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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 나라 좋은 나라(김영명)

품격이 중요하다 또는 진보가 보수를 못 이기는 까닭

by 한글문화연대 2014. 10. 16.

[우리 나라 좋은 나라-52] 김영명 공동대표

 

얼마 전 <한국일보>에서 어떤 기자가 쓴 글을 보았다. 세월호 사건이었는지 어떤 사건에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을 비판한 글이었다. 정작 중요한 주장의 내용은 그만두고 태도만 문제 삼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희생자 유가족이나 야당 의원들이 주장을 펼치는 행태가 지나치다는 보수층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더 전에는 대중적인 사회 평론가인 강준만 씨가 쓴 글도 보았다. 그 또한 비슷하게, 논쟁의 내용은 무시하고 “너 왜 반말 하냐?”는 식의 싸움이 한국 사회에 난무한다는 비판이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데에는 그 내용이 중요하지 말하는 태도를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 지적이 보수층의 자기 방어 수단이라는 지적이었다.

 

태도 문제가 내용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들이 놓치는 중요한 사실 또한 지적하고자 한다. 무릇 인간이란 감정의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말하는 내용이 지당하고 옳더라도 그 말하는 태도가 기분 나쁘면 절대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다. 태도가 기분 나쁘면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고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위 두 사람의 생각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나온다. 품격이 중요하지 않다니? 말이나 행동하는 방식이 덜 중요하다니? 나는 오히려 이렇게 주장한다. 말, 행동의 방식이나 태도는 적어도 그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다. 아니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옳은 말을 그른 방식으로 하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어디 한둘인가? 거꾸로, 그른 말을 옳은 방식으로 하여 목적을 달성하거나 평화를 이루는 일도 허다하다.

 

품위나 품격이란 정신이든 물질이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갖추기 쉽다. 그 반면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척박하기 쉽다. 그래서 행동이나 말이 척박하고 천박하기 쉽다. 그래서 보수파는 품위를 강조하고 진보파는 내용을 중시한다.

 

또 그래서 진보파는 보수파에게 이기기 어렵다. 거친 언행이 상대방이나 침묵하는 다수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품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품위 자체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것은 보수파에게 유리한 논리다. 그러나 진보파가 이기기 위해서는 진보파도 품위를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다수를 끌어안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감성의 측면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품위는 매우 중요하다. 품위를 지켜야 상대방이나 중립자의 호감을 살 수 있고, 그들의 호감을 사야 주장의 내용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리이다.한국의 소위 진보파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보수파에게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수는 영악하고 위선적이며, 진보는 거칠고 무례하다. 영악하고 위선적인 것이 거칠고 무례한 것을 이기게 되어 있다. 특정 순간 순간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진보파가 가슴에 새기고 새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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