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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아, 그 말이 그렇구나(성기지)

아내에 대하여

by 한글문화연대 2015. 1. 16.

[아, 그 말이 그렇구나-72] 성기지 운영위원

 

아내에 대하여


‘아내’에는 우리 선조들의 남성 중심적 사고가 묻어 있다. 본디 ‘안해’라고 하다가 소리 나는 대로 ‘아내’로 굳어진 말인데, ‘안’은 집안일을 돌보기 때문에 붙인 말이고, ‘해’는 ‘것’을 뜻하는 우리말로 소유를 나타낸다. 집안일을 돌보는, 남자의 소유물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옛날에도 요즘과 마찬가지로 부부의 나이가 중년을 넘어서게 되면 집안에서 아내의 위치가 올라가게 되었다. 그래서 ‘여편네’나 ‘아내’라는 말이 ‘마누라’로 달라지게 된다. ‘마누라’는 원래 높이는 말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지긋한 아내를 다정하게 부를 때 쓰는 호칭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현대에 와서는 ‘아내’나 ‘마누라’의 쓰임이 완전히 달라졌다. ‘안해’가 ‘아내’로 적히면서 ‘아내’라는 말에는 더 이상 여성 비하의 뜻이 남아 있지 않다. 그리고 ‘마누라’는 이제 오히려 아내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변하게 되었다. 물론 나이가 지긋한 자기 아내를 ‘마누라’라고 직접 부르는 것은 별 문제될 것이 없지만, 남에게 자기 아내를 가리켜 ‘마누라’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게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는 아내를 직접 부를 때 흔히 ‘자기야’ 하는 부름말을 사용한다. 표준 화법에는 아내를 직접 부를 때 ‘여보’라는 호칭을 권장하고 있고, 또 현실적으로도 가장 보편적인 말이다. 그러나 연인이나 젊은 부부가 많이 사용하는 ‘자기’라는 말도 비록 표준 화법에는 없지만, 상대를 자신의 몸처럼 여긴다는 뜻을 담고 있는 좋은 부름말이기 때문에 굳이 쓰지 말자고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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