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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장마철에 자주 쓰이는 우리말들

by 한글문화연대 2013. 7. 12.

아, 그 말이 그렇구나(2)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비와 함께 날씨가 좀 시원해졌는데, 흔히 우리는 날씨를 ‘기상’이라고 하고, 때에 따라 ‘기후’라고도 한다. 기상과 기후는 비슷하게 생각되지만 뜻과 쓰임이 다른 말이다.


기상은 우리말 날씨에 해당하는 한자말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햇살이 쨍쨍한 등의 그날그날의 날씨 상태를 기상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기후’라고 하면, 날마다의 기상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평균을 낸 값을 나타내는 말이다. 보통 30년 단위의 평균 날씨를 기후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며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철에는 한랭건조하다는 표현은 ‘기후’를 설명한 것이고, 오늘은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리고 무덥겠다고 하면 그건 ‘기상’ 곧 날씨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예보’라고 하지 ‘기후예보’라 하지는 않는 것이다.


기상예보를 들어보니, “당분간 비오는 날이 많아지겠다.”고 한다. 이때 ‘당분간’은 일본말 잔재이다. 아직도 기상청에서 쓰는 용어들 가운데는 일본말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당분간’은 일본말 ‘도우분노아이다’(當分間, とうぶんのあいだ)의 한자음을 우리식으로 읽은 것으로,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얼마 동안’으로 다듬어 쓰도록 하고 있다. “얼마 동안 비오는 날이 많아지겠다.”고 하면 된다. 또, 기상예보에서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때 ‘~중인 가운데’라는 표현도 일본식 말투이다.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호우주의보가 발효하고”로 표현하면 된다.

 

비가 한꺼번에 많이 내리게 되면 물난리를 걱정하게 되고, 조금씩 자주 내리게 되면 무척 축축하고 지루한 생각이 든다. 잠시 내리는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지만, 끝없이 내리는 비는 사람들을 무척 따분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런 비를 ‘지리한 장마’라 부르곤 한다. 장마뿐 아니라 ‘지리한 오후’, ‘지리한 일상’, ‘지리한 싸움’ 등 ‘지리한’이란 말이 두루 쓰이고 있다. 하지만 ‘지리하다’는 표준말이 아니다. 이 말은 ‘지루하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곧 ‘지리한 장마’가 아니라 ‘지루한 장마’가 올바른 표현이다.


요즘 우리말이 속어나 비어에 밀리고 외래어에 먹혀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는데, 그나마 장맛비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우리말을 잘 지키고 찾아내고 다듬어서 사용해야 하겠다.


<성기지/ 한글문화연대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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