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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 비빔밥(이건범)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가 한자어 인식에 미치는 영향

by 한글문화연대 2018. 8. 7.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가 한자어 인식에 미치는 영향

 

고성룡, 이건범

 

<벼리>
  이 연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한자어에 주석의 형태로 한자를 표기하는 것이 한자어 인식에 도움이 되는지를 언어심리학 실험으로 알아보려 하였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한자어가 포함된 문장과 그 한자어에 대한 주석을 읽게 하고 안구운동을 추적하였다. 한자어에 대한 주석은 문장에 따라 3가지 실험 조건 중 하나로 제시되었는데 각각 1) 한자의 형태와 훈, 음이 모두 제시되는 조건, 2) 한자의 형태 없이 훈, 음만 제시되는 조건, 3) 한자의 형태만 제시되는 조건이었다. 실험 결과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등 인식의 수월성을 보여주는 지표에서 1) 한자의 형태 및 훈, 음 조건과 2) 훈, 음 조건 사이에는 차이가 없고 3) 한자의 형태 조건은 1), 2) 조건보다 인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자의 훈, 음은 한자어 인식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한자의 형태 자체는 인식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제어: 한자어, 한자, 한자어 교육, 교과서, 문장읽기, 안구운동


1. 연구의 배경

 

  2016년 12월,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에 등장하는 일부 한자어에 대하여 교과서 밑단이나 옆단에 한자와 그 음, 뜻을 표기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학습에 도움이 되는 기본 한자 300자를 선별하고 국어 외 교과서에서 주요 학습 용어에 대해 집필진과 심의회가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300자 내에서 한자와 음·뜻을 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여기서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란 각 한자의 뜻이 한자어의 뜻과 가까운 경우이다. 초등 교과서에 실린 한자어 가운데 구성 한자의 뜻이 한자어의 뜻과 가까운, 즉 의미 투명도가 높은 경우는 전체 한자어의 32%에 지나지 않으므로(이건범, 2017:156) 한자 표기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려 한 것이다.
  교육부의 한자 표기 방침은 2014년 9월 24일에 한자교육 활성화를 목표로 초등 교과서 본문에 한자를 병기하려 할 때부터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한쪽에서는 한자어가 우리말 어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므로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한자 병기 방침을 환영하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한자를 아는 것이 한자어의 이해에 꼭 필요하지 않으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는 한자 조기 사교육을 부채질하고 국어기본법에서 규정한 한글전용 원칙을 훼손한다며 우려를 표시하였다. 논란이 거세어지자 교육부에서는 2015년 9월에 교과서 본문에 한자를 병기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거두고, 교과서 밑단 등의 여백에 주석을 달아 한자를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방침을 바꾸었다. 이때부터 교육부에서는 주석 형태로 한자를 적는다는 뜻에 국한하여  ‘한자 표기’라는 다소 넓고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였다.1) 



1) ‘표기’란 문자 또는 음성기호로 언어를 표시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넓은 말이다. 우리말을 어순에 따라 문자로 적던 표기 방식에는 한자와 한글을 섞어 적던 혼용 표기, 한글과 한자 가운데 하나를 주로 하고 나머지를 괄호 속이나 첨자 형태로 적던 병기, 한글만 사용하는 한글전용 표기가 있었다. 교육부에서는 교과서 밑단의 주석에만 한자를 적으려 한 것인데, 이를 ‘한자 표기’라고 말함으로써 교과서 본문에 한자를 병기하는 표기 방식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오해를 부르곤 했다. 교육부 표현대로라면 ‘한자 병기’와 ‘한자 표기’는 완전히 다른 표기 방식이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초등 교과서에 주석 형태로 표기할 한자 300자를 선정하지 못하였고, 2017년 말에는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거부터 ’교과용 도서 편찬 상의 유의점 및 검정 기준‘에 담겨 있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함으로써 한자병기나 한자 주석 표기 확대 방침을 폐기한 것이다. 이 기준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하여 교육 목적상 필요한 경우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 문자를 병기할 수 있다.”는 제한적인 규정인데, 이는 국어기본법 제14조에서 규정한 공문서 한글전용 원칙과 같다. 이 기준에 따라 ’2009교육과정‘부터 초등 교과서에 26자의 한자가 병기되었다가 무분별한 병기라는 비판을 받고 지금은 16자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초등 3~6학년 교과서에 담긴 한자어가 11,000개 이상인 사정에 비추어본다면 한자를 병기한 낱말의 절대 수량이 너무 적어 의미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한자를 병기하였다는 취지가 무색하다.2) 



2) 민현식 등(2003)에 따르면 7차교육과정 당시 초등 1~6학년 전체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는 12,787개였고, 이건범(2017)에 따르면 2009교육과정 때 초등 3~6학년 국어, 사회, 과학, 도덕 네 과목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어는 11,123개였다. 이는 중복 출현을 제외한 집계 결과이다.


  한자 표기가 한자어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해방 뒤 70년 넘게 이어져온지라 개인의 경험과 교육 환경의 차이에 따라 논란을 벌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2016년 11월 24일에 기각 결정을 내리긴 하였으나 한자어는 한자로 적길 요구하는 사람들은 정부 공문서의 한글전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을 상대로 위헌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교육부에서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방침을 없던 일로 했지만, 이의 시행을 요구하며 교육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자 표기 효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즉,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표기하는 것이 초등학생들의 한자어 처리에 도움을 주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연구가 필요하다.


2. 선행 연구 검토

 

한자를 둘러싼 논란은 한자 표기가 한자어 이해에 미치는 영향과 한자 지식이 한자어 이해에 미치는 영향의 두 가지 논점이 뒤섞인 채 일어난다. 앞엣것의 논점은 한자가 표의문자이고 한자어는 한자에 바탕을 두고 만든 낱말이므로, 특히나 동음이의어가 많은 우리말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지 않는다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문자로 표기하지 않은 입말에서 한자어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면 글말에서 이해하지 못할 까닭이 없고, 수학에서 사용하는 ’분자‘와 화학에서 사용하는 ’분자‘처럼 한자마저 ’分子‘로 같은 동음이의어조차 맥락 속 쓰임새로 충분히 구별할 수 있으므로 한자 표기가 필수불가결하지는 않다는 반론이 있다. 뒤엣것의 논점은 문자 표기를 한글전용으로 할 경우에 한자 지식이 없다면 한자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므로 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모든 한자어가 구성 한자의 뜻으로 투명하게 환원되지는 않고, 낱말 이해는 사용 및 체험에 바탕을 두고 상황 맥락에 따라 다채롭게 일어나므로 한자 지식을 동원하여 한자어를 가르치는 전략에 한계가 많다는 반론이 있다.3) 



3) 한자를 중시하는 견해와 이에 반대하는 견해의 주장은 민현식 등(2003)의 174-180을 참고하고, 한자 표기와 한자 교육을 구분하여 논점을 정리하려는 이론적 접근은 이건범(2017) 131-137을 참고하라.


