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의 말모이… 순우리말로 물든 공간들
한글문화연대 12기 기자단 김주희
무분별하게 영어가 남용되는 요즘, 서울여대에는 우리말의 숨결이 살아있는 공간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서울여대는 공간 명칭에 순우리말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단순한 이름 이상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영어식 명칭에 익숙해진 학생들에게는 신선한 인상을 주고, 동시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또한 부드럽고 따뜻한 어감의 단어는 공간에 고유의 성격과 감성을 더해주며 학생들에게 정서적인 안정감과 공간에 대한 애착을 높여주는 효과를 준다.
공간에 스며든 우리말, ‘나래’,’마루’,’누리’
서울여대 캠퍼스에는 슈니 나래, 슈니 마루, 학생 누리관 등 순우리말로 지어진 공간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슈니 나래는 중앙도서관 5층에 있는 휴식 공간으로, 편안한 좌식 의자와 창밖 경치가 어우러진 조용한 장소다. 시험기간에도 비교적 한산하여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슈니(서울여대의 영문 약자 SWU에 언니를 합성하여 서울여대 학생을 가리키는 말)’와 ‘나래(날개를 뜻하는 순우리말)’를 합성한 이름으로, 서울여대 학생들이 자유롭게 숨을 고르고 날개를 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슈니 마루는 중앙도서관 1층에 마련된 좌식 열람 공간이다. 탁자마다 공간이 분리돼 있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온돌과 푹신한 방석 덕분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마루’는 집 안에서 바닥과 띄워 만든 널빤지 공간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다.
학생 누리관은 학생들의 복지시설이 집중된 건물이다. 그 안에는 여러 식당과 카페, 보건실, 과방, 음악감상실 등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모여있다. 이때 ‘누리’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슈니 누리에서의 ‘누리’는 ‘세상’을 의미하는 옛말로 풀이된다. 즉 ‘서울여대 학생들의 세상’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언론영상학부 3학년 임**씨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는데, 뜻이 ‘세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공부하는 공간에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요. 그냥 ‘학생관’, ‘커뮤니티센터’ 보다 훨씬 정감 가고 의미가 있죠”라고 말했다. 또한 경영학과 4학년 서**씨는 “나래, 누리, 마루 같은 순우리말들은 정서적으로 더 와닿는 느낌이라 공간이 더 따뜻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져요.”라고 전했다.
그래도 아직까진 학교 내에서 영어로 쓰인 공간이 많이 보인다. 학생들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인 ‘멀티플렉스존’은 ‘슈니 꿈터’로, ‘세미나실’은 ‘생각 나눔터’로 바꾸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이 더 널리 쓰이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면 캠퍼스는 물론 우리의 언어 감수성도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서울여대의 시도처럼 작은 변화들이 쌓여, 말과 마음이 따뜻하게 이어지는 캠퍼스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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