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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대학생기자단

한국어, 우리나라의 정체성 - 이민재 기자

by 한글문화연대 2016. 7. 13.

한국어, 우리나라의 정체성

 

한글문화연대 대학생기자단 3기 이민재 기자

2942207@naver.com

 

센트럴파크, 테크노파크, 컨벤시아교. 언뜻 들으면 외국의 지역 명칭 같지만 다 인천 송도에서 사용하는 명칭들이다. 최근 인천에 있는 송도국제도시의 다리 이름이 외국어로 변경됐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와 인천시 연수구를 이어주는 다리는 총 5개이다. 이 다리들은 편의상 1교, 2교와 같은 이름이 붙여 송도1교, 송도2교 식으로 불렸다. 2016년 6월 23일, 송도4교가 송도바이오교로 명칭이 바뀌면서 송도로 넘어가는 모든 다리의 이름이 바뀌었다. 송도1교는 송도국제교, 송도2교는 컨벤시아교, 송도3교는 아트센터교, 송도5교는 신항만교로 이름이 변경됐다.

 

송도국제교로 명칭이 바뀌는 송도1교

 

아쉬운 것은 이들 중 몇몇 명칭은 시민공모를 통해 외국어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는 2011년, 2015년 두 번의 공모전을 열었다. 국제도시인 만큼 외국인들이 알기 쉽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일까. 연수구에서 '우리 고유어를 써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게 옳다'며 거부한 컨벤시아교, 아트센터교라는 이름이 인천시에 의해 그대로 외국어로 정해졌다.

 

인천에서도 조금은 생소한 송도는 어떤 곳일까. 이곳에 오면 골목길을 찾아보기 힘들다. 송도는 세종시, 창원시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계획도시 중 하나이다. 계획도시란 설립 전부터 미리 형태를 정해두고 개발하는 곳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학교 앞에 식당이 많이 있는 반면, 송도에 있는 인천대학교 인근에 아무것도 없는 것이 이러한 연유이다.

 

계획도시 송도에 위치한 인천대학교

 

문제는 송도라는 명칭도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는 것이다. 원래 옥련리라는 명칭을 사용하던 곳이었지만 1936년 10월 1일부터 일제 군함인 송도함에서 따온 명칭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1946년 1월, 지명위원들에 의해 한 차례 송도라는 이름을 버리고 옥련동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2005년부터 다시 송도국제도시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세계화의 폐해인 걸까. 최근 대다수의 사람이 외국어를 선호하고 있다. 안전문보다는 스크린도어, 누리꾼보다는 네티즌이라고 말하고 사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의 센텀시티, 대전의 카이스트교 등 외국어 명칭을 사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굳이 우리말만 고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해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

질문:

송도의 일부 다리에 컨벤시아교, 아트센터교와 같은 외국어표기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답변:

다리 이름과 같은 지명은 사람들의 생활, 특히 교통과 안전에 관련되어있다. 외국어에 낯선 사람들은 다리를 부를 때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곳을 찾아갈 때도 혼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외국어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말로 멋진 말을 만들어 내거나 질 높은 언어생활을 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

 

질문:

송도의 경우 국제도시 특성상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는 말이 있다.


답변:

외국에서 거주할 때 언어로 인한 어려움은 누구나 다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다리 이름이 외국인들에게 언어적인 혜택을 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송도에서는 아예 한국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모든 것이 한국어로 되어 있는데 다리 이름을 그렇게 짓는 것이 배려하는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외국인을 배려하다가 우리의 것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질문: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외국어로 표기된 지명이 많다. 다 한국어로 고칠 필요가 있을까?


답변:

고치는 것이 관광적인 면에서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특징을 더 부각할 수 있다고 본다.

 

질문:

사람들이 우리말보다는 외국어에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선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답변:

외국어를 쓸 때는 써야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남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제도로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한글문화연대에서는 정부에서 국어기본법을 지킬 수 있게 감시하고 요구하고 있다.

 

 

취재를 통해 가장 와 닿은 말은 타인을 배려하다가 우리의 것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이미 주위를 둘러보면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무분별한 외국어표기는 한국어파괴의 주범이고 우리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올바른 한국어 표기는 세계화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특히 공공영역에서는 더욱 한국어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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