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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군 부대 속의 우리말 오발탄. 어디까지 침투해있는가 ?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10.



군부대 전경


‘ 현시간부로 당직사관 지침하에 관물대 물건과 모포 주기해서 단정히 정리한 뒤 총기수입을 실시한다. ’

무슨 암호문자로 오해하지 마시라.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거쳐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문장이다. 서투른 번역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날 사람들이 사용하는 표현 수사도 아니다. 총기수입이 ‘총을 구매하는 행위’인 줄 알고,‘주기된 모포’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물건’쯤인 줄 이해하고 어리둥절해하는 것은 비단 신병만은 아닐 것이다. 애매하고 어려운 단어들, 그들은 왜 이렇게 난해한 단어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 일까?


무엇이든 21일간 계속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거꾸로 말하자면 한번 잡힌 습관을 다르게 바꾸려면 또다시 21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그만큼 한번 잡힌 습관의 경우 바꾸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장장 몇 달에 걸쳐 새롭게 형성된 언어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언어 습관의 심각성에 대해서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17보병사단 3765부대에 취재를 다녀왔다. 군대는 일반적으로 사회와 분리되어 있어 신조어, 외래어, 인터넷용어 등 의 영향을 덜 받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언어를 창조적으로 생산해내고 소비하는 청춘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이런 웃지 못할 표현들이 관성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취재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부대의 장병 인원 27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전체 응답인원 27명중 ‘잘못된 언어표현으로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봤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 라고 대답한 인원은 21명(77.8%)이며, ‘없다’ 라고 대답한 사람은 4명(14.8%), ‘모르겠다’는 2명(7.4%) 이었다. 군대내에서 잘못된 언어들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입대한 지 얼마 안된 이등병 / 일병 계급들이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대답했다.


추가질문인 ‘ 잘못된 언어습관을 고칠 생각이 있는가 ‘ 에 대해선 전체 응답인원 9명중 ‘ 있다 ‘ 라고 대답한 병사는 2명(22.2%) 뿐이며, ‘ 모르겠다 ‘ 는 7명(77.8%) 이었다. 장병들 중 대다수가 언어습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으로 집계됐다. 응답한 병사중 잘못된 언어 습관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는 ‘ 잘못된 표현이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 라고 대답했다. 이는 잘못된 표현을 알면서도 고칠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보여준다.


국방부 역시 최근 부대 내 올바른 언어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해 잘못된 단어를 고치기 위한 노력으로 시청각 교육자료를 이용해서 교육하고, 전문 교육인이 부대를 방문해 올바른 언어생활을 분기마다 가르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567돌 한글날을 맞이해서 병영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특집 다큐인 ‘훈민정음’을 직접 국방부에서 제작하면서, ‘군대’라는 특수한 문화속의 언어의 유래를 찾아보고, 진단과 성찰을 갖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다큐를 통해 바른 언어문화에 대한 현실을 되짚어 보고, '한글 사랑 골든벨', '언어사랑 ucc 경연대회' 등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군대내에서 우리말 사용 관련 교육을 받은적 있는가 ‘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18명(66.7%) 이 ‘ 깊이있게 받았다.. ‘ 고 대답했으며, ‘ 대강이라도 받은적이 있다 ‘ 라는 응답이 8명(29.6%) 에 달했다. 응답자중 1명(3.7%)만이 ‘ 받은적이 없다 ‘ 고 답했다. 이를 통해, 국방부 교육 지침이 일반 부대까지 잘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올바른 우리말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역시 17명(63%)가 ‘필요하다’ 라고 대답했을 정도로 군대내에서 장병들 스스로 언어습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대 후에 군내에서 쓰던 잘못된 언어습관을 쉽게 고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바꿀 수 있을것이라 판단한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 병사가 21명(77.8%), ‘힘들거같다’라고 대답한 병사가 2명(7.4%), ‘모르겠다’가 4명(14.8%) 로 집계됐다. 장병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오랜시간 굳어진 언어습관을 쉽게 바꿀 수 있을 거라는‘착각’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로 살펴보았을 때 조사한 부대 장병들의 경우 부대에서 올바른 우리말 언어사용에 대한 교육을 받고,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뒤부터는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고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언어란 사회 구성원간의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구성원들 사이에서의 이질감만 느끼지 않는다면 사용해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병들은 2년뒤에 다시 사회로 나오게 되고, 대부분의 장병들은 잘못 익힌 언어 습관과 표현들을 그대로 익혀서 나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면, 부대에서 쓰이던 단어인 깔깔이 역시 방상내피가 아닌 언어습관 그대로 깔깔이라고 외부에서도 쓰이는 사례를 보면 환경이 바뀌더라도 한번 길들여진 언어습관을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언어의 소비와 창조를 주로 담당하는 20대인 점을 감안했을 때, 군에서는 미리 부대 안에서 부터 올바르게 이들을 교육시킬 필요성이 있으며, 병사들 개개인 역시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언어 습관을 올바르게 고쳐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 좀 더 체계적이며, 실용적인 교육을 통해 이들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부터 올바르게 잡아주어, 더 이상 정체불명의 단어를 쓰지 않는 군부대를 만들어야 하는 것 이다.

언젠가‘ 현시간부로 당직사관 지침하에 사물함 물건과 모포 이름 표기해서 단정히 정리한 뒤 총기손질을 실시한다. ’라는 올바른 우리말 표현의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에 앞서 군 당국이 이같은 어려운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언어교육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1기 이종혁 <ququ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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