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6] 성기지 운영위원

 

운전하다 보면, 길거리에 차를 세워놓고 말다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흔히 그런 상황을 두고, “운전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과연 이 말이 알맞게 쓰이고 있는 걸까?


‘실랑이’란 본디 남을 못살게 굴어 시달리게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옛날 시골 혼례식을 치르는 잔칫집에서는 식이 끝나면 으레 동네 아주머니들이 신랑 신부를 붙들고 ‘한번 안아 보라’느니 ‘입을 맞춰 보라’느니 하며 짓궂게 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일러서 “실랑이질 좀 시켜 보았다”고 했다. 또, 혼인날을 앞둔 신랑 친구들은 신부집에 가서 “함을 팔러 왔다”고 하면서 떼를 쓰는 풍습이 있다. 적당하다 싶은 때가 되었는데도 들어가지 않고 계속 소란을 피우면, 이를 보다 못한 이웃집 할머니가 “이제 실랑이질 그만 하고 들어들 가구랴!” 하고 한 마디 거든다. 바로 이러한 말들이 ‘실랑이’란 낱말을 올바로 쓰는 예들이다.


운전자들이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옥신각신하며 우기는 짓은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라고 해야 한다. 승용차끼리의 접촉 사고가 나서 “두 차의 운전자들이 길거리에서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승강이’의 ‘승강’은 “오르내림”이란 뜻이므로, 다투다 보면 고함소리가 오르내릴 수도 있고 혈압이 오르내릴 수도 있다 해서 생긴 말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승강이’가 격해지면 ‘드잡이’로 발전하게 될 수 있다. ‘드잡이’는 “서로 머리카락이나 멱살을 잡고 싸우는 짓”으로, 그렇게 싸우는 행위를 ‘드잡이놓다’라고 말한다. 이 ‘드잡이’는 본디 “빚을 못 갚는 사람의 가마나 솥을 떼어 가거나 그릇붙이들을 가져가 버리는 짓”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솥을 떼어 가는 과정에서 뺏기지 않으려는 사람과 서로 다투는 모양과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이나 멱살을 붙잡고 옥신각신 싸우는 것을 ‘드잡이놓다’, ‘드잡이하다’라고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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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