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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권리와 한글을 보호하는 식품 표시 기준을 지켜야 한다.

by 한글문화연대 2015. 11. 5.


2015.11.05.성명서-식약처는 소비자 권리와 한글을 보호하는 식품 표시 기준을 지켜야 한다.hwp


[성명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자 권리와 한글을 보호하는 식품 표시 기준을 지켜야 한다.


과자나 라면 등 식품의 이름을 포장지에 적을 때는 외국문자나 한자가 한글보다 커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있다. 이 표시 기준이 기업 활동에 방해되는 규제이니 없애달라고 2014년 초에 에스피시라는 제과 업체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외국 문자를 한글보다 크게 쓸 수 있도록 조건 없이 허용해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국어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반대 여론에 귀를 기울여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식품 대기업들이 2015년 10월 국무조정회의에 이 기준 폐지를 다시 건의하고 감사원에서는 식약처가 규제개혁에 소극적이라고 감사 결과를 내는 통에 다시 이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식약처에서는 식품 대기업들의 탐욕스런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결코 안 된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협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 가운데 하나인 한글을 짓밟는 짓이다.


‘식품 등의 표시 기준’ 제5조 2항에서는 “표시는 지워지지 아니하는 잉크·각인 또는 소인 등을 사용하여 한글로 하여야 하나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자나 외국어는 혼용하거나 병기하여 표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한자나 외국어는 한글표시 활자와 같거나 작은 크기의 활자로 표시하여야 한다. 다만, 수입되는 식품 등과 상표법에 의하여 등록된 상표 및 주류의 제품명은 한자나 외국어를 한글 표시 활자보다 크게 표시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 이 내용에서 외국 문자나 한자를 한글보다 크게 쓸 수 없다는 규정을 없애달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땅에서 판매하는 식품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소비자 권리를 생각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건만, 이미 외국 문자를 혼용, 병기하도록 허용한데다가 한글과 같은 크기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니, 이 정도면 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더구나,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 가지만, 예외 조항까지 두어 상표로 등록한 경우에는 외국 문자 표시가 한글보다 커도 이를 막지 않는다.


그런데 상표를 등록하면 한글보다 외국 문자를 크게 쓸 수 있는데도 왜 이런 요구를 들이대는 것일까? 식품 기업들은 어차피 그렇게 할 수 있는 바에야 상표 등록에 비용과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절대 단순하지 않다. 요즘은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대부분 상표를 출원하고 특허청 심사를 거쳐 등록하는데, 등록되기 전까지는 한글보다 외국 문자로 이름을 크게 쓰면 위법이니 상표 등록을 마칠 때까지 상품 출시를 미루든가 아니면 상품 이름에서 한글보다 외국 문자를 크게 쓰지 않은 상태로 출시해야 한다. 즉 1년 남짓 신제품 출시를 미루며 기다릴 수 없으니 처음부터 외국 문자로 크게 이름을 쓰더라도 허용하여 신제품 연구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더 빨리 회수하게 해달라는 요구이다. 만일 식품 이름에서 한글보다 외국 문자를 크게 쓸 수 있도록 무조건 허용해준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는가? 어느 나라 과자인지도 모를 상품이 시장에 넘쳐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기업 활동의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이처럼 규제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 헌법 36조에서 정한 대로 국민의 보건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식품위생법 13조에서는 1항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오인·혼동시킬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등 식품의 허위 표시를 금지하였고, 이에 따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8조 1항에서는 허위 표시 및 과대광고의 범위 중 하나로 “외국어의 사용 등으로 외국제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또는 외국과 기술제휴한 것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지정하였다. 그래서 ‘식품 등의 표시 기준’에서 외국문자나 한자를 한글보다 크게 쓰지는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식품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 기준을 고친다면 이는 상위법에 어긋나고, 식약처의 월권행위다.


누가 봐도 식품 기업들은 처음부터 상품 이름을 외국문자로 크게 써서 외국 제품처럼 보이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이런 눈속임을 마케팅이라고 우긴다면 기업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조차 이행하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식품 업체들의 주장이 참으로 뻔뻔하고 탐욕스러우므로 당장 물리쳐야 한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품은 사람의 건강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이다. 자동차 이름은 표시를 규제하지 않으면서 왜 식품 이름만 규제하느냐고 식품 업체들은 볼멘소리를 낸다. 맞다. 이 규제는 식품 분야에만 편파적인 규제임에 분명 하다. 그러나 자동차 부속에 뿌리는 기름과 식품을 가공하는 기름이 같지 않고 자동차 이름의 표시 크기와 식품 이름의 표시 크기가 같지 않을진대, 이런 얼토당토않은 비교는 어린아이들 투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모든 규제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은 2010년 농림부가 축산물의 표시 기준에서 이 조항을 삭제한 점을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데,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표시 기준에는 이 조항이 버젓이 살아 있으니, 거꾸로 축산물의 표시 기준에서도 외국문자나 한자를 한글보다 크게 쓸 수 없다는 규정을 되살려내야 한다.


둘째로, 외국에 수출할 상품에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외국문자를 크게 쓰겠다고 하지만, 수출비용 줄여서 이윤 키우려는 기업을 위해 우리 국민이 상품 선택에서 답답함을 견뎌야 할 그 어떠한 이유도 없다. 게다가 외국 현지 마케팅을 위해서라면 그 나라 정서에 맞는 도안을 마련하는 게 일반적인 업계 관행이므로, 이 주장은 근거도 없다.


마지막으로, 식품 대기업의 이윤이 한글의 가치보다 더 소중할 수 없다. 식품 등의 표시는 일반 국민, 그 가운데서도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이 매우 자주 접하는 문자환경인데, 여기에 외국 문자가 크게 부각될 경우에 우리 생활 어느 곳에서나 외국 문자를 마구 남용하는 문화를 부추기고 한글은 우리말을 적기엔 기능이 부족한 글자라는 편견을 부를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의사소통에 혼란을 주어 장기적으로는 공무 행정이나 기업 활동, 보건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소통을 위한 추가 비용을 지출하게 할 것이다. 당장 몇몇 식품 기업 이윤 챙겨주다가 온 국민이 고생한다.


지금의 표시 기준을 없애면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함과 동시에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을 차별할 위험이 크고, 우리 사회의 문자 환경을 어지럽혀 한글을 짓밟고 국민의 원활한 의사소통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결코 이 규정을 삭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식약처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1. 식약처는 식품 표시 기준 개악을 당장 중지하라.
2. 축산물 등의 표시기준에 한글 크기 기준을 살려내라.
3. 식약처는 한글 우선 표시로 소비자 안전을 지켜라.
4. 대기업에 놀아나고 있는 국무조정회의와 감사원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라.


2015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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