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방/대학생기자단

세계 문해의 날과 한국인의 문해력 - 김가현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23. 10. 27.

세계 문해의 날과 한국인의 문해력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10기 김가현 기자

Jenny001205@naver.com

9월 8일은 '세계 문해의 날'이다. 유네스코가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일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해 1967년부터 기념해 온 날이다. 우리나라에서 문해력 논란은 꾸준히 일어난다. '심심한 사과? 난 하나도 안 심심해', '금일이 금요일 아닌가요?', '이지적이라고? 내가 쉬워 보이나?'. 힐끔 보면 농담 같은 이 말들은 우리 사회의 문해력 저하를 보여준다.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몰라서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인 사례다. '심심'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이고 '금일'은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날을 의미한다. '이지적'은 이지로써 행동하거나 판단하는 것이다. 세 단어 모두 한자어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은 낯선 한자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단순히 특정 단어를 모르는 문제가 아니라 태도와 인식, 사회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함께 살펴보자.

문해력 저하 논란의 발단이 된 업체 측의 사과 공지문. 트위터 갈무리

 

문해력 저하와 개인주의

일명 '심심한 사과' 논란이 일자 사람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반응을 보인 사람, 심심의 뜻도 모르냐며 비난하는 사람, 잘 안 쓰는 단어니 모를 수 있다는 사람 등으로 다양했다. 한자어에 익숙한 윗세대와 한자어가 낯선 젊은 세대 간의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은 잘 쓰지 않은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했다며 낯선 한자어를 쓰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특정 단어를 모른다고 상대가 사용하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한편에서는 한자어는 모를 수 있지만 배움에 대한 태도가 부족하고 상대와 소통하려 하지 않는 자세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태도가 더욱 심화됐다고 한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덜하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으면서 자신의 무지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배우려는 태도가 약해졌다.

언어 교체 현상과 넓은 의미의 문해력

앞의 사례들을 문해력의 문제가 아닌 '언어 교체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세대 간 사용하는 단어가 점점 달라지며 일어난 충돌이라는 것이다. 한문보다 영어가 중요해진 시기 이후 교육을 받은 세대가 대두하며 일어난 자연스러운 논란으로 보는 시각이다.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문자화된 기록물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인 문해력이 무너진 것을 우려한다. 그래서 단순히 문해력을 논하기보다 더 넓은 의미의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비판적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비판적 문해력이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점점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올바른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한데도 말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복합적인 측면에서 문해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먼저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 긴 글을 완독하는 습관을 들이고, 책을 읽으며 단어에 대한 상상력과 문맥 파악 능력을 키우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의미를 짐작해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비판적 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소통한다면, 우리의 언어 환경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맹 퇴치의 중요성을 알리고 문해교육 참여율을 높이고자 매년 9월을 '문해의 달'로 정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고 문맹 퇴치 노력에 동참하고자 1989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했다. 세계 문해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문해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