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대학생기자단

국회의원, 41년 만에 한글을 가슴에 달다. 국회의원 보람(배지)이 한글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5. 29.


 

<2004년 한글문화연대가 노회찬 전 의원에게 선물한 국회 한글 보람, 국회기념관에 기증할 예정>


2014년 5월 2일 여야는 본회의에서 국회 문양을 기존 한자에서 한글로 변경하는 내용의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재석 191인 중 찬성 160인, 반대 16인, 기권 15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국회 깃발과 국회의원 보람의 무궁화 문양 안에 ‘國’ 대신 ‘국회’란 두 글자가 들어가게 됐다. 글자체는 한글의 기본 틀인 돋움체를 기초로 전각(篆刻)의 느낌을 살렸다.

국회 보람은 제헌국회 이래 9차례나 변경 되었고, 한글로 써져 있었던 적도 있었다. 원래 국회 보람은 1950년 2대 국회 당시 한자 표기방식으로 정해졌었다. 1960년 5대 국회(1960 ~ 1961년) 때 한글 '국'으로 바꿔 1년 정도 사용했지만 1963년 6대 국회부터 한자로 되돌아갔다. 이어 1971년 8대 국회(1971 ~ 1972년) 때 한글로 다시 바꿔 1년을 썼지만 1973년 9대 국회 때부터 다시 한자 사용으로 돌아섰고 이후 41년간 한자 문양이 유지되었다.

한글문화연대, 한글학회, 세종대왕 기념 사업회, 한말글문화협회 등 한글단체가 국회 보람을 한글로 바꾸자는 지속적인 요구를 해왔지만, 반대의견도 많았다. ‘한자 배지가 국회의 오랜 관습이다’, ‘한자가 더 권위가 있어 보인다.’ 등이 반대 근거였다. 하지만 보람을 한글로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2012년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2012년 8월 3일 동료의원 64명과 함께 문양을 한글 '국회'로 바꾸자는 규칙 개정안을 냈고, 2014년 2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 등이 한글 '국'으로 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결국 국회운영위원회가 지난달 8일 의견을 수렴해 '국회기 및 국회 배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가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문양 한글화가 이뤄졌다.

국회의원 보람을 한글로 바꾸려고 오래전부터 노력해온 노회찬 전 의원을 만나보았다.



: 직접 제안하신 문양대로 국회의원 보람이 한글로 바뀌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잘된 일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17대 국회부터 추진했는데 보람이 한글로 바뀌게 되어 감격스럽다.

: 2004년에는 한문으로 된 국회의원 보람은 달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실 정도로 강한 의지를 표현하셨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일단 한글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말과 글은 자꾸 사용해야 한다. 사용을 피하면 죽은 문자가 된다. 그런데 국회만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국회의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보람을 한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문이 많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권위적이라는 것은 반시민적 발상, 엘리트주의적 발상이다. 그럼 많은 사람이 쓰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라틴어를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 노회찬 전 의원님께서 의견을 내시고 실행되기까지 거의 10년이나 걸렸는데요. 이렇게 오래 걸리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원기 국회의장, 김형오 국회의장, 강창희 국회의장 모두 국회의원 보람 한글화에 흔쾌히 동의했었다. 그러나 한글이 경망스럽고 가볍다는 의원들의 의견도 있었다. 공적 지위를 가진 국회 보람이 한자로 된 것은 국어기본법 중 모든 공문서는 한글을 사용하고 예외적으로 한자, 영어를 병기 사용한다는 조항에 위법인데 말이다.

: 일부 국민들은 민생에 관련된 법안이나 처리하라며, 이번 국회의원 보람과 국회기 등에 관한 일부 개정 규칙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민들이 한글 자체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로 쌓인 비통함과 정부에 대한 원망의 표현일 것이다. 정신적인 것과 한글문화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에 국민들도 동의하실 것이다.


: 노회찬 전 의원님께서 국회의원 보람의 한글화에 많은 노력을 해주셨는데, 바로 달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시겠어요. 어떠세요?

내가 달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달지 않더라도 했을 것이다. 마침 국회의원이어서 추진한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달면 되지 않겠느냐. (웃음) 아쉬움보다 국회의원일 때 한자로 된 보람을 달고 다니지 않았던 것에 대한 자부심이 더 크다.

: 앞으로도 "한글 국회 만들기"를 위해서 노력해 주실 건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생각 중이신가요?

우선 국회의사당 명패부터 한글화해야 한다. 국회는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엄연한 공문서인 명패를 한글로 적지 않고 한자로 적는 것은 국어기본법에 반한다.

법도 많은 부분이 한자로 남아있는데, 이 또한 문제이다. 법제처를 국정감사 했을 때, 법제처장에게 법에 나오는 한자테스트를 했었는데, 법체처장도 뜻을 다 읽어내지 못했다. 법체저장도 잘 모르는데 국민은 어떻겠느냐. 국민을 위한 법인데 국민이 알지 못하면 안 된다. 실생활에 주요한 적용법 조항부터 한글화해야 한다.

람이 매우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국회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으로 상징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우리 글자인 한글이 아닌 한자로 표기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까지 있었던 한글로 된 국회 보람은 1년 정도 빛을 보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이번 보람은 끝까지 빛을 발하길 바란다. 또 현재는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회의 보람이 모두 자로 쓰여 있다. 국회 보람의 한글화를 계기로 지방의회 보람도 어서 한글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김재인 <jane1133@naver.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