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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고달픈 삶

by 한글문화연대 2014. 3. 19.

[아, 그 말이 그렇구나-31]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에서 <마음에 느끼는 것>은 대개 ‘-프다’가 붙어서 쓰이고 있다. ‘아프다’가 그렇고, ‘배고프다, 슬프다, 구슬프다, 서글프다’ 들이 모두 그렇다. 예를 들어, 움푹 팬 곳이나 깊은 구멍을 우리말로 ‘골’이라고 하는데, 이 ‘골’에 ‘-프다’가 붙어 만들어진 ‘골프다’가 오늘날 ‘고프다’로 되었고, 이 ‘고프다’는 배가 비어 있는 것을 느낀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또, ‘가늘다’라고 하면 물체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가냘프다’고 하면 “가늘고 얇게 느껴진다.”는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 된다. 그래서 ‘가냘픈 여인의 몸매’라고 하면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인 느낌을 나타내는 측면이 강한 말이 되는 것이다.

 

‘고단하다’와 ‘고달프다’ 또한 같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낱말들이다. 흔히 몸이 지치고 힘이 없는 상태를 ‘고단하다’고 표현한다. 이것은 몸에 관한 말인데, 이렇게 고단해서 마음이 아프면 이를 ‘고달프다’고 말한다. “몸은 고단하지만 돈이 많이 벌리니 즐겁다.”는 표현은 가능하지만, “몸은 고달프지만 돈이 많이 벌리니 즐겁다.” 하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몸과 마음이 다 힘들고 지치고 아픈 것이 고달픈 것이므로, ‘고달프지만 즐겁다’는 말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다. ‘고단하다’는 몸의 상태를 나타내는 구체적인 표현이고, ‘고달프다’는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는 추상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고단한 삶’이라 하면 노동으로 몸이 지치고 힘든 삶이라고 볼 수 있고, ‘고달픈 삶’이라 하면 몸과 마음이 다 힘들고 지친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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