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박예진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외국어로 둘러싸인 반려동물용품 진열대를 종종 보게 된다. 반려동물의 사료부터 장난감, 생활용품까지. 수입 상품이 대부분이라고 해도, 국내 상품조차 제품명이나 홍보 문구에 우리말 대신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라인 집단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1년 27.7%로 늘었다. 그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려동물 돌봄족의 비율도 늘어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 3조 4천억 원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했으며, 오는 2027년에는 시장이 6조 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용품 업계는 수요에 대응할 만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수록, 우리는 무분별한 외국어 남용을 더욱 경계하고, 이를 대체할만한 말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곳저곳 ‘펫’ 붙인 신조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펫(Pet)’이라는 말을 붙인 신조어가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뜻하는 ‘패밀리(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으면 ‘반려동물 돌봄족’이 된다. 자녀를 낳는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이르는 ‘딩펫족’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이는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과 ‘펫(Pet)’의 합성어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딩펫족’의 우리말 순화어로 ‘맞벌이애완족’을 선정했다.
가족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뜻하는 ‘펫 로스 증후군’은 일상에서도 자주 들어볼 수 있는 용어이다. 국립국어원은 ‘펫 로스 증후군’을 대체할 우리말 순화어로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을 선정했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은 ‘펫코노미(펫(Pet)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의 순화어인 ‘반려동물 산업’과 더불어 2021년 가장 적절하게 다듬은 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양이와 강아지의 행동 언어
고양이나 강아지 등 반려동물의 행동 언어는 보통 외국에서 넘어온 용어를 그대로 쓰곤 한다. 수의사들은 물론 방송이나 언론, 반려동물을 키우는 개인까지 이를 순화하여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고양이가 털을 손질하기 위해 혀로 몸을 핥는 용어는 보통 ‘그루밍’이라고 하지만, 이를 순화한 용어는 따로 찾아보기 힘들다. 간단히 ‘털 손질’이라고 순화한다면, 그 의미를 모두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반려견이 물고 있는 장난감을 좌우로 당기며 놀아주는 놀이는 ‘터그 놀이’라고 부른다. 이는 ‘당김 놀이’ 또는 ‘줄다리기 놀이’ 등으로 순화해보는 건 어떨까.
고양이가 앞발을 오므리고 펴며 꾹꾹 누르는 행위는 ‘꾹꾹이’라는 의태어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불을 입에 물고 빨려는 행위를 ‘쭙쭙이’라고 귀엽게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말로 반려동물의 행동을 표현하면, 누구나 쉽게 그 행동을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많이 사용하는 외국어 표현을 우리말로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양이가 사냥감을 앞에 두고 ‘깍깍’이나 ‘딱딱’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의미하는 ‘채터링’이나, 강아지가 혀를 내밀어 코를 핥는 행동을 뜻하는 ‘릭킹’ 등은 어떤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외국어를 쓰는 반려동물 상품들
다시 반려동물용품 진열대 얘기로 돌아가 보자. 대부분의 반려동물 상품은 외국어로 되어있다. 공식적인 명칭이 아닐지라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어떤 상품은 특정 외국어 이름으로 통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 장난감인 ‘카샤카샤’다. 카샤카샤는 고양이 낚싯대의 한 종류로, 흔들면 잘각거리는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다. 이는 일본어인 ‘카샤카샤(かしゃかしゃ)’에서 나온 말로, 직역하자면 ‘딸가닥딸가닥’, ‘대그락대그락’, ‘잘각잘각’이라는 뜻이다. 이를 우리말로 순화하면 ‘잘각잘각 장난감’으로 부를 수 있겠다.
반려동물의 나이를 나누는 말 역시 우리말보다는 외국어가 더 많이 쓰인다. 반려견의 경우, 한 살 이상의 개는 ‘어덜트’, 한 살 미만의 강아지는 ‘퍼피’라고 부른다. 반려묘의 경우에는 전자를 마찬가지로 ‘어덜트’, 후자를 ‘키튼’이라고 부른다. 개나 강아지, 어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등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음에도 각종 사료나 간식 포장지에는 ‘퍼피’, ‘키튼’ 등의 말이 자연스레 쓰여 있다. 심지어는 7세 이상의 개나 고양이에게 ‘시니어’라는 표현을 쓴다. 이를 대체할 만한 말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진 만큼,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때다. 반려동물 관련 용어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려운 철도 용어나 공공기관의 전문용어를 알기 쉬운 말로 순화했던 것처럼. 반려동물 용어 역시 꾸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언젠간 우리말로 전부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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