  모든 한자어는 반드시 한자로 적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주요 한자어만 한자로 표기하자는 주장, 주요 한자어에 한자를 병기하자는 주장, 한자를 혼용하거나 병기하지는 않더라도 한자 교육은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이 두 논점은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은 채 한글전용이 국민의 한자 능력을 약화시켜 결국은 문해력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으로 모아진다. 2015년에 교육부의 한자 병기 정책 공청회에서 김경자(2015)는 다음과 같이 한글전용 정책이 국어능력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소개한다.


“결국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한자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를 양산하였고, 이는 청소년들의 국어 능력 저하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비판한다(변경애, 2002; 장호성, 2015). 즉, 한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우리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리말을 맞춤법에 따라 정확하게 표기하는 것을 어려워하게 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는 것이다.” (김경자, 2015:4-5)


  이들은 한글전용이 한자 교육 약화를 가져왔고, 그것이 국어 능력 약화, 특히 문해력의 약화로 이어졌다는 논리를 편다. “韓國內에서는 그 동안 跛行的인 文字政策으로 특히 第二世 國民들이 半文盲의 文字生活을 하고”4) 있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4) 진태하, 2015: 30


  그러나 한글전용 때문에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주장을 증명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만 15세 학생들을 상대로 2000년부터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읽기 부문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늘 최상위 성적을 거두었고, 국제성인역량평가(PIAAC)에서 문해력 부문 성적을 보면 젊은 층의 문해력은 높은 반면, 한자 세대인 노년층의 문해력은 최하위 수준이다.5) 한글전용 세대의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으므로, 문해력 저하 주장은 그저 주관적인 비난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견디기 어렵다.



5) 이건범, 2016: 344-354쪽.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결과는 교육부 누리집, 국제성인역량평가의 결과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종합한 내용은 헌법재판소 발간 문헌에 실려 있다.  https://goo.gl/h1MwWm
  앞의 문해력 저하 주장이 주로 한글전용이라는 문자 표기 측면의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하다면, 한자어 뜻과 구성 한자의 상관성에 대한 검토는 한자의 기능에 관한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라고 할 수 있겠다. 문자 표기 문제를 넘어 한자어의 의미는 구성 한자의 음으로 압축 번역된 한자의 뜻을 이용하여 풀이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한자어의 뜻이 구성 한자의 뜻으로 말끔하게 풀이되지는 않는다. ’애국’은 사랑 애(愛), 나라 국(國)으로 이루어져서 한자 뜻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단체’는 둥글 단(團), 몸 체(體)라서 한자로 뜻을 선명하게 풀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비난’은 아닐 비(非), 어려울 난(難)이라 한자 뜻으로는 낱말 뜻에 전혀 닿지 않는다. 또한 ‘헌법’은 법 헌(憲), 법 법(法)으로 훈이 동어반복인 한자를 포함하고 있어서 한자의 뜻으로 낱말 뜻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처럼 한자어의 뜻과 구성 한자의 뜻 사이의 상관성을 표현하는 기준으로 ‘의미 투명도’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교육부에서 학습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란 ‘각 한자의 뜻이 한자어의 뜻과 가까운 경우’라고 말했는데, 이럴 때 ‘의미 투명도가 높다’고 하거나 ‘의미가 투명하다’고 말한다. 노명희(2008)는 이를 다음과 같이 유형화하여 설명한다.


  “한자어의 두 성분 A, B가 의미 투명도에 따라 전체 한자어의 의미에 반영되는 양상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였다. (1) 투명한 경우, (2) 반투명한 경우, (3) 불투명한 경우. (1)은 [A+B]→[A+B] 유형으로 A와 B의 원래 의미가 그대로 유지되며 의미 합성성의 원리에 부합한다. 여기에는 ‘이용(利用), 표현(表現), 계산(計算)’ 등의 예가 있다. (2)에는 <1> B가 투명하게 인식되는 [A]+[B]→[A'+B] 유형의 ‘모양(模樣), 조사(調査), 사용(使用)’, <2> A가 투명하게 인식되는 [A]+[B]→[A+B'] 유형의 ‘내용(內容), 문제(問題), 의견(意見)’, <3> 새로운 의미가 추가되는 [A]+[B]→[A+B+α] 유형의 ‘친구(親舊), 사진(寫眞)’ 등이 있다. (3)은 [A+B]→[C]처럼 A나 B의 어느 쪽과도 관련짓기 어려운 제3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로 ‘공부(工夫), 문화(文化), 환경(環境)’ 등의 예가 있다.”(노명희 2008:89)


  ‘의미 투명도’는 김왕규(2005), 노명희(2008), 배성봉 등(2012), 이건범(2017)에서 한자어 이해 연구의 잣대로 사용되었다. 김왕규(2005)는 초등 교과서 속 고빈도 한자어 300개의 의미 투명도를 ‘투명’과 ‘불투명’으로 나누어 분류하였고, 노명희(2008)는 이 개념을 ‘투명’, ‘반투명’, ‘불투명’으로 좀 더 세분하였다. 초등 3~6학년 국어, 사회, 과학,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11,023개의 한자어를 의미 투명도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이건범(2017)의 연구에서는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가 전체의 32%임을 밝혔다. 초중등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 학습 용어 575개를 대상으로 의미 투명도를 분석한 허민(2016)의 연구에 따르자면 수학 용어 가운데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는 21%에 그쳤다.
  물론, 의미 투명도는 연구자나 언중 개인의 국어 감수성과 한자 지식, 어휘력의 차이 때문에 엄격하게 적용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한자 하나에 적게는 5개 이상 많게는 20개 이상 뜻이 있으므로 한자 지식의 차이에 따라 의미 투명도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한자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자 지식을 동원하려 할 때는 한자의 다의성이 매우 큰 걸림돌이 되므로, 일반적인 한자 교육, 특히 어린 학생들의 한자 교육에서는 한자의 대표 훈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한자어 의미 투명도 판단에서도 언중의 현실을 반영하여 대표 훈 하나만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6)



6) 김왕규(2005), 이건범(2017)은 대표 훈을 하나로 정하여 한자어의 의미 투명도를 판단한 반면에 노명희(2008)는 그 한자가 국어 단어에서 일관된 의미와 용법을 보인다면 여러 훈을 복수로 인정하여 투명도를 판단하였다. 하지만 노명희는 방법론 차원의 탐색이고 대량의 한자어를 대상으로 의미 투명도를 적용하여 분석하지는 않았다.


