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문
문일여자고등학교 3학년 박서현
사실 처음에 한글문화연대 한글 동아리라는 걸 대외활동 누리집에서 봤을 땐 사실 호기심으로 지원했다. 고3이었고 수능을 앞둔 입시생이 이런 대외활동을 선택했다는 게 누군가한텐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건 무조건 해야 하는 못 말리는 나의 고집 덕에 시작한 활동이었다.
그렇게 간 첫 번째 활동에서 들었던 강연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님의 강연이였다. 그 강연에서 ‘말이 쉬워지면 모두가 편해진다’라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약자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말은 쉬워져야만 한다는 이야기였다. (나의 진로는 언어 전문 분야가 아니다. 국어국문이나 신문방송 같은 계열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런데도 난 이 활동을 선택했었다.)이 강연을 듣고 나는 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약자를 돕는 직업을 선택하겠다 말했던 내가 그 과정에서 말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구나. 약자를 보면 볼수록 말은 중요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느끼고서 한글과 한국어를 대하게 되니 그 전엔 보이지 않던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어려움들이, 말에서 오는 차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실패한 이해는 건강의 위협을 불러온다. 굳이 그렇게 쓰일 필요가 없는데 단순히 멋이나 격 혹은 직업상의 특징이나 단순히 통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되는 단어들이 안전을 위협한다. 그리고 그게 이 나라의 전반적인 안전을 국민의 삶의 질을 위협하고 결과적으론 국가의 질을 떨어뜨려 가고 있다는 걸 알고 난 후론 나부터 말을 골라 쓰기 시작했다. “소수자가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그게 어느 분야든 잘 모르는 사람, 그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게 기준이 된다면 이 나라는 지금보단 모두가 훨씬 더 살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디자인에 범용(유니버설) 디자인이 있듯이 말에도 범용 언어가 생겼으면 좋겠다. 모두가 편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애고 경사로를 설치하며 다양한 부분에서 노인과 휠체어를 고려해서 디자인되는 걸 의미하는 범용 디자인처럼 어린아이들과 지적장애인, 청각장애인, 노인도 들었을 때 이해하기 쉬울 수 있는 언어가 통용됐으면 좋겠다.
나의 진로는 작업치료이다. 사람의 인지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되고 어휘력은 인지와도 크나큰 관련이 있다. 그리고 난 이 부분을 다루는 치료사를 꿈꾼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어휘력을 기르기엔 너무나도 힘든 사회가 되어간다. 어린아이들, 장애인, 노인들이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단어들과 줄임말이 판친다. 우리말로 된 단어보다 외국어로 된 단어가 판친다. 요즘 문해력이 큰 쟁점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 문제엔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단어가 너무 어려운 게 클 것이다.
현재 고3인 나도 요즘의 단어를 보다 보면 너무나 어렵다. 말을 쉽게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느꼈던 날은 한글날 행사를 했던 날이었다. 체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에게 설명하게 됐을 때 난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나이 대에 따라 다른 표현으로 설명해야 했다. 쉬운 말은 우리 모두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고 우리 모두가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도구가 된다. 어려운 말을 쉽게 푼다고 누군가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아니다. 근데 쉽게 풀 수 있는 말들이 어려워지면 누군가는 알아들을 수가 없어질 것이다. 어려워진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뺏어 갈지 모른다. 안전을 뺏어가게 될지도 건강을 뺏어가게 될지 기회를 뺏어갈지 흥미를 뺏어가게 될지 능력을 뺏어갈지 모른다. 그중에 그 무언가를 뺏기더라도 그건 차별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첫 날가서 들었던 강연의 제목은 ‘언어는 인권이다’였다. 그리고 나는 그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느껴온 사람이고, 앞으로도 느끼게 될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이쯤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면 나는 몸이 조금 불편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다. 어렸을 땐 병원에서 지내다 내가 조금 더 커서 정말로 말을 자유롭게 쓰고 새로 말을 익히는 과정이 거의 필요 없어 홀로 시간을 보내고 사람을 만나는 게 가능해진 중학교 시절까지 난 병원에 가게 되면 환자였지만 나에겐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쓰이는 그 도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관찰자 입장에 서게 됐을 때 그리고 그들과 대화할 때마다 나는 말이라는 도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어는 인권이다’라는 그 문장에 큰 공감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활동이 마무리되던 수료식 날, 나는 코로나가 한창 심했던 시절 선별 진료소에서 코로나 역학조사를 담당하던 한 분의 수기를 듣게 되었다. 그분의 이야기 속엔 어르신들이 의학용어로 가득 찬 설명을 매우 어려워하셨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분은 그 의학용어들을 본인이 직접 검색하시고 공부하셔서 쉽게 풀어내 주셨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유독 마음이 쓰였고 활동이 끝난 지 3주가 지난 지금도 그 짧은 수기가 기억에 남아있다. 거기엔 한 달 조금 넘게 이 동아리로 활동하면서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던 부분이 담긴 글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약자에게 쉬운 말은 그들에게 인권이다”라는 대표님의 한마디가 지금도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걸 보아 앞으로 내가 일하면서도 살면서도 쉬운 말을 쓰도록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 쉬운 말은 누군가에게 건강을 선물할 것이고 누군가에겐 발전과 경험을 선물할 것이고 누군가에겐 성취감을, 누군가에겐 기회를 선물하는 게 될 거란 걸 이젠 안다. 그리고 그 말들은 나에게도 기회와 성취감 경험을 선물해 줄 것이다.
