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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대범한 도둑?

by 한글문화연대 2017. 2. 2.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1] 성기지 운영위원

 

신문 기사문이라든가 뉴스, 방송 자막 등에서 우리말을 잘못 쓰는 사례가 아직도 자주 눈에 띈다. 공공 매체의 말글 사용이 국민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관련자들의 주의와 관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례를 들면, 현금인출기 도난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에서 “용의자는 대범하게도 대로변의 현금인출기를 노렸다.”고 말하는데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대범하다’는 말은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으며 너그럽다.”는 뜻의 낱말이다. “고구려인의 대범한 기상” 따위에 부려 쓰는 말이다. 도난 사건에서는 범인이 겁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담력이 크다.”는 뜻의 ‘대담하다’는 말이 어울린다. “용의자는 대담하게도 대로변의 현금인출기를 노렸다.”가 바른 표현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밥을 먹고 탈이 난 것을 두고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라고 보도하는 것도 잘못이다. ‘급식’은 “먹을 것을 공급하는 행위”를 말하지, 먹을 것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때에는 “학교에서 급식한 밥을 먹고”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신문의 사건 관련 기사에서도 전치 몇 주의 ‘부상을 입었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부상’이란 말에 이미 “상처가 생겼다.”는 뜻이 들어 있으므로 올바르지 않다. “부상을 당했다.”라고 하든지, “상처를 입었다.”로 고쳐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피해를 입다’는 말도 “피해를 당하다.”나 그냥 “해를 입다.”로 고쳐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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