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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늘찬배달 요금이 얼마인가요?”-변용균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8. 8. 21.

“늘찬배달 요금이 얼마인가요?”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변용균 기자
gyun1157@naver.com

  “늘찬배달 요금이 얼마인가요?”
 “귀족야영 가자!”

 

위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대부분은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 쉽게 들어보지 못한 ‘늘찬배달’ 과 ‘귀족야영’ 때문일 것이다. 만약 “퀵서비스 요금이 얼마인가요?”, “글램핑 가자!”라고 제시했으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늘찬배달’은 퀵서비스(quick service)를 ‘귀족야영’은 글램핑(glamping←glamorous+camping)을 각각 순화한 말이다.

 

  순화어란 지나치게 어려운 말이나 비규범적인 말, 외국어 따위를 알기 쉽고 규범적인 상태로 또는 고유어나 쉬운 한자어로 다듬은 말을 이른다. ‘퀵서비스’와 ‘글램핑’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하는 젊은 층은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데 굳이 우리말로 다듬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 이 단어들은 분명 쉽게 이해하지 못할 낯선 말일 것이다. 그렇기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 다듬기’를 진행하고 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고자 하는 뜻에는 분명 큰 의미가 있고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나온 ‘늘찬배달’과 ‘귀족야영’은 오히려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순화어가 되었다. 2005년에는 블루투스(blue tooth)를 ‘쌈지무선망’으로 순화했다가 2014년에 문체부의 심의를 거쳐 다시 블루투스로 표준화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어 대중들이 실제로 사용하기 힘든 순화어가 많이 있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인 만큼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을 때 단순히 의미만 끼워 맞추는 식보다는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말을 찾거나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순화 작업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도 더 많아져야 한다.

 

  순화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많은 사람이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이기에 순수 우리말, 즉 고유어로 바꾸는 것이 순화 작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순화 작업에는 고유어를 활용할 수도 있고 한자어를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고유어와 한자어를 조합한 순화어도 있다. 아주 가끔은 외국어를 활용해서 순화작업을 한다. 물론 이때 활용된 외국어는 완전히 우리말로 정착한 외래어여야 한다. 결국 순화어란,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우리말을 활용하여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사용하고 쉽게 이해하기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말을 다듬는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순화어 중에 앞에서 언급한 ‘늘찬배달’, ‘귀족야영’과 같이 널리 쓰이지 못하는 순화어가 있다면 반대로 널리 쓰이게 된 순화어도 여럿 있다. 리플(reply)을 ‘댓글’, 스모킹 건(smoking gun)을 ‘결정적 증거’ 그리고 다대기(たたき)를 ‘다진 양념’으로 순화한 것과 같이 어느덧 일상생활에서 순화어를 더 널리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있다. 이렇게 널리 쓰이게 된 순화어와 그렇지 않은 순화어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늘찬배달’과 ‘귀족야영’은 단순히 외국어를 번역하는 방식으로 순화어를 만들었다. 반면에 ‘댓글’, ‘결정적 증거’, ‘다진 양념’은 사람들이 문장에서 말의 문맥적 의미에 맞게 순화어를 만들었다. 이러한 차이점이 대중들의 공감을 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순화어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말을 사용할 국민의 공감을 얻는 것이다.

 

  국립국어원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외국어나 어려운 말인 ‘다듬는 말’을 제시하면 국민들이 댓글로 ‘다듬은 말’을 제안하는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가 매우 낮다는 것이 문제이다. 올해 4월 17일부터 5월 20일까지 진행했던 우리말 다듬기에서는 ‘다듬는 말’ 하나당 평균 100명이 채 안 되게 참여했다. 이렇게 적은 참여도로 만들어지는 순화어이다 보니 대중의 공감을 얻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립 국어원에서는 다듬는 말 제시 기간을 늘리는 방안, 우리말 다듬기 공익광고 만들기, 우리말 다듬기 애플리케이션 만들기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홍보에 더 힘을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현재 ‘다듬는 말’로 제시한 단어들(사진= 국립국어원 누리집)

 

  한편 지금 국립국어원 누리집(https://malteo.korean.go.kr)에서는 키스 앤드 라이드(kiss&ride),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워킹 그룹(working group), 모듈러 주택(modular 住宅) 등 여러 다듬는 말이 제시되어있다. 널리 쓰일 수 있는 순화어가 나올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러 우리말 다듬기에 직접 참여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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