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27] 성기지 운영위원

 

설 연휴가 시작되었다. “설 잘 보내세요!” 풍성한 명절을 앞두고 저마다 정겨운 인사말들을 나눈다. 그러나 설을 잘 보내라는 이 인사말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명절에는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기도 하고 헤어져 살던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 모처럼 정을 나누기도 한다. 만약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명절을 지냈다면 ‘명절을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차례도 지내고 친척들과 만나 음식도 함께 먹고 했다면 명절을 그냥 보내버린 것이 아니라, ‘쇤’ 것이 된다. 그래서 ‘명절을 쇠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설 잘 보내세요!”보다는 “설 잘 쇠세요!”가 바람직한 인사말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만났을 때 “설 잘 쇠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괜찮지만, “설 잘 보내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은 알맞지 않다.


‘쇠다’라는 말은 꼭 명절을 지내는 것만 이르는 것이 아니다. 생일이나 갖가지 기념일도 ‘쇠다’라고 말한다. 가령, “생일 잘 쇠었니?” 하면 생일을 맞아 축하 파티도 하고 즐겁게 지냈느냐는 뜻이다. 생일을 그냥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 버렸다면, 생일을 쇤 것이 아니라 보낸 것이 되겠다. 마찬가지로 “부장님, 어제 결혼기념일 잘 쇠셨습니까?” 하면 결혼기념일에 사모님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느냐는 인사말이다. 이때, ‘생일을 보내다’라든가, ‘결혼기념일을 보내다’라고 말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날을 보내버렸다는 뜻이 되겠다.


설을 쇤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생일이나 기념일을 쇤다는 말은 아무래도 낯설다. 그렇지만 되도록 살려 써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 낱말들의 본디 자리를 찾아주는 일에 더욱 힘써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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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