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59] 성기지 운영위원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벌써 열 달째 점심밥을 밖에서 먹지 못하고 줄곧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서인지 요즘에는 일하다 말고 깜박깜박 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정신이 맑지 못하고 기운이 없어서 갑자기 누가 무슨 말을 걸면 얼른 알아듣기도 어렵고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어진다. 이런 상태를 우리말로 흔히 ‘어리버리하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어리버리하다’는 말은 올바른 말이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려면 ‘어리바리하다’고 해야 한다.
비슷한 말 가운데 ‘어리마리’란 말도 있다. ‘어리마리’는 잠이 든 둥 만 둥 하여 정신이 흐릿한 상태를 뜻한다. 정신이 맑지 못하면 어리바리하고 어리마리한 것이지만, 그러다 의자에 앉은 채 살짝 겉잠이 들거나 얕은 잠에 빠지면 어리어리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어리’를 겹쳐 쓴 ‘어리어리’는 겉잠이나 얕은 잠이 설핏 든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 ‘어리어리하다’는 “이렇게 어리어리해 보여서는 일을 맡길 수 없다.”와 같이 말이나 행동이 다소 어리석은 듯할 때에도 쓰인다. 하지만 어리어리해 보인다고 해서 모두 어리석은 사람이란 말은 아니다. 어떤 일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어리숙한 체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의도적으로 어리석은 체하는 것을 ‘어리눅다’라고 한다. “그의 어리눅은 표정을 보니, 이번 일을 맡기 싫은 모양입니다.” 하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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