 쓰이는 것이다. “남의 일에 알은체를 (또는 ‘알은척을’) 하다.”, “서로 알은체도 (또는 ‘알은척도’) 안 한다.” 같은 말들이 바로 이러한 쓰임이다.
만일 “아는 체 좀 해라.”, “아는 척 좀 해라.” 하고 말하면, 이는 모르면서도 알고 있는 척하라는 뜻이 되므로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표현이다. “사람을 보면 알은체를 해라.”라는 말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는 왜 하니?”라는 말을 잘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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