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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올바른 한자어 인식과 교육의 필요성 - 간형우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12. 27.

올바른 한자어 인식과 교육의 필요성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간형우 기자
hyeongwookan@gmail.com

 

한자 혼용을 지지하는 측의 논거 중 하나는 한자가 표의문자라는 것이다. 문자 사용에 국적이 없기에 표의문자인 한자를 한글과 혼용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과연 한자는 표의문자일까? 표의문자에서는 글자 하나하나가 의미를 대표한다. 산을 뜻하는 한자(山)를 보고 한자가 표의문자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다.

사진 1 <우석대학교 인지과학 배문정 교수>

지난 12월 23일 늦은 저녁, 한글문화연대의 시민공간인 ‘활짝’에서 스무 번째 알음알음 강좌가 진행되었다. 우석대학교 인지과학 교수인 배문정 강사가 교육을 맡았다 (사진 1). 강의 주제는 한자의 진실과 한자어, 그리고 한자어 교육에 관한 것이었다.한자라는 문자체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언어학과 심리학 연구에 기초해 살펴보고, 한자와 한자어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 가지는 사회정치적 의미에 대해 고찰하고, 마지막으로 한자어의 올바른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한자는 더 이상 표의문자가 아니다.

언어학자 드프란시스(DeFrancis)는 한자에 대한 가장 뿌리 깊은 오해 중 하나가 ‘한자가 소리말을 매개하지 않고 바로 뜻을 지칭하는 표의문자’라고 믿는 신화라고 지적한다. 고대 한자가 상형의 특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서히 완성된 한자의 문자 체계는 상형문자의 성질을 나타내지 않는다. 글자의 모양이 점점 현대화되면서 더는 형태를 통해 사물의 의미를 완전히 나타낼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전에 특정 대상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던 글자가 추상적인 의미나 다른 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변용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來’은 ‘밀’의 형상을 따서 만든 상형문자였으나 은나라 시대 이후 ‘밀’과 발음이 같은 ‘오다’를 의미하게 되었고, 오늘날 원래의 뜻은 사라졌다. 즉, ‘밀’의 형상을 따서 만든 글자에 더 이상 ‘밀’이라는 뜻은 없고 ‘오다’는 뜻만 남은 것이다. 표의문자는 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사물이나 개념을 지칭해야 하는데, 현재 이런 문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자는 표의문자가 아니다.


'한자어'는 “우리말 가운데 한자로 적을 수 있는 낱말” 혹은 “그 기원이 중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지에 관계없이 국어 어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자로 표기될 수 있으며 한국 한자음으로 읽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두 가지 정의에서 강조되는 것은 한자어가 우리말 어휘의 일부라는 것이다. 국어는 크게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한자어가 우리 어휘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우리말의 위기는 한자와 한자어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일상을 파고드는 영어와 외국어에서 비롯한다. 한자어를 모두 배척한다면 원할하게 의사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고유어와 한자어 사이에 이분법적 경계를 나누고, 한자어를 한글 침략자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태도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매일 한자어를 쓰고 한자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한자어를 쓰는 많은 사람이 한자를 제대로 모르고, 특히 요즘 세대는 과거보다 한자를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부모, 부부, 주인, 형제, 노인, 음악, 학교’와 같은 한자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다. 경험과 사용에 기반을 둔 한자어 유래 형태소의 출현이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농구화’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그 단어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다. 그 후에 ‘축구화, 야구화, 등산화’ 등과 같은 단어를 접한다면 ‘화’는 각각의 단어에서 어떤 종류의 ‘신발’을 지칭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자 ‘靴(신발 화)’ 자체를 가르쳐야만 아이들의 읽기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경험과 사용에 기초한 한자어 형태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어휘품질을 높이는 데 있어 중요하다.

사진 2 <스무 번째 알음알음 강좌가 끝나고 난 뒤>

두 시간 삼십 분 정도 진행된 강의는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막을 내렸다 (사진 2). 수많은 강의 내용 중, ‘어차피’가 한자어라는 사실이 가장 기억에 깊게 남았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한자어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가 존재하고, 한자를 알지 못해도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한자 교육이 아니라 한자어에 대한 더욱 본격적인 연구와 정보가 필요하다. 어차피 한글로 쓰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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