나에게 우리말가꿈이 활동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었던 앞으로도 얻을 수 없을 깨달음을 선물해 주고 휴식과 발전, 그리고 기회를 선물해 준 활동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숨통 틀 곳이 필요해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재밌어 보여서 시작했던 활동이 끝나고 나니 생각지도 못한 걸 잔뜩 선물 받고 끝났다. 정말 좋은 인연과 함께 내가 쏟았던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얻어갈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고3의 교실은 언어적으로 깨끗한 언어를 듣거나 언어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다. 특히나 내가 활동을 시작했던 그 시절은 수시 원서 접수 기간이었다. 모두가 예민하고 거친 말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시기와 상황 공간이란 이야기다. 그런 공간에서 하루에 8~9시간씩 5일을 지내다 보면 처음엔 거북하다가도 익숙해지고 이해하게 되고 적응되어 물들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거기에 물들어서 거칠게 말을 쓰게 되고 점점 더 욕설과 깨끗하지 않은 말이 섞여 들어오게 되는 나의 언어를 보면서 약간의 회의를 느낄 때쯤, 이 활동을 하며 좋은 동생들, 친구, 선생님들과 3시간 정도를 보내고 오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 말에 대해서 다양하게 배울 기회가 되기도 했고 정화되거나 휴식의 시간이 되기도 했고 그 경험들 속에서 생각지 못한 것들 또한 얻어갈 기회가 돼서 정말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힘든 입시 속에서 그 활동을 가는 시간만큼은 1시간이 넘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웃으면서 행복하게 갔던 것 같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재밌게 즐기고 웃으며 시간 보내고 왔던 것 같다. 선생님들께 정말로 너무 가장 감사하다. 주말에 우리를 위해서 시간을 내서 먼 거리를 오시면서 지내왔던 걸 알기에 정말로 가장 감사하다. 우리에게 그 경험을 선물해 주기 위해서 가장 큰 희생을 한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정말로 감사하다.
우리말가꿈이 푸른 연합동아리를 만들어 준 한글문화연대에
한글과 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하고 활동 전부 참여 못 해서 진짜 너무 아쉬워요. 나중에 다시 한번 혹은 내년에 다시 이런 활동이 생기면 꼭 함께할게요.
누추한 고3에게 휴식과 큰 깨달음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 경험 소중히 간직해서 나중에 그리고 앞으로도 말을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뱉도록, 조금 더 고민해서 뱉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깨끗하고 쉽고 예쁘게 뱉도록 노력할게요.
우리말 가꿈이라는 이름처럼 우리말을 조금 더 잘 다듬어서 예쁘게 가꿔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사실 전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번에 만난 사람들은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 내향적인 사람이 정말 신나서 할 수 있도록 잘 끌어주시고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앞으로 제 후배들, 동생들에게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가면서 살게요. 한글 박물관 살짝 구경해 봤었는데 견학 때 못 가서 너무 아쉬울 정도로 정말로 많은 걸 담고 예쁘게 꾸며진 공간이더라고요. 나중에라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 정말 많은 걸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언어생활 2막은 조금 더 잘 가꾸고 다듬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서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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