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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안전 용어, 언론 매체부터 쉬운 말로 써야-박찬미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8. 8. 27.

안전 용어, 언론 매체부터 쉬운 말로 써야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5기 박찬미 기자

chaanmii@naver.com


한글문화연대가 다듬은 안전 용어

 

한글문화연대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어려운 안전 용어들을 쉬운 말로 바꿔 사용하도록 힘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의 ‘스크린도어’를 ‘안전문’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예전에는 지하철을 탈 때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면 요즘은 ‘안전문이 열립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교통안전 시설물에 쓰이는 ‘옐로 카펫’을 ‘노란 삼각형’으로, ‘에어 포켓’을 ‘배 안 공기층’이라는 쉬운 말로 바꿔 사용하자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한글문화연대는 안전 용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 『안전 용어는 쉬운 말로』라는 책을 발행했다. 책에는 공공언어를 쉽게 쓰는 법과 쉬운 말로 다듬은 안전 용어, 그리고 행정안전부 발굴 안전 분야 순화대상 용어들이 함께 소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무려 132개에 해당하는 안전 용어들이 외국어 또는 어려운 한자로 된 말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골든타임’, ‘낙석(落石)’, ‘누설(漏泄)’ 등 이들 단어는 각각 ‘조류 독감’, ‘제때’, ‘돌이 떨어짐’, ‘새어나감’으로 이해하기 쉽게  말할 수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어려운 말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안전 용어 실태 조사와 함께 시민 5,000명에게 투표한 결과, 시민들은 어려운 안전 용어 가운데 우선적으로 꼭 바꿔 써야 할 단어로 다음 5가지를 꼽았다. 바로 ‘스쿨존’, ‘싱크홀’, ‘비상 콕크’, ‘자동제세동기’, ‘EMERGENCY’다. 이들은 각각 ‘어린이보호구역’, ‘땅꺼짐’, ‘비상 여닫개’, ‘자동 심장 충격기’, ‘비상용’으로 바꿔 쓸 수 있다.

언론 매체의 안전 용어 사용 실태는?

 

그렇다면 언론 매체에서는 안전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텔레비전 뉴스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 2016년 3월,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와이티엔 뉴스       ▲ 2018년 4월, 어린이보호구역 관련 에스비에스뉴스

 

▲ 2014년 8월, 땅꺼짐 관련 제이티비씨 뉴스               ▲ 2018년 7월 11일, 땅꺼짐 관련 제이티비씨 뉴스

 

▲ 2016년 서울교통공사 안전 관련 홍보 영상             ▲ 2018년 인천교통공사 안전 관련 홍보 영상

 

▲ 2016년 11월, 심장충격기 관련 안동 엠비씨 뉴스      ▲ 2018년 3월, 심장충격기 관련 티브로드 뉴스

 

그 결과, 뉴스를 전할 때 용어의 뜻이나 쉽게 다듬은 말을 함께 붙여 설명한 경우가 있는 반면 나머지 뉴스에서는 용어의 뜻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공통적으로 뉴스 제목에 어려운 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언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쿨존’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처럼 쉽게 다듬은 말을 함께 표기한 기사도 있었지만 별다른 설명조차 덧붙여있지 않은 기사가 대다수였다.

 

언론 매체, 안전 용어는 반드시 쉬운 말로 써야

 

물론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보도할 때 안전 용어와 관련된 사진이 띄워진다. 그렇게 해서 안전 용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도 한계가 있다. 방송되는 뉴스를 볼 때 뒤에 나오는 사진보다 자막으로 나온 뉴스의 제목과 아나운서의 말에 더 집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위의 서울교통공사 안전 관련 홍보 영상을 보면 어느 것이 비상 핸들이고 어느 것이 비상 콕크인지 구분할 수 없다. 안전을 위해 만든 영상인데, 정작 안전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언론 매체가 안전에 관해 알릴 때는 쉽게 다듬은 말을 사용해야 한다.


뉴스 화면에 쉽게 다듬어진 안전 용어가 나온다면 시청하는 사람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더욱 크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화면에만 쉬운 말로 띄우지 말고 말로도 쉬운 말을 해야 한다. 만약 시각장애인이 텔레비전 뉴스를 귀로 듣게 된다면 어려운 용어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놓일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기사는 기사를 보는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쓰여야 한다.

 

어려운 안전 용어를 쉽게 다듬는 과정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언론 매체에서는 어려운 용어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공적 기능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언론 매체에서는 매체를 접하는 사람들이 연령, 지식과 상관없이 보도되는 내용을 쉽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은 쉬운 안전 용어를 반드시 사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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