  한자어의 의미 투명도와 낱말 이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실험한 연구는 한자 지식의 효능을 좀 더 세밀하게 살필 근거를 제공한다. 배성봉, 이광오, 박혜원(2012)은 한자어의 빈도에 비추어 의미 투명도가 한자어 인지와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였다. 그 결과, 고빈도 단어에서는 의미 투명도가 높은 말과 의미 투명도가 낮은 말 가운데 후자의 단어 인지가 약간 더 유리하여 한자 지식이 효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저빈도 단어에서는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가 의미 투명도가 낮은 한자어보다 단어 인지에서 더 유리하여 한자 지식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자어 이해와 한자 형태소 지식 사이의 관계를 실험한 결과, 저빈도 단어 가운데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는 사전의 풀이를 가르치는 방식보다 구성 한자의 형태소 지식을 알려줌으로써 이해를 촉진할 수 있음을 밝혔다. 다만, 여기서 제시한 한자 형태소 지식이란 한자의 모양이 아니라 한자의 뜻이었다. 한자의 훈을 제시하여 한자어를 학습하게 했을 때 한자어 처리가 향상된다는 실험을 통해 이들은 한자어의 이해를 위해 반드시 한자를 습득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배성봉 등 2012:618).
  의미 투명도가 낮은 한자어는 낱말 이해에 한자 지식을 동원할 수 없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어휘 교육의 관점에서 한자를 활용하는 전략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이건범, 2017). 그렇지만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의 이해에 한자 지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교육부에서도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에 한하여 한자를 표기하겠다고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의 이해에 한자 표기가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배성봉 등(2012)의 연구에서는 한자 자체를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검증하지 않았으므로 교육부의 방침처럼 한자 자체를 제시하는 경우에 한자어 처리가 향상되는지 추가적으로 실험해야 한다. 연구 대상의 측면에서도 배성봉 등(2012)의 연구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교육부 방침의 대상이 되는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 즉, 연구 대상의 나이에 따른 어휘력 차이를 감안하여, 사용 빈도와 관계없이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 이해에 한자의 훈만이 아니라 한자 표기가 도움이 되는지 실험해야 한다. 또한, 배성봉 등(2012)은 제시된 문자열이 우리말에 존재하는 단어인지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비단어인지를 판단하는 어휘 판단 과제를 사용했는데 교과서의 한자어는 문장 속에서 등장하는 만큼 문장을 읽을 때의 언어 처리를 측정하는 것이 더욱 적절한 실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3. 연구 가설

 

  교육부의 한자 표기 방침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방침과 유사하게 문장 속에 등장하는 한자어에 대하여 주석의 형태로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과 다른 조건 사이의 안구운동 양상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자 표기가 한자어 처리에 도움을 주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므로 위의 조건과 비교할 조건으로는 우선 한자 표기가 없다는 점 외에는 모든 것이 동일한 조건, 즉 한자 자체의 표기는 없이 훈과 음만 제시하는 조건이 필요하다. 또, 훈과 음 제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훈과 음은 제시되지 않고 한자만 제시되는 조건도 필요하다. ‘균등’이라는 단어로 예를 들자면, 1) 한자 및 훈, 음 조건(均 : 고를 균, 等 : 무리 등), 2) 훈, 음 조건(고를 균, 무리 등), 3) 한자 조건(均, 等)의 세 가지이다. 이러한 세 조건에 대하여 처리의 수월성을 보여주는 전반적인 안구운동 양상을 비교할 것이다.

 

3.1.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글을 읽을 때 눈의 시선은 한 지점에서 고정(fixation)을 했다가 다른 지점으로 빠르게 도약(saccade)한 후 다시 고정하는 양상을 보인다(Huey, 1908). 이러한 고정과 도약의 안구운동 양상을 측정, 분석하면 자연스럽게 글을 읽을 때의 언어 처리 과정을 추론할 수 있다. 처리가 수월하게 될 때에 비해 처리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고정 시간이 길고 고정 수가 많으며 도약거리가 짧고 글의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회귀(regression)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ayner, 1998).
  배성봉 등(2012)의 주장처럼 한자 자체가 아니라 한자의 뜻이 한자어 인식에 도움을 준다면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과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 사이에는 고정 시간에서 차이가 없고, 이 두 조건이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에 비해 고정 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설 1]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3.2.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

 

  전반적인 안구운동 양상뿐만 아니라 한자어가 잘 인식되었는지를 좀 더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방법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점화 효과를 이용하고자 한다. 점화 효과란 먼저 제시된 자극이 뒤에 제시되는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말한다. 단어들은 서로 관련된 단어들끼리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망의 형태로 인간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고 가정된다(Anderson, 1983; Anderson & Lebiere, 1998; Gillund & Shiffrin, 1984; Raaijmakers & Shiffrin, 1981). 따라서 하나의 단어가 활성화되면 관련된 단어로 활성화가 확산되고 그 결과 뒤에 관련된 단어가 등장한다면 처리가 촉진된다(Meyer & Schvaneveldt, 1971). 실험참가자들이 한자어를 잘 인식했다면 그 한자어와 관련된 단어가 뒤에 나왔을 때 그 단어의 인식이 촉진될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표적 한자어가 포함된 어절 바로 뒤에 그 한자어와 관련된 단어를 배치하여 위의 세 조건 간 단어 인식이 촉진되는 정도를 비교한다. 한자 자체가 아니라 한자의 뜻이 한자어 인식에 도움을 준다면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과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 사이에는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에서 차이가 없고, 이 두 조건이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에 비해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이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설 2]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과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을 나누어 살펴보는 이유는 두 측정치가 다소 다른 처리 과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고정 시간은 문장 전체가 얼마나 수월하게 처리되는지를 보여주는 반면,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은 표적 한자어가 포함된 어절 바로 뒤에 나오는 관련 단어의 인식이 얼마나 촉진되는지를 보여준다.

