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말이 그렇구나-357] 성기지 운영위원



부부싸움을 할 때 감정이 격해지면 예전에 서운했던 일들을 들추어내게 된다. 그러다보면 싸우게 된 빌미는 잠시 잊어버리고 그동안 가슴 안쪽 깊숙이 담아 두었던 것들에 불이 지펴져서 종종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렇게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추어내는 것을 ‘이르집다’라고 한다. 흔히 “남의 아픈 데를 이르집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또, ‘없는 일을 만들어 말썽을 일으키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냥 지나가면 될 텐데 괜히 이르집어서 이 난리를 피우냐.”처럼 말할 수 있다. 본디 이 말이 처음 생길 때는 “밭을 일구기 위해 단단한 땅을 이르집었다.”처럼 ‘흙을 파헤치다’는 뜻으로 썼다. 그러던 것이 사용 범주가 차츰 넓혀져 현대에 와서는 ‘오래 전의 일을 들추어내다’라든가, ‘없는 일을 만들어 말썽을 일으키다’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끝 모를 확산과 장기적인 경기 침체, 집값 상승과 전세 대란 등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나날살이는 힘들기만 하다. 그럼에도 정쟁에 여념이 없는 정치인들을 보면 암울한 마음이 든다. 정치 노선이나 이념의 차이에 비롯한 다툼이야 어쩔 수 없지만, 지나간 허물과 상대의 이력까지 이르집어 싸움판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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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린 이: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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