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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이거 진짜 우리말 맞아? - 이원철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2. 2. 4.

이거 진짜 우리말 맞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8기 이원철 기자

idiot0223@naver.com

 

 

예쁜 우리말 소개?

최근 정보의 공유 및 확산이 편리해짐에 따라 인터넷에 공공연히 순우리말이라며 떠돌아다니는 목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쁜 순우리말 아기 이름혹은 귀여운 어감의 순우리말등으로 보통 소개가 되는데 대개 근원을 알 수 없는 신조어들, 혹은 기존의 뜻이 아닌 틀린 뜻을 어감과 비슷하게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순우리말도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대다수가 옛말의 틀리게 해석하여 쓰거나 혹은 단순 합성어로, 문법적으로 어색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 것도 많다.

 

< 순우리말 달 이름 목록 출처 :  녹색연합 >

위 목록은 누리망에 돌아다니는 대표적인 순우리말 단어 목록이다. 이는 기존의 우리말이 아닌 현대에 만들어진 창작물로 전통적으로 정월(1)과 동짓달(11), 섣달(12)을 제외한 달을 그냥 숫자로 불렀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날짜를 지칭하는 말에서 일부 순우리말을 섞어 마치 위 표가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순우리말이라고 느껴지게 했다. 이처럼 현대 창작물이 마치 전통 고유어인 것처럼 둔갑한 것도 문제이지만, 기존의 달 이름 조차 엉망으로 만들었으며 견우직녀와 같은 경우는 고유어도 아니다.

이와 같은 창작물이 마치 전통적인 우리말처럼 알려져 뜻이 와전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참고한다면 한국어 번역에 실제 의미와 다른 단어가 사용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특히 이름을 지을 때 예쁜 순우리말 이름이라는 기존 고유어가 아닌 신조 고유어를 소개하는 목록을 참고하여 이름을 짓는다면 의도와는 다른 뜻의 이름이 지어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순 엉터리 우리말 활용

근거 없는 우리말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혹은 누리 소통망의 광고용 계정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초성별로 분류하여 100개가 넘는 우리말을 나열한 정체불명의 목록도 존재한다. 내용 중 어원을 찾기 어렵거나 뜻이 실제와 다르게 설명된 것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잘못 알려진 순우리말들은 모두 누군가 그럴듯하게 말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면 예그리나라는 단어는 사랑하는 사이라는 뜻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만든 원리가 불명확한 신조어이다. 단체명에 자주 쓰는 가온이라는 단어도 실제 쓰이는 뜻과 다르다. 흔히 중심, 가운데 등의 뜻으로 쓰지만, 전통적 의미는 절반이라는 뜻이다. 한 어문연구관은, 가운데의 옛말은 가온대라고 하며 가온누리라는 말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으로 알려져있지만, 굳이 단어를 합성하자면 누리 가온대라고 해야할 것이라며 가온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한 풀이를 말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새로 만들어진 순우리말이나 기존 뜻과 다른 의미로 알려진 단어가 존재하며 아기의 이름부터 가수의 예명, 공공기관에서까지 엉터리 순우리말을 사용하는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양수산부의 산하 기관인 극지연구소는 2009년 국내 최초 쇄빙선에 아라온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 세계 모든 바다를 누빈다는 의미를 담아 바다라는 뜻의 우리말인 아라와 전부를 뜻하는 을 합성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순우리말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국립국어원에서 얘기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이와 같은 단어를 사용한 사례들이 발견되었는데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측에 정식으로 문의한 뒤 명칭 변경을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순우리말을 사랑하고 아끼려는 노력은 권장하지만, 공식 명칭이나 이름을 정할 때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토박이말 사전 등에서 표제어를 검색해 보고, 그 정확성을 확인한 뒤 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우리말을 지키는 올바른 자세

국립국어원의 의견처럼 순우리말에 관심과 사랑을 주는 태도는 외래어가 만연한 현대에 우리 문화를 지키는 가치 있는 자세이다. 그러나 부정확한 정보의 무분별한 수용은 기존 우리말의 정체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며, 실제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할 수 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신조어를 정확한 정보처럼 공유하고 널리 퍼뜨리는 행위는 특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보 공유 및 전파의 발달로 쉽게 정보를 획득하고 공유하며, 빠른 속도로 정보가 퍼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잘못된 정보는 전염병처럼 빠르게 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나 한자어를 줄이고 고유의 우리말을 사용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기존의 단어를 파괴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사실인 양 전파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정보를 획득할 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무턱대고 믿기보다는 표준국어대사전과 토박이말 사전을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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