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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구름다리와 섬다리

by 한글문화연대 2014. 4. 3.

[아, 그 말이 그렇구나-33] 성기지 운영위원

 

우리말 ‘산봉우리, 산마루, 산줄기, 산비탈, 산자락, 산기슭’ 가운데 ‘산줄기’가 일본식 한자말 ‘산맥’으로 바뀌어 버렸다. 북한에서는 아직 ‘산줄기’라 한다. ‘백두대간’이라 할 때의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들의 ‘간, 맥’이 다 ‘줄기’라는 말이다. ‘산맥’을 ‘산줄기’라고 살려 쓰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육교’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말이다. 이러한 형태의 다리를 중국에서는 ‘하늘다리’라 하고, 우리는 ‘구름다리’라고 한다. 일본말 ‘육교’는 ‘뭍에 있는 다리’이니 가장 좀스럽고, ‘하늘다리’는 지나친 과장이고, 우리말 ‘구름다리’가 알맞고 정겹다. 이름 짓는 방식에서도 민족성이 엿보인다. 이 말과 비슷한 경우로, 요즘 들어 ‘연륙교’라 부르는 다리가 있는데, 섬과 뭍 사이에 놓인 다리이다. 우리말로는 ‘섬다리’다.


우리말에는 ‘선착장’이란 말이 없다. 이것은 일본말 ‘후나쓰키바’(배 닿는 곳)를 한자로 적은 것인데, 일본식으로 적힌 한자를 우리는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 ‘선착장’이다. 우리말로는 ‘나루’다. 여의도 선착장은 본디 ‘노들나루’였는데, 서울시에서 1970년대 이후부터 ‘여의도 선착장’으로 바꾸어 이름붙인 것이다. 이렇게 행정 관청에서 오염시킨 우리말이 수없이 많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에서 앞장서서 우리말을 다시 맑히는 일에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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