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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12기] 한글, 우리의 전통 무예와 결합하여 재탄생하다 - 기자단 12기 이가희

by 한글문화연대 2025. 6. 5.

한글, 우리의 전통 무예와 결합하여 재탄생하다

 

한글문화연대 기자단 12기 이가희

lgh777@daum.net

 

 

흔히 펜은 칼보다 강하고 글자는 인간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데 한글이 실제 무기가 되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경찰케이(K)삼단봉협회 박승철 협회장은 전통 무예와 한글을 접목하여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구현한 한글검을 창안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 협회장은 삼단봉 등을 활용해 한글 무예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의 무예를 찾아서

 

한글 무예는 우리의 고유한 무예를 되찾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했다. 정조 14(1790)에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는 한··일의 무예를 집대성한 종합 무예서로,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단절된 한국 전통 무예의 복원 및 해석을 시도했다. 박승철 협회장은 이 중 우리 무예인 본국검조선세법에 주목해 연구했고 이에 2019년 한글검을 창안했다. 박 협회장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의 전통 무예는 단절되었고 오늘날에는 유도, 검도, 합기도 등 일본 무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라며 우리 무예가 다시는 잊히지 않도록 한글 속에 그 동작을 담아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글에 녹여낸 동작을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익힌다면 전통 무예는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 살아있는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글검, 공간에서 한글을 구현하다

 

한글검은 평면상의 문자에 머물러 있던 한글을 3차원의 공간으로 불러낸다. 한글검의 기본 단위는 낱자 검법으로, 자음과 모음의 제자 원리를 기반으로 치기, 찌르기, 막기, 베기 동작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자음 검법 중 은 자신의 머리를 방어한 뒤 상대를 내려치는 동작이며, ‘은 상대를 아래로 내려친 뒤 수평으로 허리를 가격하는 동작이다. 한편 모음 검법은 훈민정음의 천((()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기본자인 는 찌르기, ‘는 막기와 치기, ‘는 치기의 동작으로 표현되며, 초출자와 재출자는 기본자의 검법을 합성하여 구현된다. 자음과 모음 검법을 조합하여 낱글자, 낱말, 나아가 문장까지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검법에 더해 대련(대적검)과 베기(초세법)를 통해 한글검의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대련은 상대와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으며 실전 상황을 익히는 방식이며, 베기는 대나무나 짚단을 베는 훈련으로 실전 타격감을 체득할 수 있다. 박 협회장은 한글검을 기반으로 케이삼단봉과 한글권 등의 무예 영역으로 한글 무예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글검의 확장과 케이삼단봉

 

한글검의 기술 체계는 삼단봉을 통해 경찰 실무에도 접목되었다. 박 협회장은 인천경찰청 무도 외래 교관으로 20년 이상 활동하며 경찰 체포술 교육에 힘써왔다. 박 협회장은 경찰 장비 중 하나인 삼단봉은 검에 비해 길이가 짧고 휴대성이 좋아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이에 대한 교육 체계가 미비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글검의 원리를 바탕으로 케이삼단봉을 개발했다라며 케이삼단봉을 창안한 목적을 밝혔다.

케이삼단봉의 기술 체계도 마찬가지로 자음과 모음을 활용한 한글검의 원리를 따르고 있다. 예컨대 삼단봉을 수평으로 들어 올리고 수직으로 내려쳐 자음 의 형상을 구현하고, 삼단봉을 수직으로 내려치고 수평으로 치면서 의 형상을 구현한다. 다만 모음의 경우 한글검이 천··인을 바탕으로 하지만 케이삼단봉은 천··인으로 구성된 훈민정음식 모음 체계와 현대 한글식 체계를 병행해 기술을 구현한다. 가령 훈민정음식 는 내려치기와 찌르기 동작으로, 한글식 는 내려치고 수평으로 치는 동작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기술은 한 손 또는 양손을 사용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되며 실용 중심의 훈련 체계를 갖추고 있어 경찰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범인을 제압할 수 있도록 한다.

 

 

케이삼단봉 교육의 확대

 

케이삼단봉은 현재 서울경찰청, 경찰대학, 경찰 인재개발원, 대통령경호처 등 주요 기관에 보급되어 있으며, 각 기관은 교육 목적에 맞춰 다양하게 응용해 이를 교육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박 협회장은 경찰에서 운영되는 케이삼단봉 프로그램을 변형해 이를 학교와 도장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늘봄교실을 통해 체육과 놀이를 결합한 한글 무예 프로그램이 도입되었다. 도장에서도 이용자 연령과 특성에 맞춘 다양한 지도 방식이 적용되고 있어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2023년부터 3년 연속 경찰케이삼단봉대회를 개최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글 무예, 화합과 평화의 매개로

 

한글 무예는 단순히 누가 더 강한가를 겨루는 무술적 성격을 넘어 조상의 지혜와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가치를 지닌다. 나아가 한글 무예를 통해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박승철 협회장은 외래 문화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우리 고유의 것이 있다면 그것을 살리고 꽃피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 협회장은 전 세계인들이 한글 무예를 통해 한글을 배우고 화합하며 평화를 느끼기를 꿈꾼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글 무예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복원하려는 노력인 동시에 이를 현대에 맞게 재생산해 우리의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다. 세계 속에서 한글 무예가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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