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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거꾸로 쓰고 있는 말들

by 한글문화연대 2013. 11. 21.
[아, 그 말이 그렇구나-17] 성기지 운영위원

 

주위에서 보면, 흔히 ‘자문’이란 말을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한다.”라든지, “자문해 주십시오.”, “자문을 받다.”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문을 구하다’나 ‘자문을 받다’는 모두 본디 의도를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제대로 고쳐 쓰면, “전문가에게 00에 대해 자문을 하려고 한다.”로 해야 하고, “자문해 주십시오.”가 아니라 “자문에 답변해 주십시오.”로 표현해야 바른 말이 된다. ‘자문을 받다’라는 말도 “자문에 대답을 받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 ‘자문’이란 낱말은 남에게 의견을 묻는다는 뜻이다. 곧 ‘질문’이라는 말과 뜻과 쓰임이 거의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사 받다’도 이처럼 자기도 모르게 거꾸로 표현하고 있는 말 가운데 하나이다. 요즘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인터뷰를 들어 보면, 가끔 어느 코치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사실을, “OO 코치에게 사사 받았다.”고 말하는 일이 있다. ‘사사’란 말의 본뜻은 ‘가르침’이나 ‘교육’이 아니라, ‘스승으로 섬긴다’는 것이다. ‘사사 받았다’고 하면 ‘스승으로 섬김을 받았다’고 풀이할 수도 있게 되니, 이 말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어느 분을 스승으로 섬긴다는 것은 결국 그분의 가르침을 받게 되는 것이지만, ‘사사’ 자체가 ‘가르침’이나 ‘교육’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사 받았다’는 말은 ‘사사했다’로 고쳐 써야 한다. “OO 코치에게 사사 받았다.”는 말은 “OO 코치를 사사했다.”로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OO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는 말을 “OO 선생에게 사사했다.”로만 고쳐서는 안 되고, 반드시 “OO 선생을 사사했다.”로 고쳐 써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대입 수험생들은 대학 입시 전형으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형 요강에 보니 “O월 O일까지 원서를 접수 받는다.”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 ‘접수’가 이미 ‘받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므로 ‘접수 받다’는 ‘접수하다’로 바로잡아야 하겠다. “원서를 접수 받는다.”가 아니라, “원서를 접수한다.”가 맞다. 그런데, ‘접수’라는 말도 거꾸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 아들이 서울대학에 원서를 접수했어.”라든가, “그 대학에 몇 명이나 원서를 접수했지요?”라는 말은 흔히 들을 수 있는 표현이지만, 모두 우리말을 거꾸로 사용한, 잘못된 표현들이다. ‘접수’라는 말은 신청을 받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학생을 뽑는 대학에서 원서를 접수하는 것이지, 학생이 접수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아들이 서울대학에 원서를 제출했어(냈어).”, “그 대학에 몇 명이나 원서를 제출했지요(냈지요)?”라고 고쳐서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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