 

3.3. 의미 이해 정답률

 

  그밖에 실험 결과 분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실험 후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다. 실험 문장에 등장했던 한자어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자어 중 12개를 뽑아서 맞는 의미를 고르는 4지 선다형 질문에 응답하게 한다. 그리고 언어 처리에 독서량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의 독서량에 대한 질문에 응답하게 한다.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과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 사이에는 한자어 의미 이해 질문에 대한 정답률에서 차이가 없고, 이 두 조건이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에 비해 정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설 3] 의미 이해 질문 정답률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3.4. 한자 능력 차이가 미치는 영향

 

  한편, 한자 표기의 효과는 실험참가자의 한자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의 한자 교육이 필수는 아니나 많은 학교가 창의체험 과목을 이용해서 한자를 교육하고 있고 한자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있는 등 초등학생들의 한자 능력은 천차만별일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자 능력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을 구분하여 한자 표기의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한자능력시험 급수를 기준으로 교육부의 표기 대상 한자 300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인 6급 이상의 경우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 준6급 이하이거나 급수가 없는 경우 한자 능력이 낮은 집단으로 구분하여 한자 능력과 한자 표기의 효과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과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 사이에는 위에 언급한 측정치들에서 차이가 없고, 이 두 조건이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에 비해 촉진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한자 자체를 제시하는 것의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즉,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에서는 한자와 그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이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보다 더 큰 촉진 효과를 보이고,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과 나머지 두 조건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4. 연구 방법

 

4.1. 참가자

 

  실험에는 서울시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학생 39명이 참가하였다. 이 중 20명은 한자능력시험 6급 이상을 보유한 학생으로서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으로 분류되었고, 19명은 한자능력시험 준6급 이하를 보유하거나 급수를 보유하지 않은 학생으로서 한자 능력이 낮은 집단으로 분류되었다. 필요한 참가자의 수는 본 연구처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문장을 읽을 때 안구운동을 추적하는 실험을 실시한 고성룡, 윤소정, 민철홍, 최경순, 고선희, 황민아(2010)를 참고하여 산출하였다. 고성룡 등(2010)에서는 17명의 참가자가 실험에 참여하였으므로 본 연구에서도 집단별로 약 17명의 참가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모든 참가자의 나안 혹은 교정시력은 정상이었다. 한자 능력이 낮은 집단의 참가자 중 2명은 문장 읽기 실험 중 제시된 간단한 이해 확인 문제의 정답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각각 46%와 69%) 문장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서 분석에서 제외하였다.7) 따라서 분석의 대상이 된 참가자는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 20명, 한자 능력이 낮은 집단 17명, 총 37명이었다.



7) 이해 확인 문제는 실험 중 문장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서 문장을 읽으면 쉽게 정답을 맞힐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이었다. 또, 두 보기 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답을 모르고 응답해도 평균 50%의 정답률이 나오게 된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정답률이 75% 미만인 참가자는 문장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4.2. 자극

 

  초등학교 6학년 도덕, 수학, 사회,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2음절 한자어 중 각 한자의 뜻이 한자어 전체의 뜻과 유사한, 즉, 의미 투명도가 높은 한자어 90개를 표적 한자어로 선택했다. 과목별로는 도덕 21개, 수학 20개, 사회 27개, 과학 22개였다. 교육부에서 한자 표기의 목적으로 학습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들었으므로, 자극의 재료가 될 낱말은 초등교사들의 조언에 따라 학습 중요도가 높은 한자어 46개, 보통인 것 29개, 낮은 것 15개를 골랐다.8) 선정한 낱말 목록은 다음과 같다.



8) 초등교육과정에 등장하는 단어의 학습 중요도를 매긴 공식 자료는 없으므로 대상 단어는 현장 교사 2명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선정하였다. 여기서 학습 중요도는 참고 사항일 뿐이고, 한자 표기가 한자어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하는 데에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 도덕 21개(학습중요도 높음 6개, 보통 8개, 낮음 7개)
  ■ 학습중요도 높음- 분단(分斷), 인류(人類), 자긍(自矜), 자비(慈悲), 자존(自尊), 중재(仲裁) ■ 학습중요도 보통- 간접(間接), 감명(感銘), 국방(國防), 보상(報償), 부당(不當), 자치(自治), 후회(後悔), 휴전(休戰) ■ 학습중요도 낮음- 가사(家事), 관람(觀覽), 압력(壓力), 여유(餘裕), 추억(追憶), 충동(衝動), 허탈(虛脫)
  ○ 수학 20개(학습중요도 높음 14개, 보통 6개)
  ■ 학습중요도 높음- 공간(空間), 도면(圖面), 도형(圖形), 등식(等式), 모형(模型), 미만(未滿), 반원(半圓), 배열(配列), 분모(分母), 소수(小數), 수직(垂直), 원주(圓周), 직각(直角), 표면(表面) ■ 학습중요도 보통- 분류(分類), 선분(線分), 연결(連結), 전개(展開), 초과(超過), 합동(合同)
  ○ 사회 27개(학습중요도 높음 12개, 보통 8개, 낮음 7개) )
  ■ 학습중요도 높음- 교류(交流), 납세(納稅), 대양(大洋), 대전(大戰), 분립(分立), 선거(選擧), 소망(所望), 의무(義務), 이의(異議), 자국(自國), 정의(正義), 확산(擴散) ■ 학습중요도 보통- 균등(均等), 기지(基地), 내전(內戰), 성분(成分), 자문(諮問), 작동(作動), 채택(採擇), 현지(現地) ■ 학습중요도 낮음- 보위(保衛), 불의(不義), 전문(前文), 지인(知人), 추돌(追突), 해설(解說), 황사(黃沙)
  ○ 과학 22개(학습중요도 높음 14개, 보통 7개, 낮음 1개) )
  ■ 학습중요도 높음- 가상(假想), 공생(共生), 관찰(觀察), 균형(均衡), 근시(近視), 병렬(竝列), 분해(分解), 생태(生態), 소비(消費), 원시(遠視), 자전(自轉), 직렬(直列), 해수(海水), 행성(行星) ■ 학습중요도 보통- 광학(光學), 발아(發芽), 소화(消化), 입자(粒子), 첨단(尖端), 학설(學說), 해부(解剖) ■ 학습중요도 낮음- 수면(水面)


  표적 한자어를 선택한 후 각 한자어가 들어가는 문장을 만들었다. 이때 표적 한자어의 다음 어절에는 표적 한자어와 의미적으로 관련된 단어가 들어가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표적 한자어가 ‘균등’이라면 ‘균등’이 들어 있는 어절의 다음 어절에는 의미적으로 관련된 단어인 ‘공평’이 들어가도록 하였다. 실험에 사용된 90개의 문장은 ‘부록 1’에 제시하였다.

