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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언니와 아우

by 한글문화연대 2013. 12. 5.

[아, 그 말이 그렇구나-18]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졸업식 노래 가운데,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란 노랫말이 있다. 누나나 형이 아니라 언니이다. 남녀 선배를 통틀어서 그저 언니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는 여자끼리만 언니라는 부름말을 쓴다. 자매지간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여자가 같은 여자인 선배를 부를 때, 심지어는 옷가게나 음식점에서 일하는 여자분들도 모두 언니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이 ‘언니’는 여자끼리만 쓰는 부름말이 아니다.

 

‘언니’는 같은 항렬의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에서 손위인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를 때에 언니라 하는 것처럼,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를 때에도 언니이다. 남자가 손위인 여자를 부를 때에나, 여자가 손위인 남자를 부를 때에는 언니라 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그때는 각각 ‘누나’와 ‘오빠’이다.


이 ‘언니’를 한자말로 바꾸면 ‘형’이다. 곧 형도 언니처럼, 한 항렬에서 남자가 손위 남자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여자가 손위 여자를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동서지간에서 부르는 말을 보면, 남자끼리도 ‘형님’이지만, 여자 동서끼리도 ‘형님’으로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손아래 사람을 부르는 말은 무엇일까? 졸업식 노래에 이런 구절도 나온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이 노랫말에서 보듯, 손아래 사람은 ‘아우’이다. 다만, ‘아우’도 언니의 경우와 같이, 남자가 손아래 남자에게, 여자가 손아래 여자에게 쓸 수 있는 부름말이다. 아우란 부름말은 같은 동성끼리 쓰는 말이라 굳이 성을 나타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남아우’, ‘여아우’란 말이 없는 것이다.


이 ‘아우’를 한자말로 바꾸면 ‘동생’이다. 그런데 지금은 국어사전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같은 항렬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적으면 모두 동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본래 동생이란 부름말은 남자가 손아래 여자를 부르거나, 여자가 손아래 남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출가한 누나가 남자 동생을 부를 때에는 아우가 아니라 동생이라 하고, 오빠도 시집 간 여자 동생을 동생이라 부르는 풍습이 남아 있다.

 

정리하면, ‘형’은 ‘언니’의 한자말이고, 같은 항렬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으면 남자끼리도 ‘언니’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남자끼리나 여자끼리는 손아래를 ‘아우’라 부르고, 남자가 손아래 여자에게 또는 여자가 손아래 남자에게는 ‘동생’이라 부르며, 각각 ‘여동생’, ‘남동생’이라고 가리켜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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