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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우리말가꿈이

붓으로 한글의 얼굴을 표현하다- 캘리그라피는 마음, 붓을 잡은 연기자 이상현 작가

by 한글문화연대 2015. 4. 8.

붓으로 한글의 얼굴을 표현하다
- 캘리그라피는 마음, 붓을 잡은 연기자 이상현 작가


박수빈(우리말가꿈이 신문편집모둠, soobin94@nate.com)


한 작업실에서 캘리그라피스트 이상현 작가를 만났다. 1999년부터 국내 캘리그라피 시장을 개척한 그는 서양과는 차별화된 한국적인 표정을 담기 위해 붓과 한글을 선택했다.


서예와 붓을 이용한 캘리그라피에 대해서는 “두 장르 모두 모필 문화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전자는 자기중심적 작업으로 자신을 위해서 도를 닦는 행위지만 후자는 그 목적과 대상이 정해져 있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캘리그라피는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두 대상을 비교했다.


캘리그라피를 알리는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후 그는 붓으로 쓴 감성적인 글씨에 디자인을 더해 영화 포스터, 간판, 책 표지 등 우리 주변에 캘리그라피가  자연스레 스며들게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대중의 생활 문화 곳곳에 캘리그라피가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상업성을 이용했다. 이 때문에 ‘캘리그라피는 상업 예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하여 반박한다. 처음 7~8년 동안 캘리그라피가 상업성을 강하게 보였던 것은 사실이나 이후 7~8년은 순수예술의 한 장르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그는 “캘리그라피의 상업적인 면은 대중에게 다가가는 첫 번째 과정일 뿐이다. 캘리그라피의 목적은 작가의 진실성이 담긴 작품과 퍼포먼스들로 그들과 교감하는 것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가는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성을 왜곡하지 않는 작품 활동을 펼쳐야 하고, 감상자는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읽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며 글을 쓰는 이의 진심을 강조했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바로 ‘캘리그라피는 마음이다.’라는 문구다. 이어 그는 “옛 말에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말이 있다. 글씨를 쓰는 것은 말을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무서운 작업이다. 기록으로 영원히 남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과 진실성을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문서예 전공자인 그가 한글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 역시 여기에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어려운 한문 보다는 한글 작품을 가지고 작업하는 편이 소통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정말 한글에 빠져버렸다.”라고 말했다.


한글은 유일하게 받침이 존재하는 문자다. 글자를 나열했을 때 비교적 들쭉날쭉하지만 이것이 ‘리듬’이고 ‘감성’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의 문자보다도 감성적 리듬을 타기에 최적이다. 그는 자신에게 한글을 “작품 세계에 또 다른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최고의 요소이다. 이제 한글은 필수 작품 소재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또 다른 친구이기도 하다.”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글을 재료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시드니에서 독도 관련 퍼포먼스를 펼쳤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하는 세계 아리랑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아리랑이라는 세 글자를 새겼다. 퍼포먼스 외에도 외국 대학에서 ‘한글이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글 캘리그라피는 한글의 세계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한글을 읽고 느끼라고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다. 그러나 읽고 느끼는 한글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한글로 먼저 접근한다면 충분히 세계화는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글자라도 어떤 감성을 담아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더 많다고 밝혔다. 이미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나 여러 도구들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또, 초중고 교과서에 실리고 싶다는 꿈도 모두 이루어졌다. 이제 그는 100m 길에서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캘리그라피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나눔을 베풀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한글날에 광화문 광장에서 ‘예쁜 한글 이름 써주기 행사’ 등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자신의 분야를 건설하기 위한 도구로 한글과 붓을 취한 그의 태도는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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