 

4.3. 도구

 

  안구 운동은 EyeLink II(캐나다, 온토리오)로 추적했다. 이 장비는 동공을 추적하는 비디오기반 추적 장치로, 눈의 위치를 초당 500번 파악하며, 최대 공간 해상도가 시각 0.01도였다. 문장은 삼성 모니터 800 × 600 해상도에서 20포인트 한컴돋움체로 제시되었다. 참가자들은 제시된 문장을 두 눈으로 읽었지만 오른쪽 눈의 안구 운동만을 측정하였다.

 

4.4. 절차

 

  참가자는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안구운동 추적 장치를 착용하고, 눈의 위치가 정위(calibration)9) 되었다. 정위는 화면에 9개의 점이 제시되는 절차를 사용하여 실시하였고 정위와 확인 절차 후에 9문장의 연습 시행을 실시하였다. 연습 시행 후 본 시행으로 총 90개의 실험문장이 제시되었다. 문장에 포함된 표적 한자어는 교육부의 방안처럼 굵은 글씨로 표시되었다.



9) 정위(calibration)란 실험참가자의 눈이 보고 있는 위치와 안구운동 추적 장치가 측정하는 위치를 서로 맞추기 위한 절차를 말한다.


  각 문장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제시되었다. 처음에는 문장에서 표적 한자어가 포함된 어절까지와 표적 한자어에 대한 주석만 화면에 표시된다. 이때 주석은 교과서 밑단에 따로 제시되는 것처럼 문장 아래에 한 줄을 띄고 제시된다. 그 후 실험참가자가 아래쪽에 나타나는 주석으로 시선을 이동하면 문장의 나머지 부분이 마저 제시된다. 또, 주석은 1) 한자어의 구성 한자 및 훈, 음을 제시하는 조건, 2) 한자 자체는 제시하지 않고 훈, 음만 제시하는 조건, 3) 훈, 음은 제시하지 않고 한자만 제시하는 조건의 세 조건으로 나뉘어 제시되었다. 문장 제시 방식 및 조건에 대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전체 문장 :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 처음에 제시되는 내용 :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 참가자가 주석을 본 후 제시되는 내용 :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 주석 조건
  1) 한자 및 훈, 음 조건 - 均 : 고를 균, 等 : 무리 등
  2) 훈, 음 조건 - 고를 균, 무리 등
  3) 한자 조건 - 均, 等


  문장과 주석이 화면에 제시되는 방식을 조건별로 나타내면 아래 예시와 같다.


  1) 한자 및 훈, 음 조건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均 : 고를 균, 等 : 무리 등


2) 훈, 음 조건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고를 균, 무리 등


3) 한자 조건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均, 等


  한 참가자는 조건별로 30문장씩 세 조건을 모두 경험하게 되며 문장별 조건 배정은 참가자별로 역균등화(counter-balanced)10) 되었다. 문장이 나타나는 순서는 무작위이며 참가자들이 문장을 이해하면서 읽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문장의 약 1/4에 대해 문장을 읽은 후 간단한 이해 확인 문제를 제시하였다.



10) 역균등화(counter-balanced)란 실험참가자의 순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조건을 다르게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는 1, 4, 7…번째 참가자의 경우에 1, 4, 7…번째 문장은 조건 1에, 2, 5, 8…번째 문장은 조건 2에, 3, 6, 9…번째 문장은 조건 3에 배정되었고, 2, 5, 8…번째 참가자의 경우에 1, 4, 7…번째 문장은 조건 3에, 2, 5, 8…번째 문장은 조건 1에, 3, 6, 9…번째 문장은 조건 2에 배정되었으며, 3, 6, 9…번째 참가자의 경우에 1, 4, 7…번째 문장은 조건 2에, 2, 5, 8…번째 문장은 조건 3에, 3, 6, 9…번째 문장은 조건 1에 배정되었다. 역균등화를 한 이유는 모든 실험문장에 대해 3가지 조건이 균등하게 배정되도록 하여 특정 문장이 특정 조건과 결합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혼입 효과(실험에서 검증하려고 하는 변인이 아닌 제3의 변인에 의한 효과)를 상쇄하는 데에 있다. 


  문장 읽기 실험이 끝난 후에는 참가자가 실험문장에 등장했던 한자어의 의미를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문제 12개와 평소 독서량을 묻는 질문 1개로 구성된 설문지(총 13문항)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의미 이해 문제는 실험문장에 등장했던 한자어 중 실험 조건 당 4개씩 총 12개를 골라 그 의미를 4지 선다형으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하였다. 설문지는 ‘부록 2’에 제시되어 있다.


5. 연구 결과

 

  분석의 대상이 된 참가자 37명의 문장 이해 확인 문제 정답률은 모두 75% 이상이었고 평균은 88%(표준편차 10%)였다. 실험 결과에 따라 가설을 검토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5.1.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측정 결과

 

[가설 1]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을 분석한 결과, 가설과 같이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훈, 음 조건은 유사하고 한자 조건은 앞의 두 조건보다 길게 나타났다.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훈, 음 조건 사이의 수치상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고(t = 1.77 11)) 한자 조건의 고정 시간은 나머지 두 조건보다 유의미하게 길었다(한자 및 훈, 음 조건과의 차이 : t = 7.49, 훈, 음 조건과의 차이 : t = 7.12). 한편,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결과 양상은 유사했다. 평소 독서량 또한 결과 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1) 통상적으로 t 값의 절댓값이 2 이상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본다.

