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좋은 나라-28] 김영명 공동대표

 

더럽다. 하얀 목련이 질 때는 더럽다. 보랏빛 목련이 질 때는 지저분하다. 청초하고 화려하며 우수에 깃든 아름다운 목련이 질 때, 누렇게 변한 꽃잎이 하나씩 둘씩 뚝뚝, 그리고 너저분하게 떨어진다. 그러나 불평하지 말자. 청초한 꽃봉오리도 목련이고 지저분한 꽃잎도 목련이다. 하나는 목련이고 다른 하나는 목련의 죽음이다? 아니다. 둘 다 목련이다. 목련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는 사람이여, 그대는 이 둘을 다 같이 사랑해야 한다. 아니 꼭 그래야 하는 철칙은 없다. 다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매미는 한여름 화려한 탈바꿈으로 우렁찬 울음을 울기 위해 7년 동안의 굼벵이 시절을 이겨낸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그러던가? 굼벵이한테 누가 물어봤나? 너는 화려한 매미의 우렁찬 울음을 울기 위해 그런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냐고. 아니다. 굼벵이는 그냥 굼벵이로서 7년을 살 뿐이다. 그러다가 붙잡혀서 아픈 사람 고치는 약으로 쓰이기도 하고, 굼벵이 구불 재주 있다는 속담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땅 속에서 7년을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 그냥 죽기 심심하니 날개도 한 번 달아보고 울음도 울어서 짝짓기도 한 번 해 보고, 할 거 다 해보고 죽는다. 그리고 빈껍데기가 된다.

 

매미가 되기 위해 굼벵이 7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7년 동안 잘 살다가 한 여름 죽기 전에 잠깐 매미가 되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굼벵이 권리 찾기 운동을 제안한다. 왜 잠깐 뿐인 매미에 눈에 팔려 진정한 본체이며 본 몸뚱이인 7년 세월의 굼벵이를 무시하는가? 굼벵이에 사죄하라, 사죄하라,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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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