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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우리가 영어상용도시를 반대하는 이유 - 정다정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2. 7.

우리가 영어상용도시를 반대하는 이유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9기 정다정 기자
daajei@naver.com

 

부산·인천의 영어 상용화 사업 추진
2022년 부산시와 교육청은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부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부산을 영어를 쓰는 게 자유롭고, 외국인의 거주가 편리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공문서 영어 병기’, ‘시정 홍보 영문서비스 확대’, ‘도로표지판·도로시설물 영문 표기화’, ‘호텔·식당·상점 영문 표기 확대’ 등의 계획이 제출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영어 상용도시 정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도시, 외국인과 외국기업이 자유롭게 몰려드는 도시, 외국인이 사는 데 편리하고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023년부터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에서는 영어로 소통하고 생활할 수 있는 ‘영어통용도시’ 구축사업이 시작된다. 사업 내용으로는 외국인 친화 사업장 인증제도, 거리와 음식점 등에 영문표지판 설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영어통용도시로 도약하면 외국인의 정주 환경 개선은 물론 외자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어기본법의 방향
그런데 ‘영어 상용도시’가 되면 부산이 정말 살기 좋은 도시가 될까? 먼저 국어기본법을 살펴보자. 국어기본법 제1조는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이다. 국어기본법 제2조는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이며 14조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 등을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이다.

국어기본법은 2005년 1월 27일 법률 제7368호로 공포되어 2005년 7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공문서 등에 영어 표기를 확대하겠다는 부산과 인천시의 방안은 한글 용어 사용을 규정한 국어기본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부산시뿐 아니라 전국 도시 대부분이 이미 ‘영어 친화적 환경’에 놓여져 있다. 불야성을 이루는 도심 번화가의 간판 중 우리말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외국어 간판이 대부분이다. 외국어를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은 일상생활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한글문화연대의 영어 상용도시 반대 운동
부산의 영어 상용화 추진 소식에 한글 단체들은 공공언어 훼손이 우려되는 ‘근거도 없고 명분도 없는 설익은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한글문화연대를 포함해 한글학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외솔회 등 76개 한글단체와 부산 작가회의, 인본사회연구소, 우리말글사랑행동본부 등 34개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공동 기구를 만들어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영어 상용도시는 인위적이고 무모한 실험"이라며 "경기도의 글로벌 빌리지와 같이 실패한 사례의 답습과 예산 낭비, 사교육비 부담 증가 등이 우려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 중 가장 위대한 것이 한글"이라며 "국제화와 영어상용도시는 같은 길이 아니다. 외려 한글을 제대로 가꾸는 게 국제화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티앤오코리아(여론조사 전문기관)를 통해 한글단체가 부산시민 만18~69세의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 ‘영어상용도시 부산’이라는 정책에 대해 시민 응답에서 ‘반대’가 40.9%, ‘찬성’이 27.6%로 나왔다.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영어상용도시를 만드는 일은 비현실적이라는 견해를 밝히며 전반적으로,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반대 의견이 월등하게 높았다. ‘글로벌 빌리지’ 추가 건립과 ‘영어교육 거점 공간 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시민들의 영어교육을 독려한다고 해도 일상에서 영어를 쓸 일이 많지 않은 우리의 상황에서 영어상용화 자체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예산 낭비가 클 것으로 시민들은 판단하고 있다.

 

출처: 오마이뉴스

 

‘상용’이라는 말은  한국어를 공용어로 하되, 영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로 볼 수 있다. 즉, 일상과 공공언어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그 정도가 되려면 지금까지의 영어 교육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일부 외국인을 위해 일반 시민에게 영어 공부를 강제하는 행위밖에는 안된다. 여러모로 2008년 이명박 인수위의 ‘영어 공용화’를 연상시킨다. 영어가 경쟁력이라는 신화에서 출발한 이데올로기다. 이런 영어 상용화의 그늘은 곧 우리말과 우리 문화에 대한 비하감이다. 

영어는 우리 사회에서 과시와 구별 짓기의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사실과 관련이 깊다. 영어 상용도시에 찬성하는 이들이 말하는 ‘영어 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는 결국 ‘외국인에게 불편함이 없는 도시’이다. 국제화를 위한 영어 상용화는 잘못된 생각이다. 한류를 통해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고 있기에 오히려 한글을 알리는 것이 국제화이다. 정책의 비판을 넘어 우리말글 의식에 큰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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