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릏게 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서울사투리라고 들어봤니?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10기 강민주
“기집애, 나를 그릏게 쪼그맣게 찍지를 말구, 이쁘게 좀 찍어봐.”
25년 전 영상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음성을 듣고 영희는 “여태 서울에 살면서 접해보지 않은 말투지만, 지방의 사투리도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한다. 표준어도 아닌 것이, 지방의 사투리도 아니라면 이 문장 속 표현과 여성의 말투는 어디서 시작된 걸까? 답은 ‘서울사투리’이다. 서울사투리는 과거 서울토박이들이 사용했던 전통적인 서울의 방언이다. 서울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수도 지역이라 언어의 변화도 빠르기에 우리가 현대에서 서울사투리의 억양을 접할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최근 유명 텔레비전 예능 ‘에스엔엘(SNL) 코리아’ 속 서울사투리를 다룬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서울사투리가 크게 화제 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표준어와 서울사투리는 어떤 점이 다를까?
서울사투리와 현대 표준어는 음운에서 특히 차이를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저모음을 발음하기 쉬운 고모음으로 바꿔 발음하는 ‘고모음화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사투리에서는 “그렇지”를 “그릏지”로, “숫자를 세고”를 “숫자를 시구”로 발음한다.
또한 모음 ‘ㅔ, ㅚ, ㅓ, ㅗ’가 장음이 되면 ‘ㅣ, ㅟ, ㅡ, ㅜ’로 바뀌는 현상도 일어나는데, “저희”를 “즈희”로, “예쁘다”를 “이쁘다”로, “계집애”를 “기집애”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이다.
“조그맣다”를 “쪼그맣다”로, “가루”를 “까루”로 표현하는 등 첫 음절에 강세를 두고 발음하는 ‘어두경음화 현상’도 서울사투리의 특징이다. 현대에서 무엇을 ‘하다’라는 표현은 서울사투리에서 ‘허다’라고 표현된다. “제기차기를 허든, 공기놀이를 허든 맘대로 놀아라.”라는 문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그리구”나 “하려구”처럼 ‘ㅗ’를 ‘ㅜ’로 발음하는 현상과 “좋은 것 같어”, “바뻐”, “잡어” 등과 같이 ‘ㅏ’를 ‘ㅓ’로 발음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한편에서는 90년대 영상에서 서울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서울 출신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방송 인터뷰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긴장한 상태로 평소 자연스러운 말투가 가려졌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많은 옛 영상과 연구 자료가 증명하듯, 과거 서울 사람들의 말투에는 현대 표준어 말투와 크게 비교되는 특징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할 수 있다. 과연 우리는 30-4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말투를 쓰고 있을까?
언어는 시대에 따라 매우 빠르게 변화한다. 새로운 말이 생기고, 쓰던 말이 없어지고, 억양이 달라지고, 표현이 달라진다. 이미 여러 연구와 보도자료에서 고작 25년 전인 90년대 말투를 ‘서울사투리’로 정의하고 있는 현재이기에, 당장 몇 년 뒤에 현대 표준어 말투가 ‘제2의 서울사투리’로 여겨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20대의 부모님 말투와 현재 부모님 말투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나와 내 주변의 말투를 의식하고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우리말에 관심을 갖고 가볍게 탐구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사랑방 > 대학생기자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말과 우리 문학의 청아함을 찾아서,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 김은수 기자 (0) | 2024.04.03 |
---|---|
인권 감수성과 차별적 언어사용 - 김가현 기자 (0) | 2024.04.03 |
계속 찾게 되는 ‘마약’음식 - 김현선 기자 (0) | 2024.04.03 |
다가오는 봄, 한글과 함께하는 나들이 - 박수진 기자 (0) | 2024.04.03 |
‘실버 서퍼’가 ‘디지털 친화 어르신’? 실용성 낮은 순화어 - 안지연 기자 (0) | 2024.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