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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리아리

한글 아리아리 447

by 한글문화연대 2013. 10. 25.

한글문화연대 소식지 447
2013년 10월 24일
발행인 :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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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바른 높임말]사람을 제대로 높일 때 나도 존중받습니다.

요즘 손님을 대하는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의 말투를 들어보면 잘못된 높임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높임말은 사람을 존중하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표현법입니다.
한글문화연대는 올바른 높임말 사용을 위해 작은  책자 "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를 내고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영상은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이나 유투브에서 볼 수 있으며 책자는 이 편지의 붙임문서로 나눕니다.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 [마침]10월 알음알음 강좌-안재홍, 한 민족지성을 위한 변명(안재홍의 한글사용과 민족주의)

■ 주제: 안재홍, 한 민족지성을 위한 변명(안재홍의 한글사용과 민족주의)
■ 강사: 윤대식(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때: 2013년 10월 24일(목) 저녁 7시 30분
■ 곳: 공간 활짝
■ 일제 강점기 비타협 민족주의자 안재홍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비판적 지성으로의 역할, 건국을 위해 분투했던 고단한 삶에 대해 알아 보았습니다.

  ◆ [우리말 이야기]11월 첫째 주 목요일은?_성기지 학술위원

날씨가 추워졌다. 어느덧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쯤이면 한 해 동안 소원했던 벗들의 연락처를 뒤적이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떤 만남이나 모이는 날을 약속할 때에 우리는 ‘몇째 주 무슨 요일’이라는 말을 흔히 쓰게 된다.

11월 달력을 펴보자. 금요일부터 1일이 시작된다. 자연히 8일은 ‘둘째 주 금요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째 주 목요일’은 7일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첫째 주’ 목요일의 바로 다음날이 ‘둘째 주’ 금요일이라는 사실이……. 11월의 경우, 1일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첫째 주’ 목요일은 오지도 않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7일이 될 수도 있다. 한 달이 주중에서 시작될 때, 그 주도 그 달의 한 주로 보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날살이에서 ‘주’라는 말이 정확히 규정되지 않고 사용되고 있으므로, 엄밀히 따지면 어느 쪽의 해석이 맞다 그르다 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법률 조문에서 규정하는 것이 아닌 이상 어느 한 쪽으로 한다고 강제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때에는 ‘첫째 주’ 무슨 요일, ‘둘째 주’ 무슨 요일이란 표현을 바꾸어 보면 어떨까? 이를 그 달의 ‘첫째’ 무슨 요일 또는 ‘둘째’ 무슨 요일로 바꾸면 이러한 혼란이 없어진다. 11월의 첫째 금요일은 1일이다. 그리고 11월의 첫째 목요일은 7일이다. 이처럼 ‘주’를 빼고 표현하면 날짜가 명확해진다.

11월의 첫째 금요일부터 셋째 일요일까지 열이레 동안, 서울시 정동 세실극장에서 ‘샘이 깊은 물’이란 연극이 공연된다. 극단 로뎀에서 무대에 올린 이 연극은 일제강점기에 조선말 큰사전 편찬을 강행하며 일제에 맞서 우리말 우리글 수호에 앞장섰던 조선어학회 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쓸쓸한 저녁 정다운 사람과 함께 100분 동안이나마 한글 사랑과 겨레 사랑에 일생을 바쳤던 그 분들의 치열한 삶과 숭고한 정신을 만나보는 것도 좋으리라.

  ◆ [우리나라 좋은 나라]염통 전문의와 알몸 크로키_김영명 공동대표

고기 파는 음식점 가운데에는 소나 돼지의 각종 부위들을 파는 곳이 있다. 폐, 심장 이런 것들을 판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그런 부위들은 잘 못 먹는다. 그래도 음식은 별로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 편이다. 몇 년 전에 운동하다 갑자기 죽은 코미디언 김형곤은 맛집 찾아 두세 시간씩 다니는 짓이 제일 바보 같다면서 “다 맛있지 않냐?”라고 했다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라도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탐하지는 않는다. 맛없어도 잘 먹는 편이다(마누라여, 복 받을진저!). 맛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아무리 둘이 먹다 하나 죽을 듯이 맛있어도 사람들 버글거리는 데서 한 시간 기다려 부딪혀가며 주문하느라 소리 질러가며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굶는 것을 택한다. 그런 데서는 혈압이 올라 힘들다. 가벼운 공황장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나 돼지의 폐나 심장, 간, 신장 이런 것을 잘 먹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의사들도 많으리라 본다. 염통 전문의, 창자 전문의, 콩팥 전문의 이런 사람들은, 특히 외과의들은 비교적 위험 부담 없고 수익이 높은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사들보다는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외과 지망 의사들이 적어서 문제가 많다고 한다. 특히 몇 해 전 소말리아 해적들과 대적하다 여러 군데 총상을 입은,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 나는 석 선장 같은 이를 살리는 전문 의사들은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한다. 너무 힘들고 병원에 수익도 올려주지 못하여 그렇단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어디 의사들 세계에서 뿐이겠는가?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다 그렇다. 낄낄대는 우스개는 잘 팔려도 심각한 얘기는 잘 안 팔리는 법이다. 인간이 원래 그렇게 유치하고 조잡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일에 특별히 혈관을 세울 일도 아니다.

요즘은 잘 못 듣는 얘기지만 공중목욕탕에 불이 난 일이 종종 있었다. 목욕탕에 불 난 장면을 한 번 상상해 보라.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을 것이다. 여탕에 불이 나서 여자들이 누드로 뛰쳐나왔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는 것 같다. 괜히 성차별이니 성희롱이니 하는 시비에 걸리지 않기 위해 이를 다음과 같이 고친다. 남탕에서 불이 나서 남자들이 누드로 우르르 뛰쳐나왔다고 한다. 그것을 관람하는 다른 남자들은 좀 괴로웠겠다.

미술관에 오랜만에 그림을 구경하러 갔다. 이름을 잘 모르는, 화가가 안 유명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식해서 그 이름을 모르는 화가가 그린 알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건 여자들 알몸이다. 알몸 그림 중에서도 알몸 크로키가 가장 역동적이고 내 맘에 쏙 든다. 나도 저런 그림을, 저것보다는 훨씬 못 그리겠지만, 앞으로 그릴 기회가 있을까? 알몸 얘기를 하다 보니 내가 재직하는 학교 앞의 김밥집에서 파는 알몸 김밥이 생각난다. 김을 밖으로 싸지 않아서 알몸이라고 하나보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그래도 안알몸 김밥보다는 맛이 덜하다.

요즘은 알몸 전성시대인지 이름이 안 알려진 연예인들이 제 이름을 알리기 위해 일부러 노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빨간 양탄자 위를 걷다가 아이쿠 하면서 젖싸개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는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언론에서 다루어준다는 것이다. 아이쿠 참 기발한 생각이다. 그리고 애처로운 생존 전략이다. 그러다가 알몸 화보가 하나 터져주면 한동안 먹고 살 걱정은 없어진다.

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종합 검진을 했다. 기본 검사에 더하여 나는 밥통 내시경을, 아내는 큰창자 내시경을 했다. 수면 내시경이라 정신을 번쩍 뜨니 다 끝나 있었다. 조금 몽롱하게 걸어 나왔다. 밥통이니 큰창자니 염통이니 콩팥, 허파 같은 데가 모두 이상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앞으로 소나 돼지의 특수 부위들, 곧 폐니 간이니 신장이니 먹기를 시도해 볼 것 아닌가? 알몸 크로키도 원 없이 그려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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