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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개나리를 심었다

by 한글문화연대 2014. 4. 3.

[우리 나라 좋은 나라-26] 김영명 공동대표

 

지난 주말에 개나리를 심었다. 아파트가 1층이라 내 나름대로 정원을 가진 셈이다. 십몇 년 전에 이사 오면서 단풍나무와 벚나무도 춘천에서 옮겨 심었는데 아직 크게 자라지 못했다. 옮기기 쉬운 작은 놈들만 가져왔더니, 작기만 한 게 아니라 작고 허약한 놈들이었나 보다.


베란다 쪽에 빈 공간이 있어 개나리나 심어야겠다고 생각만 한 지 어언 수 년, 이번에 겨우 실행했다. 무슨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시간과 기분과 기억의 조합이 맞았던가 보다. 


앙상한 꼬챙이 다섯 개를 심었는데, 이것들이 과연 올해 꽃을 피울지 모르겠다. 파는 이는 피울 거라고 했지만 다 믿을 수야 있나. 아내는 피울 거라고 하여 점심 내기를 했다. 대 당 4개 쳐서 20개 이상 꽃이 피면 내가 점심 사고 아니면 그대가 사고...


개나리는 가지를 늘어뜨리고 흐드러지게 피어야 예쁘다. 그런데 길을 가노라면 가지가 싹둑 잘려 초라해진 개나리를 많이 본다. 조경 필요상 그러는 모양인데 그러려면 개나리 말고 다른 나무를 심을 일이다. 개나리는 가지 끝 부분에 꽃이 많이 피는데 그걸 잘라버리니... 


잘 볼 수는 없지만 모여 피는 개나리 동산은 늘어선 개나리 길보다 더 예쁘다. 거기에 진달래가 섞여있으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내가 사는 인근 영동대교 근처에 있다.


아쉽게도 요즘 개나리가 도시에서 많이 없어져가고 있다. 경춘 고속도로 생기면서 강동 쪽의 풍성하던 개나리 길이 없어졌고, 올림픽대로 확장 공사하면서 잠실에서 김포공항 쪽으로의 개나리 장관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대신 벚나무를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 벚꽃이 활짝 피면 그 화려함을 어디에도 비길 수 없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 웬만큼 커지기 전에는 아름다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초라해 보인다.


벚나무는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라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벚나무가 왜 일본 거냐고, 예전부터 한국에 있던 나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세상 사람들이 벚꽃 하면 일본은  떠올린다는 점이다. 일본 사람들은 벚꽃을 일본 정신의 상징으로 삼고 이를 전세계에 홍보해 왔다. 사무라이, 후지산과 함께 벚꽃은 일본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 워싱턴 시의 유명한 체리 공원도 일본이 벚나무를 공수해서 조성되었다.


꽃 하나 나무 하나도 그냥 꽃 그냥 나무가 아니다. 다 상징과 조작이 들어간다. 우리는 무슨 꽃 무슨 나무로 온세상에 우리를 상징하고 조작하고 홍보하고 있을까? 우리 국화 무궁화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차라리 생각을 마는 게 낫겠다. 씁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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