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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말이 문화가 되기까지 - 이원석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1. 12. 8.

말이 문화가 되기까지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이원석 기자

lemonde@khu.ac.kr

 

 

지난해 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며 말했다. ‘1인치의 장벽(자막)을 뛰어넘으라. 국제영화제라는 권위 아래 숨겨진 할리우드 중심의 영어 패권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년 후,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마침내 견고한 1인치의 장벽을 깨부쉈다. 오징어 게임은 전례 없는 흥행으로 강력한 문화 현상이 되어 세계를 휩쓸었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로 더빙한 대사를 듣기보다 배우들이 호흡하며 뱉은 생생한 말을 듣기를 원했다. 그렇게 세계의 관심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한국어로, 한국어에서 한글로 자연스레 번져갔다. 문화를 향한 관심이 언어로 이어진 것이다.

 

본래 사회 문화와 언어는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호 관계다. 사회언어학은 언어학에 사회적 관점을 적용해 언어 특징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둔다. 기존 언어학에서 사회언어학으로 연구 폭이 넓어지면서 요즘은 성별, 출신 등을 엮어서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 되었다. 이처럼 언어는 사회적 행위이며, 언어 사용자들의 사회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결국,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언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각 인물이 처한 사회 배경과 극의 맥락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언어는 이념과 연결된다. 특히 우리말에는 상처가 많다. 한글은 탄생부터 세종대왕의 백성을 향한 연민이 서려 있다. 당시 세종대왕이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창제한 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우리 민족정신의 근간이다. 이후는 더 파란만장하다. 과거 일제는 황민화 정책과 보통 교육을 보급한다는 목적으로 우리말의 공적 지위를 빼앗았다. 모든 교과서는 일본어로 쓰였으며, 행정과 법률 같은 공공 언어 역시 일어가 대체했다. 일본어만 말하고 쓰라는 명령은 우리말에 담긴 얼을 산산조각 내는 듯했다. 그럼에도 우리말은 사라지지 않았다. 언어 주체이자 사용자인 우리가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밟아 꺼뜨려도 다시 타오르는 불씨처럼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과거 김구 선생은 백범 일지에 문화강국을 향한 자신의 소원을 새겨 넣었다. 선생은 우리나라가 세계 문화를 선도하며 모범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지금 선생의 소망은 시나브로 현실이 되어가는 중이다. 한글문화연대도 지금 시류를 놓치지 말고 바른 용법과 문화 전파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예전부터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류와 한글을 향한 관심이 점진적으로 늘어왔다. 그러나 요즘처럼 서구 영미권에서 한국 대중문화 그리고 언어까지 폭발적인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공공언어를 바로잡고, 불필요한 외래어를 교정하는 등 내부를 단단하게 다질 시기다. 우리가 명확한 기준 없이 우리말을 가볍게 대한다면, 세계의 관심 또한 오징어 게임의 종영과 함께 쉽게 사그라들 것이다.

 

출처: https://billswire.u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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