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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2기] 지하철 속 한글, 일상에 스며드는 시민들의 시 - 기자단 12기 오아섬

by 한글문화연대 2025. 6. 5.

 

 

지하철 속 한글, 일상에 스며드는 시민들의 시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12기 오아섬

 

 

내리면 탈까요. 따뜻한 햇살이 내리면, 그때 자전거를 탈까요?

내리면 탈까요? 지하철에 사람들이 내리면, 그때 천천히 탈까요?”

 

모두가 바삐 달려가는 지하철 출근길, 문득 눈길이 가는 문장이 있다.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붙은 짧은 시는 모두 시민이 직접 써내려 간 것이다. 서울시가 매년 주최하는 지하철 시 공모전을 통해 시민의 문장이 공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시민이 만드는 도시의 문학

 

서울시에서 매년 개최되는 서울() 지하철 공모전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다. 공모는 매년 열리며, 시민 1인당 1, 15줄 이내의 작품을 제출할 수 있다. 시의 주제는 지하철 이용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일상적인 내용이 권장된다. 공모 내용과 접수 방법은 내 손안에 서울홈페이지나 공모전 홈페이지, 공모전 사무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선정된 작품은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결정되며, 선정된 시는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2년간 게시된다. 서울시는 이 공모전을 통하여 시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를 높이고, 문학 도시 서울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상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다

 

지하철은 도시인의 하루가 응축된 공간이다. 특히 출근 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정도로 고단한 장소다. 무표정한 얼굴, 바쁜 걸음, 스마트폰 화면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승강장에 붙은 한 줄의 시는 숨통이 된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혼란한 하루 틈에 여운을 남긴다.

지하철 시 공모전은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문학을 소수의 사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작품을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시민이므로 지하철 시는 더욱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감정을 담는 언어, 한글

 

지하철 시 공모전의 모든 작품은 한글로 쓰인다. 한글은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문자이면서도,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한글 형태의 짧고 간결한 문장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러한 언어적 특성은 시민이 문학 창작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고, 독자에게도 친근한 문학의 모습을 제공한다.

한글은 단지 문자 체계를 넘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영혼을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문학이 사람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예술이라면, 한글은 그 감정을 온전히 전해주는 데 가장 적합한 문자다. 이렇게 지하철 시 속 한글은 서울의 감성과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문학과 한글은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지하철 시 공모전은 단순한 문학 행사를 넘어, 도시의 정서를 바꾸는 문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문학은 이제 더 이상 책 속에서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를 감싸는 문화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한글이 존재한다. 한글은 누구나 읽을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며, 누구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든다. 그렇다고 단순하기만 한 문자는 아니다. 한글 안에는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이 숨어 있다. 이처럼 한글은 문학을 표현하는 데 탁월할 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로 글을 쓰고 감정을 전할 수 있도록 문학의 문턱을 낮춰주는 언어이기도 하다. 한글은 시민 문학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조급하게 지나가지만, 한글로 쓰인 시 한 줄이 벽에 남아 속도를 늦추고 마음을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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