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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by 한글문화연대 2017. 3. 16.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7]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 ‘밥먹다’가 어느 틈엔가 ‘식사하다’에 밀려나고, ‘휴식하다’가 ‘쉬다’를 밀어내고, ‘나서다’라는 우리말도 ‘출발하다’에 쫓겨나기 직전이다. ‘한자말+하다’투의 말들이 우리말 용언들을 하나둘씩 몰아내는 현상이 이미 오랫동안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한자말에 ‘하다’를 마구 붙여 써서 말하다 보니, ‘하다’를 붙여서는 안 되는 말까지도 이렇게 쓰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기반하다’란 말이다. “민중의 삶에 기반한 민족예술”이라든지, “헌법 정신에 기반한 민주적 제도”와 같은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언론을 통해 퍼뜨려지고 있다. 그러나 ‘기반하다’는 말은 어느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기반’은 “기초가 되는 바탕” 또는 “사물의 토대”를 뜻하는 말인데, 여기에 ‘하다’를 붙여 ‘기반하다’라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민중의 삶에 기반을 둔 민족예술”, “헌법 정신에 바탕을 둔 민주적 제도”처럼, ‘기반을 두다’ 또는 ‘바탕을 두다’ 등으로 고쳐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와 같이 ‘자유케’라는 말이 성경(요한복음서)에서 눈에 띄는데, ‘자유’란 말도 앞에서 말한 ‘기반’처럼 ‘하다’가 붙어 쓰일 수 없는 말이다. 우리말에는 ‘자유하다’란 용언이 없다. 따라서 ‘자유하게’라 쓸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줄인 ‘자유케’라는 말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자유롭게’로 고쳐 써야 한다. 최근에 나온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로 고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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