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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가꿈이푸른(전 우리말사랑동아리)

[우리말가꿈이 푸른 연합동아리 활동 수기 3편] 김민지 학생의 이야기

by 한글문화연대 2023. 11. 7.

우리말가꿈이 푸른 연합동아리를 하며

신월중학교 3학년 김민지

 

 우리말가꿈이 푸른 연합동아리에 신청하게 된 계기는 국립한글박물관 때문이었다. 모집 안내 글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서 3회 차 활동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일단 신청해 보자’였다. 되든 안 되든 신청하면 즐겁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신청을 한 날에는 국립한글박물관에 갈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서 설레는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여러 수행평가 때문에 푸른 연합동아리에 신청했다는 것을 잊었을 때쯤에 한글문화연대에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와서 무시했는데 계속 연락이 와서 마지못해 받자, 내가 동아리에 신청했다고 했는데, ‘내가 뭘 신청했었지?’ 싶었다. 그리고 엄마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국립한글박물관 가는 것 때문에 신청한 동아리가 있었다고 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문자를 확인해 보니 정확하게 기억이 났다. 사실 처음에는 왜 신청했는지 후회가 되고 경솔했던 것 같았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푸른 연합동아리 첫날과 학교 자율 동아리 시간이 겹친 것이었다. ‘과연 내가 2시까지 한글문화연대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갈 수 있어야만 했고 못 해도 해내야 한다는 막연한 부담감을 안고 며칠이 흘렀다.
 드디어 동아리 첫날인 9월 2일이 되었다. 다행히도 자율 동아리는 딱 늦지 않게 끝났다. 1시 50분에 공덕역에 도착해서 그냥 뛰었다. 걸으면 늦는다는 생각만 하며 뛰어가니 정확하게 2시였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는 생각으로 앉았지만, 나를 기다리는 건 적막과 어색함 뿐이었다. 첫 시간에는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님께서 ‘언어는 인권이다’를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다. 강의를 듣고서 자기소개 시간이 왔다. 어색함을 뚫고 소개하니 그래도 분위기가 조금은 풀렸다. 훨씬 살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선 외국어를 한국어로 다듬는 활동을 했다. 퍼스널 컬러, 캐리, 뇌피셜 등 바꾸기 어려운 단어들이었지만 다 같이 이야기하며 의논해 나가니 실마리가 보여 점점 재미있어졌다. 좀 즐거워질 때쯤 활동이 끝나서 아쉬웠지만 꽤 재미있었던 활동이라 생각한다.
 첫 시간 이후 조금 더 설레는 마음으로 두 번째 시간을 기다렸다. 두 번째 시간에는 토박이말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토박이말 = 한국말’이 아니라 ‘토박이말 = 순우리말’이라고 해서 조금 놀라웠다. 나도 그렇고 그날 참여한 다른 동아리원들도 그렇고 바람꽃이라는 단어를 좋아했다. (바람꽃은 큰 바람이 일어나려고 할 때 먼 산에 구름같이 끼는 뽀얀 구름이라는 뜻이다) 모두 같은 단어를 좋아하다보니 게임을 할 때 똑같은 단어만 사용해 별명을 지어서 웃겼다. 게임을 하고 엽서를 만들었는데, 나는 크레파스를 사용해서 ‘윤슬’과 ‘늘솔길’에 대한 그림엽서와 종현의 ‘하루의 끝’의 가사가 들어간 엽서를 만들었다. 다른 친구들의 엽서를 보니 세상에는 금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개성 있게 잘 만든 것 같았다. 두 번째 시간도 살짝 어색했지만, 첫 번째 시간보다 덜 어색하고 더 재미있던 시간이었다.
 드디어 내가 기다렸던 국립한글박물관을 견학하는 세 번째 시간이 되었다. 오랜만에 방문했더니 많이 바뀐 모습에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는 먼저 국립한글박물관 상설 전시인 ‘훈민정음, 천 년의 문자 계획’에 대해 해설을 들었다. 해설도 몇 년 전에 듣고 처음 들었는데 예전과 비교할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해설을 다 듣고 한글을 활용한 게임을 기획하기 위해 게임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냈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게임이었는데 나는 범인이었다. 범인은 거기서 시키는 대로 말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내가 그때그때 진술을 바꿔가며 했는데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해서 걸렸다. 솔직히 시간이 부족하지만 않았어도 안 걸릴 수 있어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세 번째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다 같이 게임을 하면서 더욱더 친해지고 말을 트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그런지 벌써 네 번째 시간이었다. 다음 시간이 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워졌다. 네 번째 시간에는 틀리기 쉬운 맞춤법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맞춤법도 있었고 처음 보는 맞춤법도 있었다. 학교 국어 시간에 배우는 맞춤법보다 훨씬 더 실용적이라 좋았다. 강의를 듣고 공공기관의 외국어 사용을 제보하는 활동인 ‘바꿔주세요’활동을 했다. 생각보다 공공기관에서 영어를 많이 쓴다고 느꼈다. 그중에서 가장 심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부산시청의 에코델타 스마트시티였다. 에코는 환경이고 스마트 시티는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의 향상을 위하여 건설·정보통신기술 등을 융·복합하여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런데 델타의 뜻을 몰라서 바꿀 수가 없었다. ‘바꿔주세요’ 활동을 하고 추석 이후에 있을 한글날 행사를 기획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와서 다 같이 정하는 게 재미있었다.
 다섯 번째 활동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 해서 더더욱 기다려졌던 것 같다. 이번 활동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하는 한글날 축제의 부스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한글박물관의 축제는 참여만 해봤지 직접 부스를 개최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떨리기도 했고 긴장되기도 했지만, 기대를 가장 크게 한 것 같다. 우리는 탁본 체험 부스를 했는데 끝나고 나니 먹이 묻을 만한 곳이 아닌데 묻어 있어서 참 웃겼다. 탁본은 훈민정음 서문인데 생각보다 이쁘게 하기 힘들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탁본 체험을 2시간 정도 진행하고 남은 시간 동안 다른 부스를 돌아다녔는데 기억에 남는 부스는 손톱그림(네일아트)이었다. 네일아트도 영어인데 ‘손톱그림’이라는 우리말로 다듬은 것이 신기했고 그 말이 참 이뻤다. 
 우리말가꿈이 푸른 연합동아리 활동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관심사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한글에 대해 생각하고 여러 활동을 하며 나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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