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일상서 외국어 남용 심각…적절한 우리말로 바꿔 써야”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

공공기관 등서 흔하게 쓰이는 외국어 뜻 모르면 정보 접근 불가…차별 조장

젊은이들, 과도한 줄임말·신조어 사용 세대간 소통 방해…상황에 맞춰 써야

젊은이들의 과도한 줄임말 사용, 언론의 외국어 남용 등은 우리말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세대간·계층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을 만나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들어봤다.

 

“‘키스 앤드 라이드 존(Kiss and ride zone)’이 뭔지 아세요?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몇 년 전 지하철역 앞에 잠시 주정차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었는데요. 차를 타고 와서 지하철로 갈아탈 사람을 내려주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을 태우기 위해 자동차를 잠깐 세워둘 수 있는 구역이에요. 그런데 그 구역 이름을 키스 앤드 라이드 존이라고 붙이고 알림판을 설치한 겁니다. 일반인들이 그 이름을 보고 그곳이 주정차구역이라고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그대로 해석하면 ‘뽀뽀하고 타는 구역’이다. 이 말은 미국·호주 등의 영어권 나라에서 승용차를 타고 환승역에 가서 대중교통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을 위해 5분가량 짧은 시간 주정차를 허용하는 구역에 붙여진 이름이다. 차에서 내릴 때 운전자에게 뽀뽀로 인사하는 그들의 문화를 담아 만든 말이다. 그런데 이 방식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면서 말까지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이 말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분별하고 일상적으로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한다.

 

“적당한 우리말로 바꾸거나 재치 있는 새말을 만들어도 좋았을 텐데 우리 문화와 달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을 굳이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거죠. 요즘 세대간의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젊은이들의 과도한 줄임말과 신조어 사용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보다 외국어 오남용으로 인한 의사소통 단절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사회지도층들이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나 언론보도 등에서 외국어가 보편적인 단어인 것처럼 사용되는 것도 문제라고 정 사무국장은 지적한다. 플랫폼·시스템·네트워크처럼 외국어가 어느 분야에서나 일상적으로 사용될 뿐 아니라 디지털포렌식과 같은 전문용어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단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도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이 한 건당 평균 7회에 달한다고 정 사무국장은 덧붙인다. “모든 국민이 영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영어를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부죠. 그런데 이런 영어 단어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단절시키고,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차별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요. ”

 

그래서 우리말을 지키고 의사소통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외국어 남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 사무국장은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를 대체할 새로운 우리말 만들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의 줄임말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너무 심한 줄임말이나 신조어 사용이 세대간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인 것은 맞죠. 다만 무조건 줄임말을 쓰지 말라고 야단치기보다는 어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줄임말 사용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쓰도록 가르치는 것이 맞다고 봐요. 그것은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니까요.”

 

이상희, 사진=김병진 기자 montes@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https://www.nongmin.com/nature/NAT/ETC/315716/view

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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