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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주책’이 필요한 사람들

by 한글문화연대 2017. 2. 9.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2] 성기지 운영위원

 

‘주책’은 있어야 할까, 없어야 할까? ‘염치’는 좋은 말일까, 나쁜 말일까? 평소에 ‘없다’를 붙여서 주로 좋지 않은 뜻으로 말하다 보니, 어떤 말들은 그 말 자체가 부정어처럼 인식되기가 쉽다. 그러나 우리에게 ‘주책’이나 ‘염치’는 꼭 있어야 하는 덕목이다. 최순실 국정 독차지에 이은 대선 정국이 펼쳐지면서 특히 염치가 없는 사람, 주책이 없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여 가슴이 답답하다.


‘주책없다’는 말에서 ‘주책’은 본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을 뜻하는 낱말이다. 그러니까 그냥 ‘주책’은 꽤 괜찮은 뜻을 가진 말이다. 그러한 주책이 없는 사람이나 행동을 가리켜 ‘주책없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뜻으로 흔히 “너, 왜 그렇게 주책이니?”, “정말 주책이야.” 따위처럼 ‘주책이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책’에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이란 뜻을 보태어 놓았다. 본래는 앞의 문장들을 “너, 왜 그렇게 주책없니?”, “정말 주책없어.” 들처럼 모두 ‘주책없다’로 고쳐서 써야 했지만, 언어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정책에 따라 ‘주책이다’도 허용하게 되었다.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주책이 있어야 하고 염치도 필요하다. ‘염치’라는 말의 뜻은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람들끼리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는 누구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건강할 것이다. 한자말에서 온 이 ‘염치’가 소리가 변하여 ‘얌치’로 쓰이기도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염치/얌치가 없는 사람이고, 염치/얌치가 없는 사람을 우리는 ‘얌체’라고 한다. 따라서 얌체를 가리켜 말할 때에는 ‘염치없다’나 ‘얌치없다’처럼, ‘없다’를 반드시 붙여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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