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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국어문학부의 교육과정 검토 - 김민지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13.

한국어문학부의 교육과정 검토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3기 김민지 기자
minjikimmoon@naver.com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象牙塔)이 아니라 ‘상아탑(喪牙塔)’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다. 죽은 대학, 고인 대학, 침묵하는 대학이라는 뜻으로 대학이 더 이상 그 구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학교(숙명여자대학교)는 1906년 ‘여성교육을 통한 구국’이라는 창학 이념 아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국어국문학과(2011학년도에 한국어문학부로 개편)는 학교와 역사를 나란히 한 전통 있는 학과이다.

 
“국문과에서는 뭘 배워요?” 한국어문학부 학생이라고 나를 소개하면 바로 뒤따라오는 질문이 이것이다. 그럴 때면 대답을 하면서도 개운하지 않았다. 물론 한 학기밖에 전공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들었던 수업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숙명여자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기본 교과과정

 

한국어문학부에 재학 중인 내가 배우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어문학부의 커리큘럼을 살펴보았다. 우리 학부의 전공 수업은 약 51개였다. 다양한 분야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는 과정들이 마련돼 있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어떤 글에서는 미래의 사회가 요구하는 국어국문학과 교육내용을 세 가지로 나눴다. 지식에 기반한 교과목, 실용화에 기반한 교과목, 세계화에 기반한 교과목이 그것이다. 위 기준에 맞는 과목들은 앞으로 그대로 존속될 수 있다고 보았다.


첫째, 지식에 기반한 교과목은 전공 필수 과목인 고전문학사, 국어학의 이해, 현대문학사 등이다. 이들은 분야의 기초 지식을 학습하는 과목이므로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실용화에 기반한 교과목은 국어 교재 연구 및 지도법, 국어과교과교육의 교수, 한국어 교육과 전통문화 등이 있다. 이들은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을 배우는 과목들이므로 존속되어야 한다. 셋째, 세계화에 기반한 교과목으로는 비교문학론,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과정의 이해 등이 있다. 이는 외국어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한국어를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이므로 필요하다.


현재 커리큘럼대로라면 없어져야 할 과목도 있다. 대표적으로 국어발달사, 일반언어학, 한국 민속과 문학 등이다. 이들은 작품을 단편적으로 배우거나 보편적인 사실만을 암기하는 식의 수업이다. 기초 과목에서 배운 작품 등을 심화해서 배우는 작업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커리큘럼 자체가 바뀐다면 존속되어 마땅하지만 지금처럼 작품 감상과 암기에 그친다면 마땅히 다른 과목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 추가되어야 하는 과목을 찾아본다. 진정한 상아탑으로 계속하여 남기 위해서는, 사회의 요구를 검토하고 교육과정을 그 요구에 일치시키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한자 또는 오래된 관습에 굳혀진 말보다는 순우리말과 관련된 강의도 개설하여 학생들의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해야겠다.


먼저 ‘최신 현대소설의 분석’을 신설하고 싶다. 현재 현대소설에 관한 과목들은 아무리 현대소설이라고 해도 몇십 년 전에 쓰인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보다는 작년, 올해에 발표되는 문제소설을 분석해보고 그 경향을 분석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고등학교 때 최신 현대소설의 서평을 쓰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 본 경험을 떠올려보면, 기존의 수업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연구결과가 없기에 각자 자기 생각을 다양하게 말할 수 있었다.


둘째로 ‘독서를 통한 마케팅 전략’이 있다. 회사가 어떤 제품을 출시한다고 할 때 그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홍보하느냐가 제품의 성공여부를 결정한다. 제품의 홍보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학작품이다. 실제 기업의 제품을 정해서 문학작품을 통해 홍보하는 방안을 창의적으로 구상해보는 수업이 있다면 책 속에 갇힌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빼내는 데에 한몫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우리말과 관련된 수업이다. 사실상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에게조차 ‘우리말’, 혹은 ‘순우리말’이라는 것이 어색하긴 마찬가지이다. 그에 대한 교과목이 존재하지 않고, 문예창작학과가 아닌 이상 우리말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글을 쓰는 강의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과 수사]라든지, 아니면 [글쓰기와 화법]과 같은 교과목들을 추가해서 간접적으로라도 우리말에 다가갈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혹은, [순우리말 알아가기]와 같은 교양강의를 개설하여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말을 좀 더 잘 알게 하는 데에 좋은 방안일 것 같다. 이 강의는 학생들의 활동을 위주로 하여,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자신이 알리는 체험활동처럼 커리큘럼을 짠다면 더욱더 높은 교육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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