 

<표 1>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측정 결과
단위 : ms(밀리초), 괄호 안은 표준편차

나눔

 한자 및 훈, 음 조건

 훈, 음 조건

 한자 조건

 전체 평균

 235(40)

 239(43)

 261(50)

 한자 능력 높은 집단의 평균

 239(30)

 241(33)

 267(43)

 한자 능력 낮은 집단의 평균

 230(51)

 237(54)

 253(57)


5.2.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 측정 결과

 

[가설 2]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관련 단어에 대한 고정 시간 측정치로 첫고정시간(해당 단어에 대한 첫 고정의 시간)을 분석한 결과 가설과 같이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훈, 음 조건은 유사하고 한자 조건은 한자 및 훈, 음 조건보다 길게 나타났다(t = 2.26).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훈, 음 조건 사이의 수치상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t = 1.04). 이는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훈, 음 조건에서 한자 조건에 비해 한자어 인식이 촉진되어 그 한자어와 관련된 단어에 대한 점화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의 결과 양상은 유사했다. 평소 독서량 또한 결과 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표 2> 관련 단어에 대한 첫고정시간 측정 결과

단위 : ms, 괄호 안은 표준편차

나눔

 한자 및 훈, 음 조건

 훈, 음 조건

 한자 조건

 전체 평균

 243(45)

 249(36)

 263(45)

 한자 능력 높은 집단의 평균

 238(38)

 246(34)

 264(39)

 한자 능력 낮은 집단의 평균

 248(54)

 253(38)

 261(53)


5.3. 의미 이해 정답률 결과

 

[가설 3] 의미 이해 질문 정답률 : 한자 및 훈, 음 조건 = 훈, 음 조건 > 한자 조건


  세 조건의 정답률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의미 이해 질문은 조건 당 4개씩 총 12개밖에 되지 않았고 보조적인 자료로서 실시한 것이므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표 3> 의미 이해 질문 정답 수의 평균

단위 : 4문제 중 맞은 개수, 괄호 안은 표준편차

나눔

 한자 및 훈, 음 조건

 훈, 음 조건

 한자 조건

 전체 평균

 3.30(0.81)

 3.19(0.88)

 3.27(1.04)

 한자 능력 높은 집단의 평균

 3.30(0.80)

 3.05(0.89)

 3.50(0.89)

 한자 능력 낮은 집단의 평균

 3.29(0.85)

 3.35(0.86)

 3.00(1.17)

 

6. 결론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의 분석에서 1)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2) 훈, 음 조건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한자어에 대한 주석에 한자의 모양을 표기하는 것이 전반적인 문장 이해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한자어와 관련된 단어에 대한 점화 효과 분석에서도 1) 한자 및 훈, 음 조건과 2) 훈, 음 조건 사이에 고정 시간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두 조건에서 관련 단어에 대한 점화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것으로 앞의 한자어가 한자 모양 표기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유사한 정도로 수월하게 처리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에, 문장 전체의 고정 시간 평균 분석과 관련 단어에 대한 점화 효과 분석에서 모두 3) 한자 조건은 나머지 두 조건보다 고정 시간이 길었다. 이는 한자의 모양 표기가 문장 및 단어의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러한 결과 양상은 한자 능력이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에서 유사하게 나타났다. 즉, 한자 표기의 대상이 되는 한자들을 읽을 수 있는 한자능력시험 6급 이상의 학생들도 한자의 모양 표기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합하면, 이 연구의 결과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의 모양을 표기하는 것이 한자어 이해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 연구는 문장과 주석을 읽어 가면서 나타나는 즉각적인 효과만을 검증한 것이므로 장기적으로 한자를 학습시켰을 때의 결과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의 방침에서도 교과서에 표기하는 한자는 암기나 시험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고 밝혔으므로 실제로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한자를 접하는 방식은 이 연구에서와 같이 한번 보고 넘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구나 교육부에서는 사교육 유발 등을 우려하여 한 단원에 0~3건의 주석 표기를 추진할 방침이었으므로 반복 노출에 따른 한자 학습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에 해당 용어의 학습과 관계없이 일어날 조기 한자 사교육과 선행 학습 부담 등 학습 과정 바깥에서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는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한자의 모양 표기가 한자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와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가 부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당초 교육부에서 한자 표기 방침을 검토하면서 기초 연구를 시행하지 않은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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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1 : 실험 문장 및 주석 12)



12) 여기서 주석은 세 가지 조건 중 한자 및 훈, 음 조건을 기준으로 표시하였다. 또, 실험에서는 문장과 주석 사이에 한 줄을 띄었으나 여기서는 문장과 주석 사이의 빈 줄을 생략하였다.


