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0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나라 축구 대표 팀이 마침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아홉 차례나 끊이지 않고 본선에 올랐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예전에 동네 축구를 할 때 보면, 공을 차다가 운동화가 벗어져 공과 함께 날아가는 일이 흔했다.
이때 “신발 한 짝이 벗어졌다.”고 하는데, 사실 이 말은 바른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신발’이라고 할 때, ‘발’은 ‘손발’이라고 할 때의 그 ‘발’이 아니라, ‘벌’이라는 뜻이다. 옷을 헤아릴 때 쓰는 ‘한 벌’, ‘두 벌’의 그 ‘벌’을 가리킨다. 곧 두 개가 하나로 짝을 이룬 것을 ‘벌’이라고 하는데, ‘신발’의 ‘발’은 이 ‘벌’이 소리가 바뀌어서 ‘발’로 굳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신발’이라고 하면, 신의 한 벌, 즉 신 두 짝 모두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신발 한 짝이 벗어졌다.”는 말은 본디 “신 한 짝이 벗어졌다.”로 해야 바른 표현이 됨을 알 수 있다.
축구 경기 중계를 보다 보면, “저렇게 문전으로 허겁지겁 덤벼들어선 안 되죠, 침착해야 돼요.”라는 해설자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이처럼 ‘허겁지겁’이라는 말은 ‘마음이 급해서 허둥대는 모양’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허겁지겁’이라는 말을 엉뚱하게 쓰기도 한다. 가령, “그녀는 대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자 허겁지겁 뛰어나와 눈물을 글썽이며 상을 받았다.”라고 하는데, 이때에는 ‘허겁지겁’ 대신 ‘헝겁지겁’이란 말을 쓰는 것이 옳다. ‘헝겁지겁’은 ‘좋아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마음이 급해서 허둥대는 ‘허겁지겁’과,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헝겁지겁’을 잘 구별해서 쓰면 우리말이 더욱 가멸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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