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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오금을 못 펴는 사람들

by 한글문화연대 2014. 5. 2.

[아, 그 말이 그렇구나-37] 성기지 운영위원


무슨 일에 몹시 두려워서 꼼짝 못할 때 “오금을 못 편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에 관련되어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요즘 오금을 못 펴고 지낼 것 같다. 마땅히 오금을 펴지 않고 지내다가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오금은 무릎 뒷부분을 따로 일컫는 말이다. 곧 무릎을 구부릴 때 그 안쪽을 ‘오금’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금을 못 편다고 하면, 무릎을 구부렸다가 다시 펴지 못한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사람의 목숨조차 가벼이 해 온 어른들 모두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 흔히 “종아리 때린다.”고 할 때에, 우리는 그 종아리가 무릎 아래 다리 뒤쪽을 가리킨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종아리는 무릎 아래 다리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종아리 뒤쪽의 살이 볼록한 부분은 따로 ‘장딴지’라 한다. 그래서 종아리는 ‘굵다’, ‘가늘다’로 말하고, 장딴지는 ‘불룩하다’, ‘홀쭉하다’로 말한다. 그러니까 종아리를 때린다는 것은 결국 장딴지를 때린다는 뜻이다.


그러면 무릎 아래 다리의 앞쪽, 곧 종아리의 앞부분은 무엇이라고 할까? 그곳이 바로 ‘정강이’이다. 예전에는 군대 생활의 괴로움 가운데 하나가 상관이나 선임에게 군홧발로 정강이를 걷어채는 것이다.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하면, 무릎 아랫부분을 앞쪽에서 걷어찼다는 뜻이 된다. 어쩐지 종아리 맞는 것은 교육적 체벌로 느껴지지만, 정강이 걷어채는 것은 폭력으로 비춰진다. 아마도 몸으로 느끼는 고통의 차이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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