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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알기 쉬운 우리 새말

[새말] 54. ‘퍼스널 컬러’ 진단 말고 ‘맞춤 색상’ 진단 어떤가요?

by 한글문화연대 2023. 11. 2.

최근 스포츠 연예 전문지에 한 아이돌 그룹 가수들이 개인 방송에서 했던 말이 실렸다. “팬들이 자신들의 ‘톤’을 갖고 토론을 하는데, 이제는 자신들의 퍼스널 컬러를 정리할 때가 되었다”라는 것이다. 

가수의 팬들에게 ‘토론 거리’가 될 정도로 요즘 젊은 세대가 관심을 두는 게 이른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다. “개인이 가진 신체의 색과 어울리는 색”을 일컫는 용어로, <우리말샘> 사전을 보면 “사용자에게 생기가 돌고 활기차 보이도록 연출하는 이미지 관리 따위에 효과적”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사실 ‘퍼스널 컬러’는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깔이 다양한 다인종 국가에서나 관심을 가질 법한 분야이지만, 일찍이 일본 패션계에서 이를 산업화했고 이후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용어가 우리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12월로, <세계일보>사에서 발간하는 대학생 대상 매체 <전교학신문>에서였다. “자신에게 적합한 색깔을 발견하는 가장 기본적 항목은 피부 색깔....(중략) 집에서 간단하게 자가 진단하는 방법은 푸른 계통의 손수건과 노란색 계통의 손수건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중략) 바탕색보다 손이 환해 보이는 것이 내 퍼스널 컬러다”라는 내용이다. 

이 분야에 관한 관심은 특히 최근 들어 매우 높아졌다. “이색 취미 클래스 가운데 증가율 1위를 차지한 학원은 ‘퍼스널 컬러’ 클래스였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색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퍼스널 컬러 클래스는 전년 대비 144% 급증했다”라는 기사(<매일경제> 2023년 7월)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다 보니 ‘퍼스널 컬러’라는 외국어가 슬그머니 우리 언어문화 속에 정착해 버리는 추세다. 언론에서도 누구나 뜻을 알 수 있으려니 짐작해서인지 별도의 풀이말을 덧붙이지 않고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언론에서 명사형으로 대체어를 제시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개인별 고유색상(<중부매일 2019년 3월>)’, ‘개인의 고유색(<전민일보> 2020년 11월)’, ‘피부 톤과 어울리는 색상(<동아일보> 2022년 10월)’, ‘개인의 신체 색(<중도일보> 2023년 8월)’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적으로 쓰였을 뿐, 지속해서 쓰이는 우리말 표현은 없는 형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 대부분이 영어다. 그 예로 ‘스킨 톤’, ‘쿨 톤’, ‘웜 톤’이 있다. ‘피부 색조’, ‘시원한 색감’, ‘따뜻한 색감’이라고 불러도 될 터인데, 외국어를 쓰는 게 ‘업계 관습’처럼 굳어져 우리말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젊은이들 사이에는 ‘톤 그로’라는 해괴한 신조어까지 나돈다. ‘톤(색조)’과 ‘어그로(aggro, 도발적 공격)’를 합성한 말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색조로 어색한 화장(옷차림)”을 뜻한다. 

이 분야의 심각한 외국어 남발과 언어파괴를 한꺼번에 바로잡을 수는 없겠으나, ‘퍼스널 컬러’라는 말을 순화하는 데서 출발해 보자. 

우선 국립국어원에서 ‘퍼스널’을 우리말로 다듬은 사례를 살펴보면 ‘퍼스널 트레이닝 → 일대일 맞춤 운동’, ‘퍼스널 컴퓨터 → 개인용 컴퓨터’, ‘퍼스널 파울→ 접촉 반칙’ 등이 있다. 새말 모임에서도 원말의 뜻에 충실하여 ‘퍼스널’을 ‘개인’으로 옮길 필요를 검토해 보았으나, 문맥상 충분히 뜻을 이해할 수 있으므로 ‘개인’은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최종 후보로 걸러낸 우리말 후보는 ‘어울림 색’, ‘돋보임 색’, ‘고유 색상’, ‘맞춤 색상’이다. 어감으로는 ‘ㅇ’과 ‘ㄹ’이 많이 들어간 ‘어울림 색’이 좋고, 뜻을 살리기에는 ‘돋보임 색’이 가장 적합할 듯했으나, 언중이 가장 선호한 것은 네 번째 순위로 추천한 ‘맞춤 색상’이었다. 짐작해 보건대 ‘맞춤 서비스’, ‘맞춤 양복’, ‘맞춤형 상품’ 등 우리말에 ‘맞춤(형)+명사’ 표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언중이 가장 친숙하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래 '다듬을 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새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문학, 정보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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