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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모, 알, 톨, 매, 벌, 손, 뭇, 코, 쾌

by 한글문화연대 2017. 2. 16.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3] 성기지 운영위원

 

인류가 쓰고 있는 7,000여 종의 언어 가운데 우리말만큼 세는 말이 잘 발달되어 있는 언어도 드물다. 대상의 형태와 특성에 따라 신묘하게 부려 써 온 세는 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외래 언어에 밀려나 이제는 몇몇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쓰이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하나하나 낱개를 셀 때, 요즘에야 거의 한자말 ‘개’로 세고 있지만 본디 그 대상에 따라 세는 말이 달랐다. 가령, 두부나 묵 따위와 같이 모난 물건일 때에는 ‘모’라는 단위명사를 쓰고, 작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것을 셀 경우에는 ‘구슬 한 알’, ‘달걀 한 알’, ‘사과 한 알’처럼 ‘알’이란 단위를 쓴다. 특히, 밤이나 도토리 따위를 셀 때에는 ‘알’이라고도 하지만, ‘밤 세 톨, 도토리 네 톨’처럼 주로 ‘톨’이라는 말을 부려 썼다.


물건에 따라서는 두 낱을 묶어서 세어야 하는 것들도 많다. 두 낱이 서로 짝을 이루는 대상이나 짝이 갖추어진 물건일 경우에는 ‘켤레’나 ‘매’, ‘벌’과 같은 단위들을 쓴다. 예를 들면, 신발을 셀 때에는 ‘켤레’를 쓰고, 젓가락 한 쌍을 셀 때에는 ‘젓가락 한 매’처럼 ‘매’를 쓴다. 옷을 셀 때에도 윗도리와 아랫도리를 묶어서 셀 때에는 ‘치마저고리 한 벌’처럼 ‘벌’이란 단위를 쓴다.


그 밖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묶어서 세는 단위명사들도 있다. ‘손’이나, ‘뭇’, ‘코’, ‘쾌’ 같은 말들은 모두 여러 개를 한 단위로 삼는 것일 때에 사용한다. 주로 수산물을 세는 단위로 널리 쓰이는데 각각의 쓰임새와 단위별로 묶이는 개수는 모두 다르다. ‘손’은 고등어 두 마리를 한 단위로 세는 말인데, 크고 작은 두 마리를 섞는 것이 원칙이다. 손에 잡을 수 있는 양이란 뜻으로 고등어 두 마리를 한 손이라 하였다. ‘조기 한 뭇’은 조기 열 마리를 말하고, ‘낙지 한 코’는 낙지 스무 마리를 말한다. ‘북어 한 쾌’는 북어 스무 마리이고, ‘청어 한 두름’ 하면 청어 열 마리씩 두 줄로 묶은 스무 마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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