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31] 성기지 운영위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앞으로 4년 동안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헌신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무엇 무엇이 요구된다’고 말해 왔는데, 이 말은 영어를 직역한 번역투 표현이다. 어느덧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영어투 표현에 순응(?)하여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요구되다’를 올림말로 수록해 놓았다. 하지만 본디 우리말에서 ‘요구’는 접미사 ‘하다’가 붙어 ‘요구하다’, ‘요구한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정치인들에게는 무엇 무엇이 ‘요구되는’ 게 아니라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요구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양심입니다.”라는 문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양심입니다.”처럼 다듬어야 한다. 이때 ‘필요하다’를 ‘필요로 한다’고 하면 이것도 영어식 표현이 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공명한 선거 분위기이다.”는 문장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한 것은 공명한 선거 분위기이다.”로 고쳐 써야 한다.


연설문이나 갖가지 조문에서도 흔히 “~로 인하여”라든가, “~에 의하여”라는 말들이 자주 쓰이고 있지만, 이러한 말투는 모두 영어식 표현이다. 가령 “금리 인상에 의하여”는 “금리 인상으로”처럼 고쳐 쓰고,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는 “금리 인상 때문에” 등으로 각각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 매체들이 ‘n번방’, ‘박사방’ 사건을 다루며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라고 하는 표현도 “이번 사건 때문에”처럼 고쳐 쓰면 훨씬 우리말답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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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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