1. 변의 길이를 알면 합동인 삼각형을 찾아낼 수 있다.
   合 : 합할 합, 同 : 한가지 동
2. 공식을 이용하면 반원의 지름을 알 때 넓이를 구할 수 있다.
   半 : 반 반, 圓 : 둥글 원
3. 열다섯 명 미만의 적은 사람으로는 할인이 안 된다.
   未 : 아닐 미, 滿 : 찰 만
4. 과학의 한 분야인 광학에서는 반사와 같은 빛의 성질을 연구한다.
   光 : 빛 광, 學 : 배울 학
5.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자전으로 지구는 항상 돌고 있다.
   自 : 스스로 자, 轉 : 구를 전
6. 두 생물의 공생이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말한다.
   共 : 한가지 공, 生 : 날 생
7. 대통령은 기회의 균등으로 공평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均 : 고를 균, 等 : 무리 등
8. 시리아는 지금 내전과 갈등을 겪고 있다.
   內 : 안 내, 戰 : 싸움 전
9. 어떤 나라든지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自 : 스스로 자, 國 : 나라 국
10. 약소국은 강대국이 가하는 압력으로 억지로 조약을 맺기도 한다.
    壓 : 누를 압, 力 : 힘 력
11. 십 년 만의 휴전으로 평화가 찾아왔다.
    休 : 쉴 휴, 戰 : 싸움 전
12. 일을 하다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노동청에 신고한다.
    不 : 아닐 부, 當 : 마땅 당
13. 천문학자들은 옛날부터 행성의 이동을 기록해 두었다.
    行 : 다닐 행, 星 : 별 성
14.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과 실험을 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觀 : 볼 관, 察 : 살필 찰
15. 편식은 영양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均 : 고를 균, 衡 : 저울대 형
16. 오늘날에는 심한 근시도 안경으로 교정할 수 있다.
    近 : 가까울 근, 視 : 볼 시
17. 생물학자들은 동물을 해부하여 신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
    解 : 풀 해, 剖 : 쪼갤 부
18. 전구 두 개를 병렬로 이으면 하나를 빼도 전류가 흐른다.
   竝 : 나란히 병, 列 : 벌일 렬
19. 고장난 시계를 분해하면 부품을 교체하여 고칠 수 있다.
   分 : 나눌 분, 解 : 풀 해
20.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첨단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尖 : 뾰족할 첨, 端 : 끝 단
21. 건강을 유지하려면 에너지의 소비와 생산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한다.
    消 : 사라질 소, 費 : 쓸 비
22. 배 속에 있는 소장은 소화된 음식을 흡수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消 : 사라질 소, 化 : 될 화
23. 우리가 볼 수 있는 수면은 바다의 가장 윗부분이다.
    水 : 물 수, 面 : 낯 면
24. 과학 시간에 배우는 발아는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을 말한다.
    發 : 필 발, 芽 : 싹 아
25.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원시는 안과에서도 치료하기 어렵다.
    遠 : 멀 원, 視 : 볼 시
26. 회로를 만들 때 직렬로 전지를 잇는 방법이 있다.
    直 : 곧을 직, 列 : 벌일 렬
27. 여러 동식물의 생태는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生 : 날 생, 態 : 모습 태
28. 소설 속 이야기는 가상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진짜 일어난 일은 아니다.
    假 : 거짓 가, 想 : 생각 상
29. 학자들은 여러 학설을 연구하여 맞는 것을 가려내려고 한다.
    學 : 배울 학, 說 : 말씀 설
30.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에는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海 : 바다 해, 水 : 물 수
31. 물질을 이루는 입자는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粒 : 낟알 립, 子 : 아들 자
32.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間 : 사이 간, 接 : 이을 접
33. 현대 사회에서 국방은 군인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國 : 나라 국, 防 : 막을 방
34. 칠십 년이 넘은 분단이 통일을 어렵게 한다.
    分 : 나눌 분, 斷 : 끊을 단
35.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면 자긍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
    自 : 스스로 자, 矜 : 자랑할 긍
36. 사고에 대한 보상은 손해를 메꿀 수 있어야 한다.
    報 : 갚을 보, 償 : 갚을 상
37. 약 4만 년 전 인류는 진화를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人 : 사람 인, 類 : 무리 류
38. 일제 강점기 우리 조상들은 자치와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다.
    自 : 스스로 자, 治 : 다스릴 치
39. 사회 속에서 살기 위해서는 충동을 억누르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衝 : 찌를 충, 動 : 움직일 동
40. 국제기구의 중재로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仲 : 버금 중, 裁 : 마를 재
41. 왕은 도적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용서해 주었다.
    慈 : 사랑 자, 悲 : 슬플 비
42.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자존을 지킨 조상들을 기억해야 한다.
    自 : 스스로 자, 尊 : 높을 존
43. 헌신적인 소방관의 이야기에 감명을 깊이 받고 소방관의 꿈을 키웠다.
    感 : 느낄 감, 銘 : 새길 명
44. 매일 해야 하는 가사에는 설거지, 청소 등이 있다.
    家 : 집 가, 事 : 일 사
45. 어렸을 때 관람한 영화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觀 : 볼 관, 覽 : 볼 람
46. 사람은 때때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필요도 있다.
    餘 : 남을 여, 裕 : 넉넉할 유
47. 옛날 사진을 보면 추억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된다.
    追 : 쫓을 추, 憶 : 생각할 억
48. 경기에 지고 허탈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虛 : 빌 허, 脫 : 벗을 탈
49.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잘못은 애초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後 : 뒤 후, 悔 : 뉘우칠 회
50. 임무를 마친 후 기지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基 : 터 기, 地 : 땅 지
51. 명나라의 정화는 대양을 건너서 아프리카까지 갔다.
    大 : 큰 대, 洋 : 큰바다 양
52. 프랑스는 두 차례의 대전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힘썼다.
    大 : 큰 대, 戰 : 싸움 전
53. 에너지 정책에 대해 자문할 전문가가 많이 있다.
    諮 : 물을 자, 問 : 물을 문
54.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보위는 군대의 주요 임무이다.
    保 : 지킬 보, 衛 : 지킬 위
55. 용기를 내어 불의에 맞선 사람들은 존경을 받는다.
    不 : 아닐 불, 義 : 옳을 의
56. 민주 시민이라면 선거에서 투표하는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選 : 가릴 선, 擧 : 들 거
57. 화학자들은 물질을 분석해서 성분의 목록을 기록해 둔다.
    成 : 이룰 성, 分 : 나눌 분
58. 열심히 노력하면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所 : 바 소, 望 : 바랄 망
59. 민주 국가에서 삼권 분립은 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해 준다.
    分 : 나눌 분, 立 : 설 립
60. 학급 회의에서는 이의나 반대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異 : 다를 이, 議 : 의논할 의
61.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納 : 들일 납, 稅 : 세금 세
62. 설명서를 읽으면 기계를 작동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作 : 지을 작, 動 : 움직일 동
63.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을 읽으면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前 : 앞 전, 文 : 글월 문
64. 어느 시대에나 정의를 지키려는 영웅은 존재한다.
    正 : 바를 정, 義 : 옳을 의
65. 최근에는 점점 황사나 먼지 때문에 공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
    黃 : 누를 황, 沙 : 모래 사
66, 결혼식에는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들을 초대하여 축하를 받는다.

    知 : 알 지, 人 : 사람 인
67. 자유와 권리에는 의무와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義 : 옳을 의, 務 : 힘쓸 무
68. 어려운 내용을 쉬운 해설로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解 : 풀 해, 說 : 말씀 설
69. 국제연합 회의에서 채택된 안건은 경제 개발을 위한 것이었다.
    採 : 캘 채, 擇 : 가릴 택
70. 여행을 할 때에는 현지의 원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現 : 나타날 현, 地 : 땅 지
71. 자동차 두 대의 추돌로 부서진 부품들이 도로에 떨어졌다.
    追 : 쫓을 추, 突 : 갑자기 돌
72. 미래에는 국제 교류와 소통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交 : 사귈 교, 流 : 흐를 류
73. 소문은 순식간에 확산되어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擴 : 넓힐 확, 散 : 흩을 산
74. 좌표를 알면 공간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空 : 빌 공, 間 : 사이 간
75. 건축가는 컴퓨터로 도면을 설계하여 건물을 짓는다.
    圖 : 그림 도, 面 : 낯 면
76. 몇 가지 수치를 알면 도형의 모양을 결정할 수 있다.
    圖 : 그림 도, 形 : 모양 형
77. 양변에 같은 수를 더해도 등식은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等 : 무리 등, 式 : 법 식
78. 같은 물건을 많이 만들 때에는 모형을 본떠서 만들어 내기도 한다.
    模 : 본뜰 모, 型 : 모형 형
79. 공사를 할 때에는 연결한 전선을 잘 처리해야 한다.
    連 : 잇닿을 련, 結 : 맺을 결
80. 물체나 물질의 분류란 비슷한 것끼리 묶는 것을 말한다.
    分 : 나눌 분, 類 : 무리 류
81. 분수를 쓸 때 분모는 아래에 써야 한다.
    分 : 나눌 분, 母 : 어머니 모
82. 자를 사용하면 선분의 길이를 잴 수 있다.
    線 : 줄 선, 分 : 나눌 분
83. 수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소수를 점으로 표시해 왔다.
    小 : 작을 소, 數 : 셈 수
84. 도시 지역에는 수직으로 만나는 도로들이 많이 있다.
    垂 : 드리울 수, 直 : 곧을 직
85. 도서관에는 책들의 배열이 가지런하게 되어 있다.
    配 : 나눌 배, 列 : 벌일 렬
86. 동심원을 그리면 안쪽으로 갈수록 원주가 짧은 원이 만들어진다.
    圓 : 둥글 원, 周 : 두루 주
87. 두 도로가 직각으로 교차하는 곳에는 신호등이 있다.
    直 : 곧을 직, 角 : 뿔 각
88. 십억 명을 초과하는 많은 인구가 중국에 산다.
    超 : 뛰어넘을 초, 過 : 지날 과
89. 미국의 우주 비행사가 달의 표면에 닿는 장면은 전세계에 방송되었다.
    表 : 겉 표, 面 : 낯 면
90. 복잡해 보이는 식을 전개하여 계산하는 것도 원리만 알면 어렵지 않다.
    展 : 펼 전, 開 : 열 개


