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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선 넘는 외국어, 여기가 대한민'쿡'인가요? - 2022.09.17

by 한글문화연대 2022. 10. 5.

■ 외국어 남용, 소통 부재로 이어질지도

이미 굳어져 익숙해진 표현을 굳이 우리말로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국어의 남용이 자칫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 불공정과 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국민 1만10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래어·외국어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총 3500개의 단어 중 70세 이상 연령대에서 60% 이상 이해한 단어는 256개, 7.3%에 불과했다. 국립국어원의 자료에 따르면 특히 ‘큐알코드’ ‘팝업창’과 같은 정보통신 관련 용어의 이해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한미혜씨는 “의사소통의 단절은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외래어 사용이 지적 우월함으로 포장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기지 한글학회 연구편찬실장 역시 “모든 국민이 외국어에 능숙하지 않고, 또 능숙해야 할 의무도 없다”면서 “그런데 외국어가 지속적으로 남용되면 급기야 외국어 능력에 따라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60대 후반의 홍혜자씨는 이번 추석 명절 식구들과 함께 동네 식당을 찾았다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홍씨는 “‘키오스크’라는 신문물 앞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감이 들었고 도통 이해하기 힘든 (외국어) 메뉴들 속에서 먹고 싶은 음료 하나 고르지 못하는 나를 보며 ‘모르는 것도 죄가 되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읽지 못하는 대상이 ‘안전’과 직결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감염병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 비대면을 의미하는 ‘언택트’,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블루’ 등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신조어는 중장년층 중심의 정보 소외 계층에 또 다른 문턱이었다.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중앙정부기관에서 낸 보도자료 1만1918건 가운데 5501건에서 외국어 표현·표기 남용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공문서 등에 쓰는 공공 언어와 홍보 업무에 사용되는 외국어 남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어기본법 제14조 1항에 의거하면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글문화연대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중앙정부기관에서 낸 보도자료 1만1918건 가운데 5501건에서 외국어 표현·표기 남용이 확인됐다. ‘가이드라인’ ‘거버넌스’ ‘아카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서은아 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 교수는 “오랫동안 공공 언어 사용 실태를 평가하고 연구해왔지만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사업과 정책의 이름은 매년 낯설다”며 “‘Safety House 구축 사업’ ‘스마트팜 테스트베드 교육장’ ‘원도심 아프프리마켓’ ‘손愛손 Job Go’ 등 사업 뜻을 짐작하기 어렵거나 배경을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홍보 대행사에서 일하는 김유진씨도 “가끔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외국어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상술의 관점이 공공의 영역에 들어가 있는 모양새다. 관료사회다 보니 지금의 결과를 내는 데 급급해 놓치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행인 것은 외국어 남용을 반대하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글문화연대는 여주시 세종대왕릉역, 수원시 광교중앙역 등 철도역 앞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K&R(키스 앤 라이드)’ 표지판을 ‘임시정차구역’으로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키스 앤 라이드’는 운전자는 내리지 않고 같이 타고 온 여행자만 환승을 위해 하차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헤어질 때 입을 맞추며 배웅하는 영어권 문화에서 유래했다.

 

(중략)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언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진화하는 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언어는 자연과 같다. 먹이사슬처럼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게 된다. 이미 권력이 돼 가르치지 않아도 배우려고 하는 언어가 영어인데 이를 그대로 두면 결국 우리말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s://www.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2209170600001

본 기사는 경향신문(2022.09.17)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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