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와 건강보험에 관한 용어는 어렵다. 병원 서류에 나오는 ‘선택진료’나 ‘비보험’ ‘포괄수가제’같은 말을 몰라 애를 태울 때가 있다. 사실 물어보기도 창피하고, 용기를 내 물어봐도 이해할 수도 없는 설명에 결국 눈먼 돈을 내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한글문화연대는 2013년 6월부터 12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의료심사평가 용어 순화를 통한 국민 접근도 향상 방안 마련 연구』라는 연구 사업에 참여했던 신흥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안이수 교수를 만나 보건의료 분야의 어려운 전문용어, 바꾼 말을 널리 퍼트리기 위한 방안을 물었다.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에 관한 전문 용어들을 순화하는 연구를 하셨단 이야기에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는데요, 정확히 어떤 연구이고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네, 그동안 정부에서는 부처별로 전문용어들을 순화하는 작업을 했는데 보건의료에서는 이런 연구들이 없었어요. 건강보험제도에 관련해 평소에는 쓰이지 않는 전문 용어들이 많은데, 그 까닭이 보건복지제도 자체를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와서 그래요, 이 용어들도 일본에서 들어온 용어를 그대로 가져오거나 번역한 것들이라 의미가 다르거나, 너무 어려운 한자어라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민원 업무를 할 때나 의료보험공개사업을 하더라도 국민들이 용어가 너무 어려우니까 그 내용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는 상황이 빚어져서 국민과 행정서비스 공급자간에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어려운 용어나 한자어, 일본식 표현들을 바꿔 소통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입니다. 

심사평가용어 정비의 필요성은 그동안 국정감사를 통해 수년 전부터 지적된 사항이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요구들이 많이 있었고요. 가장 큰 원인은 관계자의 의지였어요. 심사평가연구원에서 용어 정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런 연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나요? 
실제로 일본식 표현 같은 경우는 그동안 써오던 것과 다른 용어를 써버리면 전혀 다른 뜻이 되는 경우가 있어서,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내용과 행정공급자가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고, 또 그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행정서비스 공급자들이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고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잘 써오고 익숙한 왜 번거롭게 바꾸나 하는 시각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또, 많은 양의 문제도 있었네요. 너무 양이 많아서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 지, 이걸 어떻게 다 순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걸 해결하기 위해 빈도수를 선별하고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서 용어를 선별해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번에 바꾼 용어 중에 정말 잘 바꿨다 싶은 낱말은 무엇인가요? 
급여라는 말이 있어요. 건강보험급여. 실제로 일반인들에게 급여라는 말은 봉급을 뜻하는데, 이 건강보험급여라는 말이 건강보험봉급은 아니잖아요? 건강보험급여에서 급여란 말은 ‘의료적용 서비스’를 뜻합니다. 전문가들이야 들으면 알지만, 일반인들이 처음 들었을 때 이걸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고 그런 문제들이 있는 단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급여라는 말은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말을 제안합니다. 

또 하나는 납차폐특수치료실이라는 말이 입습니다. 사실 저도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처음 들어본 단어였거든요. 찾아보니까 방사선 옥소를 위한 뭐 원자력 어쩌고 하는 말하자면 설명하는 말도 어려워요. 실제로 우리 연구진들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일반인들이 들었을 때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단어였죠. 의료인 중에서도 관련된 업무를 하는 분들은 이해하겠지만, 다른 업무를 하는 의료인들의 경우에는 그 의미를 완벽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는 단어였어요. 우리는 이 단어를 ‘납 차단치료실’, ‘납 처리치료실’ 정도로 순화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대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반응은 어떤가요? 
실무자들을 모시고 자문회의도 했었는데 많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바꾸게 되면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고, 우리는 국민시각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공급자들 입장에서는 “아, 이런 의미가 아닌데”하는 의견들이 있어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의견을 좁히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순화작업의 결과들이 권고에 그치고, 연구보고서 한 권으로 끝나버리면 의미가 전혀 없는 작업이 될 수밖에 없어요. 공급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관행대로 쓰는 것이 편하고, 순화한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업무도 과중히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꾸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법적인 강제성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법률 조항에 바뀐 단어가 들어가면 그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요. 

어려운 전문용어를 쉽게 바꿔 법률 개정을 한 사례가 있나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개정안 정부입법 사례인데요. 물론 법안 개정작업을 한 결과물도 눈여겨봐야겠지만 그 과정을 저는 많이 강조하고 싶거든요. 기획재정부가 그 법안을 바꾸기 위해 2년 정도 작업을 했어요. 관련 학회, 협회 전문가들을 다 모아서 모둠을 만들고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그 결과물이 나왔죠. 이런 작업을 하는데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거든요. 그 작업의 결과물이 작년 12월에 법안으로 제정이 됐고, 결국 기획재정부 장관이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진행을 했기에 그 작업이 2년 여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 등만 봐도 많은 예산과 시간을 투자해서 이러한 국어 순화작업들을 해왔잖아요. 국어기본법에도 정부가 책임을 지고, 국민들이 알기 쉽게 용어를 순화하고 보급할 의무가 있는 게 명시되어 있기도 하고요.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죠. 

이번에 바꾼 쉬운 보건의료 용어를 퍼트리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요? 
제일 중요한 것은 정부기관의 결정권자 공공기관의 결정권자가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지속해서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보고서 한 권으로 끝나버리는 연구가 아니라, 이차 삼차로 계속 이어져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또 누리집이나 이런 곳에 누리 만화(웹툰)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서 국민 간의 접근성을 높여 보급하고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죠. 어떤 기관의 업적이나 상과식의 보고서가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에게 알리는 방안에 대해 모색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결정권 자기들의 지속적인 의지가 가장 중요해요. 

끝으로 한마디 해 주신다면? 
지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든 국민 건강보험 공단이든 국민들의 건강 이력을 다 가지고 있는데, 이런 전 국민의 진료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주 유용한 의료정보들을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다 구축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 실제로 그런 유용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10년 전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지인들이 우리 어머니 간이 안 좋으신데 어디를 가야 하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예전엔 어디 병원이 가장 좋으니까 거기 가 봐, 라는 이야기밖엔 해줄 수가 없었는데. 몇 년 전부터 심사평가원에서는 병원 평가 결과를 제공해요, 예를 들어 간암 같은 경원은 대학병원 간의 간암 시술에 대한 결과를 다 공개해요. 그런데 ‘시술 건수’, ‘오 년 내의 생존율’ 그런데 실제로 그런 용어가 일반인들이 이해를 못 한다면 좋은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거죠,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정보공개를 했는데,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한글문화연대 한미경


글 올린 이: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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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해요 2020.07.11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이 급여는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