부록 2 : 설문지 및 의미 이해 질문


참여자 번호 :
나이 : 만 (     )세  성별 : 남/여
시력 : 나안/교정 왼쪽 (     ) 오른쪽 (     )


(1~12) 다음 낱말의 뜻으로 올바른 것을 고르시오.


1. 균등
① 광합성을 하지 않는 하등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② 생물체 가운데 가장 미세하고 가장 하등에 속하는 단세포 생활체
③ 고르고 가지런하여 차별이 없음
④ 차별이 있어 고르지 아니함


2. 광학

① 빛의 성질과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
② 물질의 조성과 구조, 성질 및 변화, 제법, 응용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③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터
④ 남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여 비밀로 쓰는 방


3. 합동
① 둘 이상의 것이 합쳐져서 하나가 됨
② 어떤 단체나 모임의 모든 사람
③ 두 개의 도형이 크기와 모양이 같아 서로 포개었을 때에 꼭 맞는 것
④ 서로 의견이 일치함


4. 압력
① 권력이나 세력에 의하여 타인을 자기 의지에 따르게 하는 힘
② 액체의 표면이 스스로 수축하여 가능한 한 작은 면적을 취하려는 힘
③ 당기거나 당겨지는 힘
④ 지구 위의 물체가 지구로부터 받는 힘


5. 반원
① 일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던 파동이 다른 물체의 표면에 부딪혀서 나아가던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현상
② 주로 원예 작물을 심어 가꾸는 농장
③ 일정한 점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점의 자취
④ 원을 지름으로 이등분하였을 때의 한쪽


6. 내전

① 김치를 썰어 넣고 부친 전
② 생선을 재료로 하여 부친 전
③ 전쟁이 끝남
④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


7. 자전
① 천체가 스스로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함
② 한 천체가 다른 천체의 둘레를 주기적으로 도는 일
③ 예전에, 종에 상대하여 그 주인을 이르던 말
④ 장소나 주소 따위를 다른 데로 옮김


8. 휴전
① 서로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함
② 교전국이 서로 합의하여, 전쟁을 얼마 동안 멈추는 일
③ 일정한 범위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전쟁
④ 한정된 지역에서 일어나는 전쟁


9. 미만
① 일정한 수나 한도 따위를 넘음
② 정한 수효나 정도에 차지 못함
③ 같은 수를 두 번 곱함
④ 나누어 똑 떨어지지 아니하고 남는 수


10. 부당
① 어떤 내용이나 사실이 옳거나 그러하다고 인정함
② 어떤 내용이나 사실을 옳거나 그러하다고 인정하지 아니함
③ 판단이나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알맞음
④ 이치에 맞지 아니함


11. 공생
① 다른 동물을 잡아먹음
② 서로 다른 종류의 생물이 함께 생활하며, 한쪽이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해를 입고 있는 일
③ 종류가 다른 생물이 같은 곳에서 살며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사는 일
④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아감


12. 자국
① 자기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
② 자기 나라
③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
④ 병력이 강하고 영토가 넓어 힘이 센 나라


13. 교과서나 학습 교재를 제외하고 평소에 책을 얼마나 읽는지 다음 보기에서 고르시오.
① 한 달에 한 시간 미만
② 한 달에 한 시간 이상 ~ 한 달에 두 시간 미만
③ 한 달에 두 시간 이상 ~ 일주일에 한 시간 미만
④ 일주일에 한 시간 이상 ~ 일주일에 두 시간 미만
⑤ 일주일에 두 시간 이상 ~ 이틀에 한 시간 미만
⑥ 이틀에 한 시간 이상 ~ 하루에 한 시간 미만
⑦ 하루에 한 시간 이상


- Effects of Presenting Chinese Characters in Elementary School Textbooks on Sino-Korean Word Recognition -


<abstract>


This study conducted a psycholinguistic experiment to investigate whether presenting Chinese characters for Sino-Korean words as footnotes in elementary school textbooks would facilitate the recognition of the Sino-Korean words. Fifth-grade elementary school students read sentences containing the Sino-Korean words appearing in the 6th grade elementary school textbooks and footnotes on the Sino-Korean words, while the eye movements were tracked. The footnote on the Sino-Korean word in each sentence was presented according to one of the following experimental conditions: 1) presenting the forms, meanings, and sounds of the Chinese characters, 2) presenting the meanings and sounds of the Chinese characters without presenting the forms, 3) presenting only the forms of the Chinese characters. The result showed that there were no differences between the conditions 1) and 2), whereas the participants had difficulty in Sino-Korean word recognition in the condition 3) compared with the conditions 1) and 2), as indicated in the indices for recognition fluency such as average fixation duration of the sentence. This indicates that the forms of Chinese characters does not facilitate the recognition of Sino-Korean words while the meanings and sounds may facilitate the recognition.


* key words: Sino-Korean word, Chinese character, Sino-Korean word education, textbook, sentence reading, eye movement

 

<글쓴이 정보>
이름 : 고성룡 / Sungryong Koh
주소 : [08826]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소속 :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누리편지 : koh@snu.ac.kr

 

이름 : 이건범 / Keonbum Lee
주소 : [04157]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37길 46
소속 :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대표
누리편지 : thistig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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